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8:34 (화)
그 많던 상처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많던 상처는 누가 다 먹었을까?
  • 김성곤
  • 승인 2019.12.0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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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그 많던 상처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데이비드 라켈이 쓰고 김은경이 옮긴 아마존 인문 심리 베스트셀러다. 책의 내용은, 1부 인간의 치유력과 2부 소통의 힘으로 구분돼 있으며 라켈은 가정의학과, 통합 의료 의사로 자신의 경험을 독자들과 소중히 나누고 있다.

 행복은 관계에서 시작한다는 글에서 데이비드 라켈은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다고 하며 상처로 인한 회복의 스위치는 혼자 켤 수 없고 의사, 가족 등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환자로 하여금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하면 고통의 정도가 28.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환자에게 첫째 긍정적인 예후를 들려줘야 하고, 공감하고 측은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환자 자신에게 병을 다스릴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 회복을 위해 스스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책을 읽노라면 라켈이 의사로서 환자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해 환자의 치유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지를 책의 이곳 저곳에서 실감하게 된다.

 "찰스 다윈은 『인간의 유래와 선택』에서 유리한 자가 아닌 친절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라켈은 타인을 위해 친절한 사람이 되라고 하며 자신 또한 그렇게 살고 있는 모습이 감동이 됐다.

 "위스콘신대학교 의료센터에 있는 1차 진료 클리닉에서 소통을 연구해 왔다. 우리는 의사들에게 깊이 듣기와 공감의 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소통하도록 가르쳤다. 그 결과 의사와 소통한 환자는 그렇지 못한 환자보다 일반 감기가 하루 빨리 나았다. 이는 단순히 기분이 나아지도록 돕는 치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효과를 설명하는 생리학적 증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사와 소통한 후 한자의 몸에서 실제로 질병과 싸우는 면역세포 수치가 올라간 것이 밝혀졌다. 또 다른 사례는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셀던 코헨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많이 맺는 사람일수록 일반 감기에 덜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라켈은 사례를 통해 소통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실제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삶의 방식임을 이야기한다.

 데이비드 라켈은 소통은 모두가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상대방과 함께 `이 순간`에 집중하고 깊은 듣기를 하면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이루고 의미 있는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고 한다.

 소통에는 언어적 소통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소통 또한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하며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어 주고, 때로는 언어적 소통보다 4배의 효과가 있다고 하며, 라켈은 사람을 포옹할 때 면역력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비언어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라켈은 "타인을 진정 돕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가가기 전에 우선 자신을 알아야 하고 편견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편견 없는 사람이 없듯 모든 관계에 있어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라켈은 자신의 강좌를 통해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이 도움이 되지 않았거나 기분을 더 상하게 한 경우를 떠올려 보라고 학생들에게 요청했는데 이 강좌를 진행한 14년 동안 타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이 항상 비슷했다고 한다.

 힘들 때 도움이 되지 않는 말과 행동은 다음과 같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 가족이라 할지라도 대화와 소통에 있어서 존중하고 지켜야 할 소통과 공감의 질서는 분명히 있다.

 특히 우리는 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며 "남자가 울면 안 된다"라든가, "청승맞다" 등등 상대방의 울음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울음을 막기도 한다. 남편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미망인에게 친지들이 "앞으로 울 일이 많다"며 울음을 막는 것을 나도 본 경험이 있다. 그런데 우리 몸은 과학적이라 제대로 울지 못하도록 막으면 우리 몸의 장기들이 운다고 하니 놀랍다!

 우리의 몸은 정직해서 어떻게든 슬픔을 표현하려고 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울지 못하게 하는 이면에는 진정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방보다 나의 입장에서 상황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 울음을 막는 것은 아닌지?

 라켈의 말 가운데 이 말이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상대를 이해하려고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 대답하기 위해 듣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듣고 말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야말로 소통과 공감의 기본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이타적인 삶은 대단히 큰 것이 아닌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한 깊이 있는 듣기로도 가능한 쉬운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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