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26 (금)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 라옥분
  • 승인 2019.12.26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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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천문화회문화예술 분과위원장 라옥분
대청천문화회문화예술 분과위원장 라옥분

반복되는 만남ㆍ이별 속에서
너그러운 여유 느끼며 이해해야
눈치보지 않는 자신의 삶 얻어

 불현듯 삶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최초 만남은 부모와의 관계에서부터 형성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애착이라는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향후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중요한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으로 살아가고 있다. 선택의 순간을 맞으며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에 닿고 갈등이라는 걸 겪게 됨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 시대에 문화를 이끈 문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서화가 깊이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만남과 헤어짐의 징표로서 그림과 글씨였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슬픔을 그림과 글씨로 마음을 달랬다.

 우리들의 일상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선택의 여지없이 부모를 만나 삶을 영위해 가는 과정에서의 삶인 것이다. 태어남과 동시에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숱한 사람들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가 있기는 했던가 하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존재감 없는 사람 또한 있다. 행복의 가치는 모른다. 기억된 이가 좋을지 기억조차 없던 이가 옳은 삶인지의 척도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연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 안에서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과 그 인연을 밖에서 도와 결과를 만드는 간접적인 힘이 되는 연줄로 이에 모든 사물을 이 인연에 의해 생멸한다고 이어져 왔다.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연인 간의 만남도 인연이라고 말들 한다. 그 인연을 지키고 산다는 것 또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서 감정이 격해지고 화해를 반복하다가 결국 헤어짐의 순간이 오곤 한다. 운이 바뀜의 징조를 볼 때 자주 만나는 사람이 바뀌게 되는 증상이 일어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설렘이 동반된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의 싹을 틔우던 아름다운 만남도 세월이 흐르면서 한순간에 퇴색되고 선순위에서 순위 밖으로 밀리고 있음을 감지하는 순간 그들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져 간 사람이 되고 말게 된다. 이별의 아픔을 겪어낼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만남을 망설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런 아픔도 운명이라며 겸허히 받아들이고 또 다른 인연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또한 누구의 판단이 옳은 판단인지는 하늘의 신도 모를 일이다.

 불교 경전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고 만난 사람은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가버린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로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 이후에도 또 다른 만남이 있다는 뜻이다. 위의 말처럼 우리는 이런 굴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밤거리의 네온이 반짝인다. 형형색색의 빛들이 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짐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타인의 시선도 외면한 채 유유자적(悠悠自適)으로 삶을 살고 싶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살았더라면 이젠 옆도 뒤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누리며 살아가길 원한다.

 여유란 사전적 의미로 성급하게 굴지 않고 사리 판단을 너그럽게 하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기계공학적으로는 끼워 맞춤에 있어서 기능상 알고 허용하는 축과 구멍과의 치수 차로 특히 최소 틈새를 말하는 경우도 있다. 두 가지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비유했을 때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서는 비집고 들어갈 틈을 줄 수 있는 틈을 내어 주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될 부분이라는 생각이 더 앞선다.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맑고 깨끗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세상이란 원리원칙대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다소 맑지 못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하고 융통성 있게 행동하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큰 사업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유년 시절을 함께했던 유리알처럼 순수하고 맑았던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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