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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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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12.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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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김경수 경남지사님, 도민 목소리 듣기 원하신다면…

 대화(對話)는 마주 대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경남도청 내에서 간부회의 문화를 바꾸고 소통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토론식 회의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경남도지사의 도정 철학이라는 정해진 틀 속에서 이뤄지는 토론의 특성상 한계는 분명했다. 경남도청 간부회의든 확대간부회의든 별반 다를 바 없다.

 지금껏 회의를 봐도 어느 누구 하나 도정에 비판적인 말을 한 실ㆍ국장을 본 적이 없다. 각 실ㆍ국마다 업무추진을 하는 데 있어 정무라인과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그런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발언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경남도지사가 취임하고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경남은 여전히 위기상황이다. 조선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불황에다 경남의 특화산업인 원전 및 방산 등의 경제성적표는 수직낙하 그 자체다. 그 파장은 청년의 탈 경남, 자영업위기를 몰고 왔다. 또 주택미분양과 상가 공실률 등 전 분야는 아직도 어둠이 짙은 상태다. 민생경제 도정을 감안할 때 위기라고 하더라도 리더의 정확한 상황 인식과 진정성 담긴 소통, 그리고 도민의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경남도에는 이 모든 것이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가 관심을 끈 것과는 달리, 대화가 아닌 팬 미팅이라는 힐난은 의사전달에 가까웠다. 하지만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국민들 중 다수는 신청기간, 신청방법, 패널 선정절차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주관한 언론사는 질문자를 현장에서 무작위로 지명한다고 했지만, 패널 300명을 신청자 중에서 무작위로 뽑겠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신청자들이 보낸 질문지와 사연을 보고 스토리가 있는 사람을 선별했다는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답변에서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같은 맥락일 수도 있겠지만 각료 또는 수석보좌관 회의를 넘어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한 그 자체는 신선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과의 대화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때문에 경남도정도 도민과의 대화를 기대한다. 도지사는 드루킹 재판으로 인한 구속과 보석 이후 한동안 외부행사가 뜸했지만, 7월 취임 1주년을 맞아 김해공항 재검증→ 백지화→ 가덕도신공항으로 읽히는 정치적 발언과 함께 각종 행사 참석 횟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물론,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는 것은 구속 이후 떨어진 도정추진력을 높인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업체 대표, 각종 단체관계자 등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행사 성격상 현안해결과는 먼 거리란 사실을 감안하면, 진정 도민의사를 파악할 방법이 아닌,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그들과의 관계는 통상적 수준에 그칠 뿐이다. 그렇다고 도청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각종 회의가 ‘답’도 아니다. 내부회의를 아무리 해봐야 리더 맞춤형 ‘답’이며 도민의견과는 먼 거리다.

 간부회의 등 다양한 분야의 회의가 수없이 개최돼도 도지사의 도정 철학과 방향에 어긋나는 발언을 할 공무원은 없다. 도 간부들은 누가 지사가 되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승진이나 부단체장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결코 진정성 있는 의사발언, 즉 직언을 않는다. 그렇다고 행사에 초청받거나 위원으로 추천받은 외부 인사들의 성향도 도지사의 코드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기대할 게 별로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넘어서 도민의 진솔한 의견을 듣고 싶다면,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으니, 민심을 전할 수 있는 언론과의 대화를 통해 도정현안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김 지사 취임 이후, 언론과의 만남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취임 100일을 지나 실시한 기자회견, 올해 신년 기자회견,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가 전부다. 그것도 내용도 도민이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 하는 질문과 답변이 아닌, 취사선택적인 것에 시간을 할애, 의사전달에 불과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도민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가능케 할 언론과의 대화가 더 필요하다. 물론, 폐해도 있을 수 있다. 언론이 특권에 집착하고 반칙을 하려는 잘못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귀찮고 모욕적으로 느끼더라도 언론 시스템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언론을 비난하는 트윗을 하면서도 무례할 정도의 질문이라도 꼬박꼬박 답을 한다.

 김 지사도 기자회견이 요구되는 이유다. 측근, 공무원, 지지단체 등과의 대화는 도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역대 어느 도지사보다 소통을 강조하고 도청 조직도 소통에 중점을 두고 개편할 정도이지만, 현 도정시스템으로는 의사전달에 치우칠 뿐 팍팍한 삶에 찌든 도민의 진정한 목소리를 전해들을 수 없다. 이제 12월이다. 연말이든 연초이든,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도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친절한 미소와 예의 바른 손짓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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