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2:14 (목)
지혜로운 의사결정의 전제 요건
지혜로운 의사결정의 전제 요건
  • 하성재
  • 승인 2019.12.09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소통 통해 조직원 마음 얻는 것 주요 덕목
스트레스는 성급한 판단ㆍ결정 이끌어
정서ㆍ육체 편안할 때 의사결정해야

 2019년의 마지막 달을 맞으면서 지난 1년간의 의사결정들을 성찰하게 된다.

 사실 리더들은 시시때때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리더들이 자신의 결정들을 돌아보면서 당혹스러워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결정이 객관적이고 냉철한 이성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감정에 의해 좌우됐다는 것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은 조직의 의사결정에 있어 이성보다 인간관계 등의 정서적 활동이 더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모든 사람은 결정을 내릴 때 어떤 느낌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느낌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막막해하고 주저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순간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은 `무엇을 먹어야 내가 더 좋은 상태가 될까?`일 것이다. 그리고 이성에 기반한 기본적인 판단을 마치고 나면, 미래의 정서를 예측해 보면서 그중 가장 좋은 정서 상태를 예측하게 해 주는 대상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일종의 `정서적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김경일 교수는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에서 리더십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조직원의 마음을 얻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며,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과 기대치가 높아지고, 창의와 혁신이 필수요소가 된 현재 상황에서 예전처럼 자신의 지위와 힘을 이용해 직원을 억지로 이끌려고 하는 리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역설한다.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줘 이들을 스스로 움직이고 따르게 하는 리더의 능력이야말로 21세기 리더십의 핵심이자 본질인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리더가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데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의사결정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사소해 보이더라도 어떤 결정을 하고 난 뒤에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운동선수처럼 지쳐 있게 된다. 다만 호흡이 가쁘지 않고 피곤함을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결정 전후에 일이나 상황을 잘못 배치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조직 내에서 많은 실패와 어려움은 이렇게 힘든 결정을 내린 후에 일어난다. 누구나 힘든 결정 이후에는 참을성이 부족해진다. 마음에 드는 것 고르기와 같이 사소해 보이는 결정도 몇 번 계속하다 보면 결정을 포함하지 않은 일을 한 뒤보다도 훨씬 더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무언가 참을성이 필요한 일을 해내지 못하게 된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이후에 생기는 조그만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게 된다. 그리고 깊은 사고를 위한 에너지를 충분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꼼꼼하게 세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일들을 중간에 포기하게 된다. 일종의 `충동구매`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화와 짜증, 성급한 졸속 판단과 결정이 이어진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면밀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지혜로운 리더는 의사결정 전후로 다음 몇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첫째, 지쳐 있는 사람에게 결정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지쳐 있는 조직 구성원이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결정하기 전에 쉬게 해야 한다.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하며 불필요한 움직임이나 대화 등으로 간섭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미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연이어 다른 결정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결정을 위해 소모한 수많은 에너지에 수고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해야 한다.

 셋째, 잘 먹어야 한다. 마음과 몸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육체적 에너지는 곧 생각을 위한 에너지이다. 지혜로운 결정들을 내리기 위해서 조직 구성원들과 아름다운 식탁의 교제를 나누기 바란다.

 에너지를 되찾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기쁨에 찬 상황이 됐을 때, 가장 지혜로운 의사결정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환경이 결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며 아름다운 결과를 맛보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