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6:12 (화)
그 많던 상처는 누가 다 먹었을까 - 2
그 많던 상처는 누가 다 먹었을까 - 2
  • 김성곤
  • 승인 2019.12.2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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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지난번에 이어 데이비드 라켈이 쓰고 김은경이 옮긴 『그 많던 상처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함께 나누려고 한다.

 "연민은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따뜻한 염려이다. 어린 아들이 병원에 누워있어 초조하고 속상한 마음을 상상해 보자. 엄마는 아픈 아들 곁에 갈 상상을 미처 못 하고 그저 의사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며 복도를 서성인다. 반대로 침상 옆에 앉아 아들 손을 잡고 부드럽고 애정 어린 말로 아들을 달래는 엄마를 상상해 보자. 어떤 상황이 아이에게 더 위로와 도움이 되는지?

 아들 곁을 떠나지 않고 아들의 손을 잡는 것은 "내가 너의 고통을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네 곁에 있으면서 함께 그 원인을 찾고 함께 더 나은 결과를 향해 걸어갈게"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나 또한 딸과 아들을 둔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혼자 있는 듯하는 외로움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외로울 때 손을 잡아주는 엄마가 되기를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을 위한 시간은 비워두려고 애쓴다. 언제나 아이들과의 만남은 너무나 소중하기에….

 데이비드 라켈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민을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은 단순히 공감만 하는 사람보다 상대에게 더 큰 도움이 됐다며 "자원봉사자의 장수에 옥시토신이 한몫을 하며, 옥시토신은 타인과 교감할 때 분비량이 증가하며 사회적 관계를 하도록 이끌어주는 한편 염증을 낮추고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즉, 상대방에게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것은 자기 치유의 한 형태가 되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고백하라, 살기 위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그의 환자 모니카의 혈당과 혈압이 놀라울 정도로 급증한 사례를 통해 모니카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한 후 모니카의 아들이 모니카에게 폭력적으로 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한 후 모니카는 평온을 되찾았고 그의 혈압과 혈당도 정상 수치를 되찾았으며 건강을 되찾았다. 이처럼 표현은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도구이다. 표현은 말로 할 수도 있지만 글쓰기로도 가능하다.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일할 때의 글쓰기 방법을 데이비드 라켈은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1.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장소를 찾는다.

 2. 속상하거나, 괴롭거나, 자신에게 영향을 줬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세히 말하지 않은 경험을 쓴다.

 3. 우선 그 사건을 자세히 기술한다. 발생된 상황, 환경, 기억나는 감정을 쓴다.

 4.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쓴다. 글 속에 자신의 여러 감정을 자유롭게 담아낸다. 당시에 어떻게 느꼈고 지금은 어떤 느낌인지 쓴다.

 5. 중간에 끊지 말고 연이어 쓴다. 문법, 맞춤, 문장구조는 신경 쓰지 않는다. 만일 글이 막힌다면 다시 써본다.

 6. 마지막으로 그 사건을 경험하며 무엇을 배웠는지 혹은 어떻게 성장했는지 써 본다.

 7. 적어도 4일 동안 20분씩 써 본다. 각각 다른 사건을 써도 좋고 같은 사건을 매일 반추해도 좋다.

 8. 이 과정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글을 주기적으로 쓴다. 혹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소통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고려한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고 바쁜데 이런 원칙을 어떻게 지키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날에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의 단어 하나라도 기록하고 써 나가다 보면 글쓰기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 독서치료 전문가인 나도 글쓰기의 중요성과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글쓰기를 권유 드린다. 꼭 글쓰기가 아니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 하나쯤은 다 가지고 계시리라 짐작한다. 그것을 지속적으로 갈고닦으면 자신을 표현하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며칠 전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과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관람했다. 영화 내용은 물론 감동적이었다. 그 가운데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가 자동차 경주 내내 자신의 자동차와 대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살이 있지도 않은 자동차와 하나가 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아껴주며 친절히 대하는 모습에서 그의 불멸의 신기록들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많이 강조한 데이비드 라켈도 떠올렸다. 자동차와도 소통이 필요한데 하물며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세살 아기들도 친숙하지 않은 대상 앞에서는 편히 자지도 않고 편히 먹지도 않는 모습들을 직업상 나는 많이 관찰한다. 즉 신뢰가 쌓여야 먹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편안하게 잠들기도 한다. 이처럼 소통과 신뢰는 관계를 활성화시키는 삶의 중요한 방식이다.

 데이비드 라켈은 친절은 사람들과 긍정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말하며, 행복은 관계에서 시작한다고 했고,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많이 맺는 사람일수록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며 `이 순간`에 집중하고 깊은 듣기를 하면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이루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오늘하루도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진정성 있는 만남 속에서 우리의 삶은 더욱 빛나고 행복해질 것이다. 오늘도 행복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음을 기대하며 매일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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