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3:10 (금)
우리의 관용차 안녕하십니까?
우리의 관용차 안녕하십니까?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12.1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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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잠잠하던 관용차 문제가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번에는 안마 기능 포함한 고급 시트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재수 춘천 시장이 관용차를 새로 구매하면서 1천400만 원이 넘는 안마 기능이 포함된 고급 시트를 설치해 물의를 빚었다. 서둘러 공식 사과를 하며 호화 황제의전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하다. 그러나 개운찮은 건 사실이다.

 김태호 전 경남 도지사는 총리 후보자로 나섰으나 낙마 사유 중 가족의 관용차 사용도 포함돼 관용차라는 물건의 엄중한 사용법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비단 관용차뿐만 아닐 터인데 총리 후보 낙마라는 엄청난 위력(?)에도 관용차 사용자들이 가지는 생각의 가벼움은 답답함을 넘어 짜증을 부른다.

 춘천 시장은 평소 에너지 자립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내에서는 전기차(니로)를 이용해오면서 환경 의식이 있는 시장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운행에는 스타렉스(승합차)를 이용해 오다 장거리 출장에 어려움이 있어 해당 부서에서 5천500만 원을 들여 `더 뉴 카니발`(배기량 330㏄) 차량으로 교체를 하면서 1천400만 원을 들여 안마 기능을 가진 고급 시트를 장착해 물의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 때문에 마치 비행기 비즈니스석 같은 개념의 `황제의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불법 구조변경 논란까지 일고 있어 법을 지켜야 할 관이 되려 불법을 저지르는 구태를 서슴없이 일삼아 자치단체장의 특권의식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문제는 더 있다. 이미 춘천 시장 전용차로는 2015년 구입한 승용차(체어맨)가 있는데도 사용 기한이 넘은 차량을 교체하면서 지난달 문제의 `더 뉴 카니발`을 사들여 시장 전용차로 사용키로 했다는 사실이 예산 사용에 문제의식 내지는 경외심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춘천 시장은 대중교통 천국을 만들겠다며 지난달 시내버스 노선을 변경하면서 시민들이 2시간가량 버스를 기다리는 불편을 겪고 있는데 자신은 고급 안마 기능을 갖춘 차량을 구매해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것이다.

 관용차 문제는 갑질 논란 등 다양하고 다채롭다.

 최창학 한국 국토정보 공사(LX공사) 사장은 지난 7월 24일 취임 직후부터 9월까지 15개월 동안 업무와 무관한 새벽 헬스장을 가기 위해 관용차를 불러 논란을 자초했다. 관용차량을 본사 차고지가 아닌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해 관리 규정도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7월 부산시장의 부인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해 비난을 받았다. 2016년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 사항 지침에 따르면 지자체는 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활동에 공무원을 수행하게 하거나 의전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공용차량 관리 규정도 행정기관의 차량을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부산시장 부인은 지난 6월 3일 정기 휴관일에 미술관을 찾으면서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지원받고 6급 공무원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가 정한 규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자기 돈을 구두쇠처럼 아끼면서 단체장이나 기관장이 되면 왜 그리도 씀씀이가 흐트러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작금의 시대는 중국의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차량 운행을 줄이려는 추세이다. 이 같은 자연현상과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 생활 불편이 가중되자 관용차량 운행 제한을 강화하든가 2부제를 적용할 때에는 다른 차를 타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중교통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공직자가 저마다 자가용을 몰고 출근해 퇴근 시간까지 시청이나 기관 주차장에 주차하면서 환경, 에너지 문제에 이어 주차난까지 일삼고 있다. 공무원이 대중교통 불편으로 자가용을 사용해 출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필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불편할 터인데 불편 해소를 위한 정책개발이나 발굴로 녹여내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이는 식물 행정과 다름이 없다.

 지난해 7월 양산시장은 업무용 관용차로 준중형 전기자동차인 `아이오닉`을 사용해 눈길을 끌기도 하는 등 몇몇 지자체 단체장들이 소형차량 타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가 보여주기식이 아닌 생활로 녹여야 언행일치와 솔선수범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총리와 총리 후보자에게는 관용차의 뼈아쁜 추억이 있다. 황교안 한국당 당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인 2016년 3월 관용차를 서울역 플랫폼 위까지 진입해 KTX를 이용해 물의를 빚었다. 무리는 무리를 낳는다고 했던가 당시 황 총리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열차시간이 늦어 플랫폼으로 뛰어오는 시민들을 막아 비난에 비난을 더했다. 이제 우리의 관료는 특권의식을 버리고 관용차는 소형화해야 하고 운행도 규정에 딱 맞게 사용하는 슬기로운 관용차 사용을 체질화해야 한다.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라는 말이 있다. 관용차는 나쁜 유혹의 경계에 있는 이기(利器)이다. 부디 그 용처에 맞게 잘 사용하면 자신은 물론 주민, 국민에게 큰 이득을 줄 수 있으며 잘 못 사용하면 패가망신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직과 공용차량은 목민관 공직자가 경외심을 갖고 다뤄야 할 양날의 칼이자 시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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