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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술의 이념 편향성에 대한 우려
역사기술의 이념 편향성에 대한 우려
  • 이광수
  • 승인 2020.01.12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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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고교국사 새 교과서 8종에 대한 분석 결과 이념 편향성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검정을 통과한 새 국사 교과서 8종이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전 근대사 비중이 대폭 줄고 검정이 채 끝나지 않은 근 현대사 비중을 크게 늘려서 역사교육의 불균형문제가 제기 되고 있는 것이다. 김평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 지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사는 최소한 30년이 지나야 서술해야 하는 합의된 기준이 필요하다. 교과서는 특정 정치 입장이나 사관(史觀)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둔 지식인 사회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이념 편향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근현대사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역사학계에서는 역사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역사의 정치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특정노조 편향적 교육감이 있는 11개 교육청에서는 검정을 받지 않은 국사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어 역사 왜곡과 이념 편향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2018년 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삭제해 `민주주의`로 고치는 바람에 헌법위반이라고 논란이 컸다. 필자가 본보 칼럼(`19. 3. 16 자)에서 적시했듯이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의는 엄연히 다른 정체의 개념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 중남미,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는 허울뿐인 민주주의 국가가 많다. 사실상 전체주의나 독재국가로 언론의 자유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것은 위에서 언급한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올해 고교 새 국사 교과서 8종을 분석해보니(C 일보)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은 150년 근 현대사가 75%, 그 이전의 수천 년 역사는 고작 25%밖에 편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역사학계가 우려하는 `역사의 정치화`를 의미한다. 또한 각종 역사통계자료도 제대로 검정하지 않아 엉터리 오류투성이라니 우려를 금치 못한다.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 임금이 문과대과에 최종 합격한 예비관리에게 물은 책문(策問) 내용을 보면 역사기록을 얼마나 엄정하고 올바르게 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전략. `역사책은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왔다. 위로는 최고지도자의 말과 행동, 정치적인 법령을 기록하고, 아래로는 당시 사람들의 훌륭한 일과, 간사한 일, 옳은 일과 그릇 된 일 등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역사저술은 한번 기록하면 함부로 고치지 못한다. 역사적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사회의 규범이 되고, 인간의 일을 칭찬하고 나무라는 데 엄중한 기준이 된다. …중략… 정치에 관한 기록은 그것을 전담하는 기관을 설치했다. 거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선비를 모조리 망라해 배치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다 보니 역사적인 사건을 배열하고 기록하는 사람은 삼장(三長 : 문장력, 학문, 통찰력)의 자질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꼼꼼한 저술을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아! 그대 학자 관료들은 역사를 편찬 기록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직접 목격하였으니, 마음에 반드시 판단하는 바가 있어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각기 모두 진술해 주시라.`(정조 책문, 신창호)

 대과문과급제자 33명의 순위를 결정하는 정조 임금의 전시 책문의 핵심 내용이다. 이처럼 역사기록은 사관(史官)의 엄정한 기록에 의해 사초를 작성해 임금이 돌아가신 후 실록을 편찬했다. 임금 생전에는 사관이 기록한 사초의 열람은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이조 오백 년의 역사 기록물인 조선왕조실록이 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역사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을 뿐 결코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역사기록은 천추만대에 길이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념 편향성 고교 새 국사 교과서 편찬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부정이다. 이는 일본과 중국이 줄기차게 펼치고 있는 우리 역사에 대한 왜곡처럼, 우리 스스로 우리의 지난 역사를 왜곡 폄훼하는 자해행위와 다름없다. 올바른 역사기록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의 확립을 의미한다. 역사에 무지한 나라의 국민은 치욕의 지난 역사를 반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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