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6:41 (금)
[기획/특집]‘몰두하는 기쁨’ 가죽공예 취미로 수입까지 잡기를 바라죠
[기획/특집]‘몰두하는 기쁨’ 가죽공예 취미로 수입까지 잡기를 바라죠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12.0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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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민은아 대표(가죽공예학원 김해 ‘쪼마니’ )
민은아 대표가 쪼마니를 찾은 수강생들에게 가죽공예 수업을 하고 있다.
민은아 대표가 쪼마니를 찾은 수강생들에게 가죽공예 수업을 하고 있다.

대청고 앞 공방 4년째 운영 인형ㆍ다육공예 등 함께 가르쳐
수강생 위해 직접 내린 커피 대접 국비지원 훈련기관 전환 목표
수강생 금전 부담 덜어주려 노력 내달 6일 작품 전시회 개최

손재주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구나 차근차근히 배우면 공예 세계 빠질 수 있죠

 언제부터 우리는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금손, 손재주가 없는 사람을 곰손으로 비유하기 시작했다. 곰손인 사람들은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그중에서도 가죽공예를 하며 재주를 부리는 사람들을 황금손으로 대접한다. 선망의 대상이다. “손재주가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차근차근히 배울 수 있어요.” 김해시 대청동 대청고등학교 앞에 위치한 가죽공예 공방 민은아 대표의 말이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커피향이 가득한 대청천 앞, 민 대표는 가죽냄새가 진하게 묻어있는 가죽공방 ‘쪼마니’에서 공예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다는 민 대표는 내년이면 가죽공방을 운영한 지 4년에 접어든다. 가죽공방 ‘쪼마니’의 이름이 재미있다. ‘쪼마니’란 경상도 사투리로 작은 주머니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경상도 사람이라면 모두 알만한 방언이다. 지난 26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민 대표를 만나기 위해 쪼마니를 방문했다. 누군가는 가죽 재단을 하기 위해 입을 삐죽 내밀고 칼질에 몰두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바느질을 위한 구멍을 뚫기 위해 펀칭보드 위에서 망치를 탕탕 내려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원래 쪼마니는 카페와 가죽공방을 겸하는 공간이었어요. 커피를 마시는 분들이 가죽공예 수업을 감상하시다 수업을 듣게 되기도 하고 커피만 즐기러 오시기도 하셨죠. 지난 9월부터 쪼마니는 가죽공예학원으로만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수강생들을 위해 여전히 커피를 대접해 드리고 있어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활용한 그림 액자 작품.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활용한 그림 액자 작품.

 쪼마니는 인형 만들기, 프리저브드 플라워, 가죽소품 만들기, 다육공예 등 전반적인 공예 수업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쪼마니로 들어서면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가죽 가방이 한 쪽 벽을 장식하고 있고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또 다른 한 쪽 벽면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민 대표는 “드라이 플라워는 익히 알고 계실 텐데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심미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관리하기도 용의해서 선물용으로 인기를 끈 드라이플라워는 건조된 식품을 좋아하는 권연벌레를 꼬이게 해 언젠가부터 그 인기가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를 특수 보존 처리 용액으로 가공해 길게는 5년간 생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법입니다.”

 쪼마니로 들어서는 순간, 작은 액자 속 한 여인이 시선을 강탈한다. 하얀 용지에 무심하게 드로잉된 한 여인이 액자 속에 갇혀있다. 그 액자 위에 프리저브드 플라워 헤어밴드가 그녀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색다르고 감각적이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손가락 힘을 세게 줘 꽃잎을 만져도 꽃가루가 휘날리거나 부스러지지 않는다. 약간의 탄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충분히 매력적인 취미로 다가온다.

어린이들의 오감발달에 좋은 다육공예.
어린이들의 오감발달에 좋은 다육공예.

 가죽 가방이 진열된 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민 대표는 “입문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가방부터 1차적인 패턴을 벗어난, 안감의 자유로운 구사를 통해 상위레벨의 기술이 접목된 가방까지 다양한 가방을 작업하실 수 있답니다. 단순히 실용성을 갖춘 가방도 있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좀 더 폭넓은 교육이 요구되는 제품도 있습니다. 이 가방은 상부, 하부, 안감, 핸들, 메인바디 등의 패턴이 필요하지만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만든 가방들이에요”라고 말했다.

 가죽공예는 흔하지 않으며 고가의 상품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취미 중에 하나로 부상했다. 그러나 선뜻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람들은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그 중 첫 번째는 ‘비쌀 것’이라는 이유와 두 번째는 ‘어려울 것’, 마지막은 ‘손이 아플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민은아 대표가 수 작업한 가죽 가방과 카드지갑, 키링 등이 전시돼 있다.
민은아 대표가 수 작업한 가죽 가방과 카드지갑, 키링 등이 전시돼 있다.

 민 대표는 “가죽공예 입문자는 수업료가 부담이 되는 게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민 대표는 지금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 중이다. 민 대표가 카페 겸 공방에서 갑자기 카페를 운영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따로 있다. 몇 년 동안 잘 운영하던 카페를 하루아침에 정리하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자 한다.

 민 대표는 “쪼마니 공예 학원을 국비지원 사업 운영 훈련 기관으로 전환해 구직자 지원 사업에 참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구직자 지원 사업으로는 내일배움 카드제,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청년취업아카데미, 기타 고용부 훈련 등으로 나뉜다. 국비지원사업 훈련 기관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선정기준이 까다롭다. 카페와 같은 사업과 학원을 동시에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이러한 조건 중에 하나다. 이러한 까닭에 민 대표는 카페가 아닌 공예학원 만을 운영하고 있다.

 가죽공예는 처음 기초부터 잘 배워야 실력이 쌓인다. 민 대표는 “누구나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면 가죽 공예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갑이나 인형과 같은 작은 소품부터 하나씩 만들어 보세요. 가죽공예가 손에 익으면 가방이나 핸드백처럼 섬세하고 복잡한 제품에 도전해 볼 수 있어요. 시간이 흐르면 디자인에서도 자유도가 높아질 수 있겠죠. 처음부터 명품 백을 따라했다가는 작업 중 잠깐의 실수로 가죽에 생채기를 내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소재를 통으로 날려야 하는 불상사를 경험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곰손, 금손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죽공예에 좀 더 적합한 성격은 있다. 성격이 꼼꼼할수록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죽공예를 배우는 수강생들을 위해 직접 원두커피를 내리고 있는 민은아 ‘쪼마니’ 대표.
가죽공예를 배우는 수강생들을 위해 직접 원두커피를 내리고 있는 민은아 ‘쪼마니’ 대표.

 이제 막 작업을 마무리하고 공방을 나서려는 한 수강생에게 말을 걸었다.

 진해에서 일주일에 2~3번씩 쪼마니를 방문한다는 이형숙 씨(48)는 “무엇보다, 비용을 떠나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죽공예의 매력인 것 같다. 작업 중 오롯이 몰두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제가 거주하는 진해에도 몇 군데의 공방이 있지만 제게 맞는 공방은 이곳인 것 같다. 이곳의 분위기가 작업할 때 편안함을 안겨 준다. 자신에게 맞는 공방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방 구석, 벌써 꽤 오랜 시간 몰두해 작업을 하고 있는 또다른 수강생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정미향 씨(52)는 민 대표와 함께 가죽 공예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정미향 씨가 가죽공예를 해온 지는 3년, 더 이상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지만 그녀는 꾸준히 이곳에서 작업을 한다. 가죽 공예 정보를 공유하고 가죽공예에 필요한 재료를 공동 구매하기도 한다.

 정미향 씨는 “가죽공예를 통해 만든 작품은 희소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물을 했을 때 인기 만점인 것 같아요. 소중한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작품을 선물하는 편이에요. 제가 만든 가죽 제품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고 그것을 선물 받은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매우 보람차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보다 더 정성 어린 선물이 어디 있을까요. 또한 공방에서 만난 수강생들과 같은 취미를 서로 공유하는 것도 즐겁습니다”고 말했다.

 가죽공예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민 대표는 지난 7월부터 9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한 2019동아리문화 예술교육지원사업에 참가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지난 3개월간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예술교육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가죽버닝, 캘리그라피, 가죽 수채화 등의 교육을 받았어요. 저는 가죽공예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수익창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수강생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어요. 다음 달 6일에는 그동안 우리 동아리 회원들이 열심히 작업해온 가죽공예 제품을 전시하는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가죽공예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망설이지 마시고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죽공예는 몸의 힘을 많이 쓰는 작업이기 때문에 체력이 좋은 편이면 물론 도움이 된다. 그러나 ‘손이 아플 것’이라는 단순한 편견은 옳지 않다. 민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가죽에 손바느질을 한다고 하면 손에 무리가 많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사실, 바늘이 지나가는 구멍을 망치질로 미리 뚫어놓고 바느질을 하는 것이라 마치 뜨개질과 비슷한 원리라고 말해도 될 것 같아요.”

 몰입은 뇌를 활성화시키고 기억을 더욱 세밀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죽공예는 깊은 집중이 동반되는 즐거운 경험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슬럼프를 겪고 매너리즘에 빠지곤 한다. 가죽공예는 순수한 성취감과 진지한 몰두가 있는 취미다. 업무 외에 온전히 자신을 위한 취미로 가죽공예는 어떨까. 나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취미 한 가지씩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해시 번화 1로 19번길 22-1 쪼마니 가죽공예학원. 문의 민은아 대표 010 2553 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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