2024-04-16 21:41 (화)
남해 지방의 젓갈과 식해
남해 지방의 젓갈과 식해
  • 김영복
  • 승인 2020.01.13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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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문화재보호재단의 조사에 의하면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젓갈류는 175종이나 되고 식해류는 45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젓갈류와 식해류는 황해와 동해로 극명하게 갈리면서 젓갈 문화권과 식해 문화권으로 나뉜다.

 그러면 남해는 어떨까?

 남해는 젓갈 문화권과 식해 문화권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륙은 곡물을 이용한 음료인 식혜(食醯)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무제(武帝, B.C 140~87년 재위)가 동이족을 쫓아서 산동 반도에 이르렀을 때 좋은 냄새가 나서 사람을 시켜 찾아보니 물고기 창자에 소금을 넣고 흙을 덮어둔 항아리가 나타났는데 이것이 바로 젓갈이었다. 오랑캐를 쫓다가 얻은 음식이라 해서 젓갈을 축이(逐夷)라 이름 지었다.

 동이족이 살고 있는 산동반도는 우리 겨레의 활동 무대였고 우리 조상들은 일찍부터 젓갈을 조미료로 사용해 왔다.

 BC 3~4세기경 한 나라 초 작자미상인 `이아(爾雅)`에 "생선으로 만든 젓갈을 `지`, 육으로 만든 젓갈을 `해`라 한다"고 했고, 그 후 문헌에는 지ㆍ자ㆍ해 등이 나온다.

 5세기경 후위(後衛) 때 가사협(賈思協)이 쓴`제민요술(濟民要術)`에는 "장에는 누룩과 메주ㆍ술ㆍ소금으로 담그는 작장법(作醬法)과 수조어육류(獸鳥魚肉類)ㆍ채소ㆍ소금으로 담그는 어육장법(魚肉醬法)이 있다"고 씌어 있다. 또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김부식(金富軾)의 주도 아래 최산보(崔山甫) 등 8명의 참고(參考)와 김충효(金忠孝) 등 2명의 관구(管勾)가 1145년(인종 23)에 편찬한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를 보면 신문왕 8년(683년)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맞이할 때 납폐 품목에 `장`과 함께 `해`가 적혀 있다. 해는 젓갈을 말한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는 어패류를 소금에만 절이는 지염해, 젓갈과 절인 생선에 익힌 곡물과 채소 등을 합하여 숙성시키는 식해로 크게 나뉘었다.

 젓갈의 담금법은 발효 원리에 의해 크게 젓갈과 식해로 구분할 수 있다.

 염장에 의해 부패를 억제하고 자가 분해 효소와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젓갈과 달리 자연 발효로 생긴 유산에 의해 부패를 방지하는 것을 식해라 한다.

 제찬용 식해를 담그는 지역은 남부 지방이다. 식해 담글 때 엿기름 또는 설탕을 첨가하는 지경은 북부 관북 지방이다. 경북 경주에서 요즘도 엿기름을 넣지 않고 식해를 담그는 가정이 있으며, 포항에서는 엿기름이나 설탕을 넣지 않았으나 요즘은 대부분 넣는다고 한다. 관북 지방에서는 대부분 무채를 넣어 담그며 남부 지방에서는 무채를 넣지 않고 담그는 곳이 더 많은데 생선이 흔하지 않은 곳에서는 무채를 넣어 담근다고 한다.

 그 밖에 첨가하는 곡류에 따라 식해 담금법이 달라진다. 첨가하는 곡류의 종류는 조밥, 쌀밥, 찰밥, 보리밥, 밀가루 죽 등이며 그 지역에서 생산이 많이 되는 곡류를 사용한다. 관북 지방 중에서 강원도 강릉 이북에서는 조밥을 넣으며 삼척에서는 조밥이나 보리밥 또는 쌀밥을 넣고, 남부 지방 중에서 경상북도, 경상남도와 남해안 지역에서는 쌀밥을, 경상남도의 내륙과 동해안 지방에서는 찰밥을 넣는다.

 그 외에 함경남도 영흥군 영흥읍의 찹쌀 식해는 대합조개의 살에 밥 대신 밀가루 죽을 소량 넣기도 하고 전혀 넣지 않기도 한다. 함경북도 나진시에서 담그는 문어 식해는 익힌 곡류를 넣지 않고 무채, 고춧가루, 소금만으로 담그며,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담그는 것은 식해와 젓갈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울진군 북면에서 담그는 식해 중에서 무채를 넣지 않고 담그는 것은 명란 식해였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담그는 식해 중에서 멧식해(멸치식해)는 박과 무채를 넣지 않고 담근다. 그러나 일반 젓과의 차이점은 소금 이외에 아주 소량의 엿기름을 넣기도 하며 고춧가루, 파, 다진 마늘을 넣어 담그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함경도의 대구젓, 멸치 젓, 도루묵 젓, 눈치 젓, 수메 젓 담그는 법과 같은 것이다. 그 외에 경북 영일군 흥해읍에서는 쌀밥, 소금, 엿기름 외에 생선의 뼈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 날 밀가루를 조금 넣어 담근다.

 식해에 넣은 익힌 곡류의 양은 남부 지방이 관북 지방보다 많아서 곡류 양을 생선의 세 배 정도 넣기도 한다. 남부 지방은 기온이 높아 생선이 부패하기 쉬운데, 이러한 사례는 곡류를 많이 넣을수록 어류의 부패 억제에 효과가 크다는 이론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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