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3:56 (토)
배달 앱 시장에 불어닥친 독과점 논란
배달 앱 시장에 불어닥친 독과점 논란
  • 김용구 기자
  • 승인 2020.01.02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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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김용구
사회부 차장 김용구

 일자로 쭉 뻗은 뿔이 달린 유니콘(Unicorn)은 영화, 문학 등 문화계 전반에 등장하는 전설 속 말이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을 말하며, 전설 속 동물처럼 현실적이지 못한 고공 성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유니콘 기업은 우리나라 역사상 11개만 존재했다. 2018년에는 3개 업체, 2019년에는 5개 업체가 신규 등록하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비교적 스타트업 환경이 좋은 미국(210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102개)과 비교하면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틀만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이야말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잠재력이 큰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유니콘 기업 수가 10개로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배달 앱 1위를 자랑하며 눈부신 성공 신화를 거듭하던 `배달은 민족`이 독일 기업에 넘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국내 2위 배달 앱 `요기요`, 3위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 히어로(DH)는 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등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조 7천500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가인 2조 5천억 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로, 국내 인터넷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다.

 앞으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는 DH 경영진 중 개인 최대 주주이자,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 회원이 된다.

 이런 소식이 들리자 거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국내시장 1~3위 기업이 한 식구가 되면서 수수료ㆍ광고료 상승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이들은 두 기업의 결합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 불매운동도 감지된다. 그동안 배달의 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 문구에서처럼 애국 마케팅에 집중했다. 하지만 독일에 넘어가자 배신감을 느낀 누리꾼들은 `게르만 민족`, `배다른 민족`이라는 말을 써가며 비판에 가세했다.

 사실 속내를 뜯어보면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중국, 미국 등 외국계 투자 비중이 커 순수 토종 기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이번 인수는 국민적 감정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그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B급 감성을 내세워 `칠전팔기` 정신으로 유니콘 기업을 키워 낸 신화적 인물로 평가됐다. 그는 벤처 1세대에 이어 한국 스타트업계에 성공 DNA를 전파했다.

 그러나 그 행보는 우아하지 못했다. 국내 벤처 기업들에 롤모델이 돼야 할 배민이 세계 시장 속 경쟁 대신 실속만 챙기는 선택을 했고 결국 브랜드 이미지마저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됐다. 합병 이후 `독과점 여부` 등을 심사하기 위해서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배달의 민족이 다시 `우리 민족`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 호응으로 쌓은 성장한 기업이 낯설어 보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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