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23 (금)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를 기억하라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를 기억하라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9.12.29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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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부 부국장 이대근
지방자치부 부국장 이대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별세했다. 그의 고향은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이다. 그는 LG를 우리나라 기업의 모범으로 이끌었던 `재계 어른`으로 꼽힌다. 또 민간 기업 최초 기업 공개, 고객가치 경영 도입, 대기업 최초 `무고(無故) 승계`, 구 씨와 허 씨 양가 동업의 아름다운 정리 등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었다.

 LG그룹 창업 1.5세대이자 2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범LG가와 삼성, 효성 등 국내 굴지 그룹 기업인들이 자란 진주시 지수면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지수면 승산마을에는 LG 고(故) 구인회 창업 회장, LS 고 구태회 창업 회장, 동업 관계였던 GS 고 허만정 창업 회장 등의 생가가 모여있다. 구인회 창업 회장의 장남으로 LG(모태 락희화학. 금성사) 초기부터 부친을 도와 1.5세대 경영인으로 분류되는 구자경 명예회장도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구 씨 일가와 사돈이기도 한 허씨 일가는 허만정 창업 회장 때부터 3대에 걸쳐 동업하다 2004년 GS그룹으로 분리됐다. GS그룹 명예회장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아버지 고 허준구 LG그룹 전 부회장 역시 이곳 지수면이 본적이다.

 삼성그룹 고 이병철 창업 회장도 지수면을 거쳐 갔다. 경남 의령에서 1910년 태어난 이병철 회장은 옆 지역 진주 허 씨 가문의 허순구 씨와 혼인한 둘째 누나 이분시 씨를 따라와 지수면에 있는 누나 집에서 지수보통학교(현 지수초)를 다녔다.

 효성그룹 고 조홍제 창업 회장(1906년 태생)도 생가는 경남 함안이지만 지수보통학교를 다녔다. 창업 회장 세 사람이 모두 비슷한 시기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낸 것이다.

 구인회 회장과 이병철 회장은 3살 차이지만 구 회장이 1921년부터 3년여, 이 회장이 1922년부터 6개월여간 지수초에 다녀 재학 기간이 일부 겹친다. 한 교실에서 공부했다.

 세 창업 회장을 비롯해 범LG가 주요 경영인들이 지수초 출신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모교가 학생 수 감소로 쇠락하자 2002년 종합체육관을 지어 기증하기도 했다. 이 체육관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호를 딴 `상남관`이라 불렸다.

 특히 LG가는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일본제국주의 억압에 맞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지 100년이 흘렀지만 아직 그 정신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생생히 흐르고 있다. LG가 독립운동기업으로 주목받는 것은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구 회장은 1931년 경남 진주에서 오늘날 LG의 모태인 `구인상회`라는 포목상을 창업해 경영하고 있었다. 1942년 7월 어느 날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이 상회를 찾아왔다. 안 선생이 구 회장을 찾아온 이유는 이른바 독립자금 때문이었다. 당시 독립운동을 함에 있어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어떻게 독립자금을 마련하느냐`였다. 거액의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구 회장을 찾아간 안 선생이 당시 부탁했던 금액은 1만 원이었다. 구인상회 자본금(2천 원)의 5배이자 80㎏짜리 쌀 500가마니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해당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선 목숨을 내놓는 결심이 필요했다. 서슬 퍼런 일제 강점기에 안 선생을 접촉하고 독립자금까지 지원했다는 사실이 일제 귀에 들어가게 되면 사업은 물론, 집안 자체를 옹립하기 힘들고 나아가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구 회장은 `당할 때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나라를 되찾고 겨레를 살리자는 구국의 청에 힘을 보태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돕는 일`이라며 독립자금을 내놓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런 연유 등으로 지난해 7월 한국경영학회가 진주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포했다.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첫 사업지는 대구에서 시작한 `삼성상회`였다.

 대구에 `삼성상회`가 있다면 진주에 `구인상회`가 있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진주시의회 백승흥 의원이 최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와 진주 상공인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진주중앙시장 내에 LG그룹의 전신인 럭키금성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첫 사업지 `구인상회`를 복원할 것을 주장했다.

 `구인상회`는 중앙시장 지금의 꽃전 거리 일대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LG그룹이 독립운동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LG그룹을 비롯해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창업주가 경남 진주시 지수면이었다는 사실은 진주시민으로서의 자랑이요 무한한 브랜드 가치가 있는 진주만의 상품이다. 이것이 `구인상회`와 `지수면 승산리`를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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