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8:46 (금)
마사회, 경마공원 부조리 뿌리 뽑아야
마사회, 경마공원 부조리 뿌리 뽑아야
  • 경남매일
  • 승인 2019.12.16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일 문중원 기수 유족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부산 강서구 한국마사회 부산ㆍ경남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 보전 경마 결정 취소를 촉구했다. 마사회는 지난달 29일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취소된 경마 경기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공지했다. 고작 13일 만의 결정이었다.

 문 기수는 지난달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이하 부경)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당시 고인은 부정 경마와 채용 비리 등 부당한 상황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겼다. 노조는 "마사회는 최소한의 진상 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죄가 필요하다"며 "유족들이 장례를 연기하는 상황에서 단 하루의 경주 손실도 보지 않겠다는 것은 투전판으로 변해가는 부산ㆍ경남 경마 공원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는 20일은 연간 경마 운영계획에 예정된 휴장 일정"이라며 "경마기수뿐 아니라, 말 관리사와 시설 운영관리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과 노조는 한국마사회 부산ㆍ경남본부 사무실을 찾아가 항의했다.

 문 씨는 유서에서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며 "주행 검사에서부터 합격만 할 정도로 타라 하고 데뷔전에 뻑(탈락)시키고 다음엔 쏘아 먹고(잘 달리게 하고), 말들은 주행 습성이란 게 있는데 그 습성에 맞지 않는 작전 지시를 내려서 아예 인기 마를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폭로했다. 한국마사회법에 따르면 경마 경주에서 말의 전능력(全能力)을 발휘시키지 않은 기수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부 조교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순위 조작을 위한 부당 지시를 기수에게 했다는 것이다. 서울ㆍ부경ㆍ제주 3곳의 마사회 중 부경에서 유독 자살이 많다. 2005년 창설된 이후 말 관리사 3명과 기수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들의 죽음은 늘 시스템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있다.

 마사회 측은 "책임자를 직위 해제했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마 경기 취소 결정을 13일 만에 뒤집어버리는 것은 유족과 노조에 전혀 신뢰를 줄 수 없는 모습이다. 소속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게 만든 환경을 만든 것에 대한 도의적인 반성과 사죄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경마를 독점 운영ㆍ관리하는 상황에서 불합리한 구조는 그대로일 것이다. 마사회에서 자유로운 외부 기관의 감시가 필요하다. 마사회는 자정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진정성 있게 부조리 근절의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