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훈의 봉수대 - 12월에 풀어보는 숫자 12의 비밀
정창훈의 봉수대 - 12월에 풀어보는 숫자 12의 비밀
  • 정창훈
  • 승인 2019.12.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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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대표이사 정창훈
본지 대표이사 정창훈

 다사다난했던 2019년, 한 해가 마지막을 향해 날갯짓을 한다. 비록 올 초에 세운 계획을 잊은 지 오래지만 애써 기억을 되살리면서 비상하고 싶다. 더 나은 내년을 선사하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을.

 그리스 신화와 성경, 십이지, 1년과 하루의 공통점은 바로 12란 숫자다. 숫자 12는 완전한 주기, 삼라만상의 우주질서를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의 신과 성경 속 예수의 제자는 각각 12명이고, 1년은 12달, 하루 24시간 역시 오전과 오후로 12시간씩 나눠진다. 피아노 건반은 한 옥타브가 12개의 반음으로 이뤄진다. 탈무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12가지를 언급하면서 하늘 혹은 자연의 질서를 전해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들의 일상에 가까이 있는 숫자 12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올림포스산에 주거한다고 그리스인들이 믿던 12명의 신들이 있다. 즉 신들의 왕, 제우스. 가정의 여신, 헤라.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 예언의 신, 아폴론. 전령의 신, 헤르메스. 전쟁의 신, 아레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 농경의 여신, 데메테르.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다.

 성경 속 예수의 제자도 12명이다. 수제자인 베드로, 러시아로 건너가 선교한 안드레, 최초의 순교자 야고보, 요한 서신의 기록자 요한, 세례 요한의 제자 빌립, 산 채로 순교 당한 나다나엘, 금융업자의 수호신 마태, 신라까지 왔다는 전설이 있는 도마, 성경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다대오, 베드로의 동명이인 시몬, 유대 지역 출신이며 회계를 맡았던 가롯 유다와 가롯 유다를 대신한 사도 맛디아가 있다.

 유대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로 세상에는 12가지의 강한 것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먼저 `돌`이 있다. 하지만 돌은 `쇠`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진다. 쇠는 `불`에 녹여지고. 불은 `물`에 꺼져 버린다. 물은 `구름` 속에 흡수돼 버린다. 물론 구름은 `바람`에 의해서 이리저리 떠밀려 다닌다. 그런데 바람은 `인간`을 불어 날릴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인간은 `공포`에 의해서 처참하게 무너진다. 공포는 `술`에 의해 잊혀진다. 반면에 술은 `수면`에 의해서 제거된다. 하지만 수면은 `죽음`만큼 강하지 못하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사랑`만큼은 이기지 못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인은 하늘의 별들 가운데 목성이 12년 주기로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걸 눈여겨보고는 목성이 어느 별자리에 있는가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파악했고, 12진법을 창안했다. 12진법은 0, 1, 2, 3, …, 11의 숫자를 써서, 12씩 한 묶음으로 해 1자리 올리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1다스는 12개, 1피트는 12인치 해당하는 것 등이다. 10이 2와 5의 배수인 것에 대해, 12는 2, 3, 4, 6의 배수이므로, 수의 표시법으로서는, 십이진법이 십진법보다 우수하다고도 한다.

 고대 인디아인도 목성의 12년 주기를 알았고, 중국인도 목성을 세성이라 해 하늘을 살피는 기준으로 삼았다. 세성이란 년 도를 헤아리는 별을 일컫는 말이다. 다시 말해 목성을 시간적 흐름의 기준점이자 해의 구분표지로 생각한 것이며 그 흔적이 유세차(維歲次)라는 용어에 남아있다. 제사 등에서 읽는 축문에서는 시작을 유세차와 날짜 표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유`는 발어사로서 말을 시작할 때 내는 소리이며 `세차`는 `해(year)를 간지를 쫓아 정한 순서, 차례`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제문의 형식은 `단군기원 4천341년 세차기해년 정월` 이런 식으로 쓰고 읽어야 한다.

 서양에서도 이러한 정서를 바탕으로 하늘을 12구간으로 구분한 `황도십이궁` 개념을 만들었고, 12궁에 각각 별자리 이름을 적용해 12 성좌라고 했다. 서양인이 태어난 별자리에 애착을 갖는 것은 여기에 근거를 둔 문화이다. 황도십이궁은 황도 전체를 30°씩 12 등분 해 각각에 대해 별자리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춘분점이 위치한 물고기자리부터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의 12 별자리를 말한다. 태양ㆍ달ㆍ행성들이 이들 별자리 사이를 이동하는 것을 보고 고대오리엔트에서 점성술을 위해서 설정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동물 이름인 데서 수대(獸帶)라고도 한다. 2천년 전에는 실제로 이들 별자리들이 상징하는 시간에 맞춰 태양이 별자리들 사이를 지나갔다고 하나 그 후 세차운동 때문에 오늘날 태양이 지나는 위치와 시간은 다소 달라졌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태어난 날이 일생을 좌우한다고 믿어서 해와 달을 12로 구분해 십이지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쥐ㆍ소ㆍ범ㆍ토끼ㆍ용ㆍ뱀ㆍ말ㆍ양ㆍ원숭이ㆍ닭ㆍ개ㆍ돼지의 동물을 상징적 신으로 여긴 띠 신앙이 생겼다. 이때 띠 신앙은 신성하게 생각하거나 친숙한 동물들을 골라서 선정했기에 사람들 공감을 얻으며 널리 퍼졌다.

 삼라만상 우주 질서를 의미하는 12월은 묵은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정거장이다. 아쉬움과 설렘으로 다양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의 이별이 아름다워야 다시 마주하는 만남도 아름다울 수 있다. 나름 잘 보내고 있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가장 멋진 시간을 12월에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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