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2:37 (금)
계획, 주체적 삶을 위해
계획, 주체적 삶을 위해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1.02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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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지난해 영화 대사 하나가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아버지 기택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아들에게 내뱉은 한마디이다. 영화 `기생충`은 가정형편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 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계획`

 우리는 초교 시절부터 시간계획표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기상`, `학교 수업`, `점심`, `수업`, `귀가`, `휴식`, `저녁 식사`, `휴식`, `공부`, `취침` 등 뻔한 일상을 동그라미 속에 나누는 방식으로 시간계획표를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계획표는 사회인이 되면서 회사 업무 스케쥴로 변화하고 철저하게 업무 중심인 시간을 갖게 된다. 우리 인생은 드라마틱한 일은 찾아볼 수는 없고 여름에는 여름휴가를 가는 등 생에 사이클은 반복의 연속이다. 아침 식사, 점심 식사, 저녁 식사를 하는 것 같이 일상의 반복이다.

 오래전 영화를 통해 본 미국은 그야말로 총기와 폭력이 넘쳐나는 아비규환과 같은 곳으로 묘사되면서 우려와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말을 들은 미국에 사는 한 지인은 "미국영화가 과장 된 부분이 있다, 총기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이 살아갈 수가 없다"며 우려를 불식했다. 또 하나 사례는 요즘도 유행하는 찢어진 청바지 이야기이다. 미국 부잣집 아가씨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모습을 보고 유행하는 패션으로 오해한 사람들이 모방을 했다는 것. 당시 미국 사회는 프런티어 정신 즉, 개척정신으로 무장된 지식인과 건실한 크리스천들이 찢어진 청바지도 아껴 입는 등 검소한 생활상을 오해하면서 자연스레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연결된 셈이다.

 선입견과 오해, 편견은 사실을 왜곡시키는 장치로 발전해 우리 사회를 어긋난 문화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물론 영화 `기생충`에서의 계획이라는 낱말은 범죄를 합리화하기 위한 계획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언 패스팅어가 말하는 인지 부조화이다.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꺼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영화와는 다르게 우리는 무계획적으로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면서 몸서리치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성실하게 산다고 해서 계획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기 일에 최고가 되기 위해 주경야독, 형설의 공으로 자신을 갈고닦았으나 어느새 다가온 정년, 그리고 나이 듦은, 잊고 있었던 무신경함을 스스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계획적인 삶이 아니다. 자영업자이든 직장인이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언제 어느 때 장사가 안되고 직장에서 잘릴지는 모른다.국가 역시도 해마다 계획을 세우기는 하나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이 시대 준엄한 경고이다.

 각자도생이라는 말 있듯이 각자는 자기 앞의 생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해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것처럼 꿈이라도 꿔야 반만이라도 꿈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계획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 간다면 결국 계획적인 누군가에게 조종 당할 수 있다.

 새해에는 자기의, 주체적인 삶을 위해 계획을 세우자. 일상이 아닌 미래를 위한, 언제 어느 때 닥쳐올지 모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좀 더 확장을 하면 가족을 위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그저 하루 하루 자식 뒷바라지를 하는 것을 넘어 미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민하지 않은 삶은 편안 할 것 같지만 계획이 있는 사람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실패한 계획이라도 계획을 세우는 과정ㆍ실행에서 인지가 발달하고 학습효과도 있게 된다. 아일랜드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 살다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라는 말을 새해 벽두 깊이 새기고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설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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