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9:14 (목)
부산에서 꽃 피운 `통일공감`
부산에서 꽃 피운 `통일공감`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12.18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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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지난해부터 남북은 물론 지구촌을 평화와 화해 무드로 달궜던 한국과 미국의 북한과의 정상회담 결과는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까지 미봉으로 남겨질 것으로 예상돼 마음이 착잡하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17일 북한에 손짓을 했으나 북한은 결국 손을 내밀지 않아 냉각상태는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 혹자는 북한의 강경모드는 내년 미국 대선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하는 등 북한의 태도 변화는 안갯속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부산에서는 북한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오석근)와 (사) 평창 남북평화영화제(이사장 문성근)가 영화제 특별기획전으로 `통일 공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해운대 CGV 센텀시티에서 열린 상영회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원과 시민들이 참여해 공개된 장소에서 북한 영화를 감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부산에서 상영된 북한 영화는 <새>(1992년 감독 림창범)와 <우리집 이야기>(2016년 감독 리윤호) 2편과 외국인이 촬영한 다큐멘터리로는 <헬로우 평양>과 <평양유량> 2편이다.

 <새>는 1992년 북한과 일본이 합작해 만든 영화로 북한 원홍구 박사와 분단 때 헤어진 원 박사의 아들인 남한의 원병오 박사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1992년 도쿄영화제에서 선보인 후 행방불명의 영화가 올해 평창 남북평화영화제에서 발굴돼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이 외에도 평창 남북평화영화제 상영작인 <은서>(2019년 감독 박준호)와 통일부 제작 지원작인 <기사선생>(2018년 감독 김서윤), <여보세요>(2018년 감독 부지영)등 모두 10편이다.

 영화 <은서>는 탈북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담았으며 <대리시험>은 부모가 없어 무국적 상태인 10대 탈북소녀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셔트를 가기 위해 대리시험을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신반의>는 남북 관계에 대한 블랙 코미디로 여주인공이 탈북자로 가장해 남한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이야기이며 <기사선생>은 개성공단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남한 운전기사와 북한 여자 사이에 벌어지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그러나 이번 통일 공감에서 주목되는 영화는 단연 <우리집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스무 살 나이로 7명의 고아를 키워내 북한 전역에 큰 화제를 모았던 장정화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처녀 어머니`라는 칭호까지 받은 정화와 삼 남매 중 맏이인 은정이(15)와의 갈등을 마치 우리의 인간극장처럼 풀어낸 영화이다.

 북한과 우리는 영화제작 방향성이 다르다. 돈을 벌기 위해 제작하는 우리 영화계의 생태와는 달리 북한의 영화는 프로파간다(선전ㆍ선동)의 도구이다. 공산주의 국가의 영화는 인간의 내면이나 예술적 가치를 표현하기보다는 당의 사상이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많은 국내 영화계 관계자들이 이 영화를 주목하는 것은 종래 김일성, 김정일 찬양 위주의 북한 영화와는 달리 예술성과 촬영 기술에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집 이야기>는 2018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최초로 북한 영화 공개 상영회를 개최하면서 부천 시청 야외광장에서 상영됐다. 4ㆍ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문화교류의 하나로 정부로부터 북한 영화 9편의 공개 상영 승인을 받았다. <우리집 이야기>는 2016 평양국제 영화축전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은 작품으로 주인공인 정화 역을 맡은 백설미는 연기상까지 받았다.

 심지어 국내 한 북한 영화 연구 학자는 이 영화 한 편을 집중 분석해 북한 영화를 이해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우리집 이야기>가 던진 북한 사회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은정의 동생 은철이 `푸마` 축구 유니폼을 입은 모습과 반찬 투정 모습, 수학 수업 시간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우고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려고 경쟁하는 은정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등 생활상을 담은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서는 수령 찬양 등 어쩔 수 없는 공산주의 영화의 모습을 담았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찬양하는 장면과 대사가 많이 나와 전반부 감정을 확 깨게 했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평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집 이야기>와 <평양유량> 등 영화에서 북한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다는 점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평양유랑> 등 외국인이 만든 다큐에서 "미국인 관광객을 왜 수용하느냐"는 질문에 북한 가이드는 "미국 정부를 미워하지, 미국인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최근 캄보디아 프롬펜 북한식당을 다녀온 사람은 춤추고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북한 여종업원을 보면서 "먹먹했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의 누이나 딸 같은 나이의 처녀들이 이국땅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모습에 측은함과 찐한 동포애를 느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는 `킬링필드`라는 내전으로 빚어진 대학살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다. 캄보디아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내전과 대학살의 실상은 6ㆍ25 한국전쟁과 휴전 중인 남북한의 상황을 충분히 가늠케 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경계는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통일 공감` 또한 사람을 넘어 남북한,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각 나라 정부 정치체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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