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명 참석… 부스행사ㆍ가두행진
광장 맞은편서 5천여명 반대 집회
장소 분리ㆍ경찰 중재로 마찰 없어
경남에서 최초로 열린 제1회 경남퀴어(queer)문화축제가 반대단체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남퀴어문화축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창원시청 광장 남측 중앙대로에서 ‘무지갯빛 해방물결 완성은 경남’이라는 주제로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부스행사, 행진 등으로 구성된 축제에는 1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성전환자) 인권을 보호하고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다.
오후 11시부터 시작된 부스행사에는 영남대ㆍ경상대 성 소수자 모임, 주부산미국영사관 등을 포함해 32개 부스가 참여했다. 각 부스에는 성 소수자를 알리는 상품들이 마련됐으며 축제 참가자들은 각 부스를 방문해 체험행사와 물품을 구매했다. 주부산미국영사관은 ‘LGBTI RIGHTS=HUMAN RIGHTS’ 문구가 적힌 에코백 200여 개를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영사관 관계자는 “성 소수자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에코백 등을 배부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성 소수자 부모모임 전숙경 씨(50)는 “퀴어문화축제가 서울 중심으로 열려 지방의 청소년들이 축제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지방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니 경남의 성 소수자 청소년들도 숨통을 틀 수 있는 날이 생긴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오후 4시부터는 핵심 행사인 프라이드 행진이 시작됐다. 축제 참여자들은 창원광장과 상남동 일대를 1시간 30분 동안 행진하며 성 소수자의 존재를 도민에게 알렸다.
같은 시각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등 도내 기독교ㆍ보수단체는 창원광장 북측 중앙도로 부근에서 퀴어축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5천여 명(주최 측 추산)은 퀴어축제, 동성애, 경남인권보장조례 반대를 주장했다.
반대 집회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도 참여해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지만 동성애를 반대할 자유도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을 친 김시온 씨(18)는 “동성애로 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을 국민 세금으로 치료하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퀴어문화축제와 반대단체 집회는 거리상 분리된 채 진행됐고 경찰이 곳곳에 펜스를 설치하는 등 중재에 나서 우려했던 마찰은 없었다. 반대 측 관계자 20여 명이 퀴어문화축제 행사장 인근까지 왔다가 경찰의 중재로 큰 마찰 없이 돌아가는 등 몇 번의 실랑이가 전부였다.
퀴어문화축제 측은 축제장 입구에 ‘집회 주최 측은 특정 단체의 집회 참가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4조를 기재,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바른가치수호경남도민연합 등 반대 집회 참가자 출입 금지’ 문구를 붙였다.
경찰은 8개 기동중대, 일선 근무 경찰관들로 구성된 18개 1단위 부대, 5개 여경 등 1천400여 명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