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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된 영남권 소주 시장, 가격 인상 처방
격전지 된 영남권 소주 시장, 가격 인상 처방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0.01.0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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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업체 실적 악화 계속 무학, 6% 안팎 올리기로
 지역 소주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설 채비다. 지난해 소주 신제품 출시 바람이 거센 것도 빨간불이 켜진 탓으로 파이를 지키거나 키우기 위해서다. 무학은 `좋은데이` 등 주력 제품 가격을 조만간 6% 안팎 인상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대선소주도 인상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시ㆍ도별로 1개 업체만 소주를 생산하고 이 가운데 50%를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자도주법`이 1996년 폐지되며 지역 소주업체들은 하이트진로나 롯데주류처럼 수도권 시장을 잡은 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진로 등 메이저 소주 업체 가격 인상에도 꼼짝하지 않았던 지역 소주 업체들이 경영난으로 잇달아 가격 인상에 동참하는 이유다.

 경영난 돌파를 위해 무학은 `청춘 소주 무학`, `딱 좋은데이`를, 대선소주는 `고급 소주`에 이어 1965년 라벨 디자인을 적용한 `대선`을 출시했다. 잠식당하는 지역 소주시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1970년대풍의 투명하고 곡선이 강조된 병에 담긴 `진로이즈백`을 내놓으면서 돌풍을 일으킨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연이은 신제품 출시가 소주 시장의 호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소주 출고량은 91만 8천㎘로 전년(94만 6천㎘)보다 약 3% 역성장했다. 지난 2013년 90만㎘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의 병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8.2% 감소하면서 소주 소비가 크게 줄었다. 이처럼 새롭게 진출할 시장은 없는 지역 업체들의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은 신통치 않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결과 무학의 매출은 지난 2017년 2천505억 원에서 2018년 1천937억 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 287억 원에서 2018년 10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무학이 `좋은데이`로 지난 2014년 수도권 진출을 시도했으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였음에도 수도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오히려 대선주조에 부산시장 점유율 1위를 빼앗긴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지방 소주업체들이 수도권 시장 진출은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지역 소주를 마시며 기분을 내는 것도 언제까지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한 도민은 "도민이 외면할 때 지역 소주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자유시장경제는 당연지사지만 지역 업체 격려가 경남특색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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