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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아동 차별 내포한 어른들의 안식처
노키즈존, 아동 차별 내포한 어른들의 안식처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12.1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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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김용락
사회부 기자 김용락

 창원에 거주하는 기자의 대부분의 친구들은 차로 10여 분이 걸리는 창원대 앞 PC방을 선호한다.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아니지만 대학생들이 주 이용객이라 시끄러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국 곳곳에서는 초등생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 PC방이 생겨나 운영되고 있다. 이곳들은 이용 가격은 다소 높지만 소음 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성인 손님을 모으고 있다. 조용한 PC방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도 있었겠지만 원활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선택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은 식당ㆍ카페에서 먼저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서는 특히 아이들이 민폐를 끼칠 때 이를 방치하는 부모들로 인한 일련의 사건들이 화자 되며 공감대를 얻었다.

 최근에는 영화 겨울왕국2가 개봉하면서 노키즈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작의 성공으로 전 연령층의 관심이 폭증한 가운데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의 특징상 많은 어린이 관객이 몰려 성인 관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들은 "아이들이 영화 OST를 따라 부르거나 떠들어 집중할 수 없었다"며 "(아이들이 없는) 심야 시간에 영화관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관람평을 남기기도 했다. 한 언론기관은 SNS를 통해 노키즈관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참석자 2만 2천여 명 중 70%가 노키즈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러듯 공공장소에서 아이들로 인한 피해로 노키즈존의 요구가 많지만 무조건 출입 자체를 막는 것은 사회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어 좋은 대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해를 주는 아이와 이를 방치한 무개념 부모 때문에 다른 무고한 아동과 부모들이 차별당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일련의 문제들은 집단의 문제보다는 집단에 속한 일부 무개념인들에게서 발생한다.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가게에 입장을 거부당한 부모가 추후 보복성 노쇼(대량 예약 주문 후 취소 연락 없이 방문하지 않는 행위) 등을 일삼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결국 일부 무개념으로 인해 그 집단은 모두 그럴 것이라는 일반화의 오류는 점차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양성해 낸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7년 노키즈존에 대해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영화관은 공공장소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 앞 좌석을 발로 차선 안 되고, 휴대전화는 진동 또는 무음으로 해둬야 한다. 당연히 떠들어서도 안 되고 크게 울어 타인에게 피해를 줘서도 안 되는 곳이다. 아동도 예외는 아니다. 아동을 동반한 가족은 이러한 공공장소 매너를 감안하고 영화관에 들어가야 한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불가능하다면 지체 없이 상영관을 벗어나야 한다.

 노키즈관 논란은 공공장소 예절 의무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 영화관 운영 측은 상영관 전체를 매너관으로 만들고 관객들에게 `소란 등으로 관람에 불편을 줄 경우 퇴관시킬 수 있음` 등 예절을 지키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한 후 입장케 해야 한다. 별도로 소란 등이 허용되는 `프리관`을 만들어 예절을 지키지 못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추가 비용을 받고 운영해야 한다. 조건부 허용도 좋은 사례로 소개된다.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한 식당 업주는 `끝까지 자리에 앉아서 얌전히 식사할 수 있는 아동은 들어올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아이를 데려온 부모가 이에 동의하면 식사를 제공한다.

 그런데도 많은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운영하고 관객들이 노키즈관을 갈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원인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일부 어린이를 포함한 진상 손님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진상들에 대한 처벌 또는 자정작용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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