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1:31 (목)
고작 2분만 참으면 사망사고 24% 준다는데…
고작 2분만 참으면 사망사고 24% 준다는데…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12.2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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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에 급 제동이 걸렸다.

 한때 대한민국 하면 열심히 빨리빨리 일하는 국민성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켰다. 거기다 줄기세포 등 첨단과학에서의 손기술과 기술력은 가히 세계 으뜸이다. 열심히 일하고 특히 일을 빠르게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노동 생태계는 국가의 경쟁력이 됐다. 대한민국의 이런 기술력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2위를 유지하는 경제력을 갖춘 국가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1조 6천194억 달러이다.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 사회를, 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반열에 올리게 된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세계인들에게 때로는 부정적인 시선을 주기도 했다. 급한 일이 있는 듯 무단횡단을 하거나 종종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넌 후에는 뚜렷한 목적 없이 헤매는 행동을 지켜본 외국인들은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의 어두운 단면이라는 지적을 했다.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점과 단점의 복합체이다. 장ㆍ단점이 교차되는 빨리빨리 문화는 마치 브레이크 없는 차량처럼 불안해 보인다. 빠름과 늦음, 강과 온, 완급이 겸비돼야 기술의 완성도가 도달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도로에서는 빠름의 미학만 존재했다.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KTX 도입, 첨단 항공기 등 현대의 온갖 교통수단은 속도 경쟁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속도는 안전과 반비례한다. 속도가 높으면 안전이 낮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빠른 속도만큼 안전을 위해 기술력을 쏟고 있다. 고속도로와 철도, 항로는 차량ㆍ열차ㆍ항공기 등 이동 수단들만 이용하는 그들만의 플레이장이다.

 그러나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는 차량은 물론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 때문에 일반 도로는 차량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차량과 사람이 도로의 주체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우리 도로는 차량이 도로의 주인으로 장악해 왔다. 생생 달리는 차량은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의 존재를 알리는 듯, 잘 달리는 차량은 미덕처럼 자리 잡아 왔다.

  올해 중순께 고속도로를 이용해 충청도 지역을 다녀온 한 승용차 운전자는 충청권과 영남권의 고속도로 주행 현실에 깜짝 놀랐다. 운행차량들의 속도가 안정적인 충청권에 반해 자신이 거주하는 영남권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100㎞ 제한 속도를 넘긴 차량이 자신의 차량 옆을 생생~ 지나치는 공포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충청권 고속도로에는 운행차량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데다 충청도 사람들의 여유로운 성격이 운전습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정이 들었다.

 이제 도심과 주택가 등 차량 전용도로가 아닌 사람과 차량이 공존하는 도로에서는 애초 길의 주인인 사람이 주인이 되는 시대를 열고 있다. 정부는 도심과 주택가 도로에 `안전속도 5030`을 도입 시행하기로 했다. 도심 도로에서는 기존 60㎞/h에서 10㎞/h를 낮춰 50㎞/h로, 주택가 등 보행위주의 도로는 30㎞/h로 제한속도를 낮추는 교통정책이다. 부산시는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 10월 전국 최초로 부산 시내 전역에 시행했다. 인천시 부평구, 여수시, 서울시 등은 내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또 2021년까지 시범운영을 확대하고 202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

 스웨덴 등 교통 문화 선진국은 이미 속도제한을 도입해 교통사고와 보행자 사망사고 등 인명피해를 줄이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19일 `안전속도 5030` 시행 한 달째 부산에서 기존 속도 단속 기준이 70㎞를 넘는 과속 차량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주요 간선도로에 설치된 속도 단속 카메라 224대 통계 결과 `안전속도 5030`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시속 70㎞ 이상 과속 단속 건수는 4천5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660건 보다 40%가량 감소했다. 시속 71㎞는 `안전속도 5030` 시행전 최고 속도 60㎞ 제한에서 단속 기준이 되는 속도이다. `안전속도 5030`을 적용하지 않는 자동차 전용도로와 물류 도로에서도 지난 한달 동인 시속 71㎞ 이상 과속 건수는 1만 2천5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3천41건보다 514건이 줄어 운전자들의 저속 운전 습관화가 정착되고 있다. 물류 도로 등에서 시속 81㎞ 초과 차량은 3천75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2건과 비교하면 28%나 감소했다. 하지만 `안전속도 5030` 이후 실제 단속 대상이 되는 시속 61㎞에서 70㎞ 구간의 과속 건수는 3만 6천185건에 달해 홍보와 운전자의 습관화 정착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사고예방은 공감하나 차량 통행시간 증가, 느리고 비효율적, 택시 등 영업손실, 나아진 자동차 성능에 비해 속도 하향, 연비 악화와 대기오염 증가, 단속구간의 급정거로 인한 사고 유발 등 부정적인 내용들로 이동 경제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10㎞ 하향 시 평균 2분가량 운행 소요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운전자들은 참을 만하지 않은가?

 2분만 참으면 사망사고가 24% 줄어들고 부상 사고도 9% 줄어든다고 하니 이제부터 저속 운전에 익숙해져야 교통선진국 운전자로 등극하게 된다.

 정부도 스웨덴처럼 `사이드 웨이`나 과속을 방지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 교통정온화 시설 개설과 교통신호 연동, 대중교통 확충에 적극 나서는 다각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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