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맛ㆍ질 손색없지만 전국 브랜드 만드는 전략 필요하다
[기획/특집]맛ㆍ질 손색없지만 전국 브랜드 만드는 전략 필요하다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9.11.2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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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명품 남해 시금치 대외환경 경쟁력 확보 방안
대구ㆍ경북 이남에서 선호도ㆍ인지도가 높은 남해 시금치 재배 모습.
대구ㆍ경북 이남에서 선호도ㆍ인지도가 높은 남해 시금치 재배 모습.

경남부산ㆍ대구경북서 으뜸 군ㆍ농협서 농가지원책 마련
가락시장서 상품성 인정 받아야 대형마트 재입점 다시 추진을

 보물섬 남해군은 지난해와 같은 시금치가격 폭락을 맞지 않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2019년 남해시금치 유통대책 회의를 지난 14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장충남 남해군수를 비롯해 고원오 농협남해군지부장, 지역농협장 그리고 생산자단체 및 지역유통업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시금치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열린 유통대책회의란 점에서 내용을 떠나 모든 주체가 함께 고민한 자리였기에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유통대책을 고민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해시금치의 대외환경에 대한 진단자료(타 지자체 현황, 대도시 시장 환경 등)가 거의 없었다는 점과 실제 남해시금치를 사들여 시장에 판매를 하고 있는 일선 중매인들의 생생한 생각을 듣지 못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유통은 대외적 환경이나 일선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기자는 매년 10억 원 이상 남해시금치를 사들여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정덕기 중매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외지중매인, 그리고 농협관계자를 만나 남해시금치의 대외환경과 경쟁력 확보 방안을 물었다. 명품 남해시금치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남해 시금치밭에서 시금치를 수확하는 모습.
남해 시금치밭에서 시금치를 수확하는 모습.

 △ 중매인이 말하는 현재 남해시금치 위상

 노지와 시설하우스 시금치 두 종류 모두를 감안하면 시금치 재배지는 사실상 대한민국 전역이다.

 그러나 대도시 소비자가 알아주는 시금치는 뭐니 뭐니 해도 현재까지 노지재배 시금치이다.

 노지시금치로 특화된 곳은 남해군, 신안군, 고성군 정도이지만 현재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에 새 소득 작목 등으로 시도되면서 재배지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반면 기존 노지시금치 주산지는 노령화와 땅값 상승 등으로 재배지가 줄어들고 있다.

 한산섬 거북시금치가 그 한 예이다.

 그러나 중부지역 위로는 사계절 시금치 공급이 가능한 시설하우스 시금치재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지역에서조차 시금치재배에 나서고 있다.

 이런 면에서 전체적으로는 시금치 공급량이 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노지시금치 중 남해시금치의 위치를 논하자면 대구ㆍ경북, 부산ㆍ경남 지역에서는 남해시금치 브랜드가 으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서울ㆍ경기ㆍ대전지역에서는 단연 신안군 비금초 브랜드가 유명하다.

2019년 시금치 초매식이 열렸다.
2019년 시금치 초매식이 열렸다.

 △ 서울 가락동시장, 상품가치 결정 바로미터

 대한민국의 농산물 브랜드와 상품가치는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사실 결정된다.

 이는 가락동 시장에서 결정된 이미자나 가격이 대체로 그 농산물에 대한 전국적 가치기준이 된다는 의미이다. 남해시금치는 맛과 질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상품이다. 그러나 남해시금치는 대구ㆍ경북 이남에서 선호도나 인지도가 가장 높은 반면 서울ㆍ경기지역에서는 별반 인지도가 높지 않다. 이는 맛과 질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세월 산지경매가 그 어느 곳보다 활성화된 남해군이기에 물류비가 많이 드는 서울 가락동까지 물건을 뽑아 올릴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이유가 크다.

 반면 산지경매가 없었던 신안군은 농협 계통출하 방식으로 농가의 이름을 달고 전량 이곳 서울 가락동으로 집중 공급하다보니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비금초를 알아주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가락동으로 올린 상품의 품위에도 양 시금치에 근본적 차이가 있었다.

 신안 비금초 벌크의 경우 손바닥 크기의 시금치를 대체로 균일하게 선별해 모양도 괜찮게 만들어 가락동에 유통시킨 반면 남해시금치 벌크의 경우는 주로 (산지 및 외지)중매인들이 단작업 후 남은 상품이나 큰 것과 작은 것이 혼합된 산지벌크를 그대로 가락동으로 올려 보내는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지금도 중매인 위주의 벌크 물량들이 가락동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때 남해지역 농협과 지역시금치클러스터사업단에서 홍수출하 방지와 물량분산을 위해 가락동시장을 공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운임비, 박스값, 상장수수료 등 제반비용을 제하면 오히려 산지경매보다 수익성이 낮아 사실상 사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가락동시장에서 남해시금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서울ㆍ경기지역에서 으뜸으로 자리 잡으려면 처음에는 손해가 가더라도 매년 품위 좋은 물건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진입시켜야 한다.

 한두 번의 노력으로 비금초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명한 사실은 대구ㆍ경북 이남지역은 인구감소에 따라 재래시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어 남해시금치의 경우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서울ㆍ경기지역을 반드시 뚫어내어야 한다. 더군다나 서울 가락시장은 대한민국의 농산물 브랜드와 상품가치를 재는 바로미터이기에 남해시금치의 상품가치 및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라도 서울ㆍ경기지역공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안하자면 남해군과 농협에서 산지 경매가에 비해 손실이 나는 만큼 농가에 지원책을 마련한 뒤 매년 상품성 있는 시금치 100t을 지속적으로 가락시장으로 올려 제대로 평가받고 대한민국 대표 시금치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현재 단 작업 남해시금치는 가락동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크기가 제각각인 품위가 떨어지는 벌크 진입으로는 서울, 경기지역에서 남해시금치의 브랜드 가치향상은 요원하다. 쉽게 말해 비금초 벌크는 상인이 작업한 것이 아니라 계통 출하한 농가가 상품규격에 맞게 올린 물건인 반면 남해 벌크시금치는 상인들이 다시 작업한 뒤섞인 상품들이 주류여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마트에 납품되는 보물섬 남해 시금치.
마트에 납품되는 보물섬 남해 시금치.

 △ 대형마트 재입점 선택 아닌 필수

 2008년 농협과 남해군이 노력해 농협하나로마트와 전국 이마트에 납품을 시작해 21억 원(842t)을 올렸고 2009년에는 홈플러스까지 납품해 37억 원(1천500t)의 소득을 올렸다. 이후 습해 피해로 물량을 맞추지 못해 이마트와 홈플러스 납품 건이 무산된 일은 산지경매가 지지를 위한 물량분산 측면에서도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노지시금치 중 전국 최대생산량과 최대농가수를 자랑하는 남해군 특산품 남해시금치는 대형유통업체 입점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물량분산을 통한 산지경매가 지지로 지역농가의 소득향상이라는 실질적인 이점도 이점이지만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갖는 상징적 파급효과도 유통분야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중매인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재래시장의 쇠퇴와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둔화, 더 이상 늘지 않는 중매인수 등을 감안하면 남해 농가를 위해서라도 농협과 남해군은 반드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남해시금치의 맛과 질은 중매인들이 보장한다. 다만 상품성 있게 작업한다면 서울경기지역에서도 선전할 것이 분명하다. 최대 노지 시금치 생산지인 만큼 대형마트 재입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 값을 더 주더라도 사고 싶은 상품

 현재 산지경매에서 돈을 더 주더라도 사고 싶은 상품은 벌크보다는 단 작업된 박스상품이다.

 물론 단 작업된 박스상품이라 하더라도 가격차이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안이 보이지 않는 벌크보다 단 작업된 박스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벌크를 사서 인건비를 들여 다시 분리작업을 하거나 혹시나 있을 속박이를 버리지 않고도 오롯이 무게 그대로 상품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 작업 상품에도 가격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생산자가 시금치를 캘 때부터 뿌리까지 정성을 다해 캐고 단 작업시에도 되도록 규격화시켜 보기 좋게 만드느냐 산지경매장에 올 때까지 변질 없이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기는 가격차이이다. 대체로 밭 시금치나 논 시금치를 섞거나 이웃농가 시금치를 혼합해 단 작업을 하면 상품성 떨어진다. 중매인들도 벌크를 가져가 직접 단 작업을 하기에 알 수 있다. 시세는 우리 중매인도 알 수가 없다. 그날 산지경매에 가봐야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사고 싶은 물건은 돈을 더 주더라도 서로 경쟁하기에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중매인들이 물건을 살 때 현장 물건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해당 농가 이름을 보고 판단한다.

 예를 들자면 어느 지역 어느 농가는 전답에서 시금치를 캘 때도 무조건 캐는 것이 아니라 칼로 깊이 캐고 묶으면서 뿌리를 가지런히 자르고 세척 후 그늘에 잘 보관한 후 경매장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중매인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알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사실 속박이도 거의 없다. 농가의 이름을 보고 산다는 말이 이런 의미다. 가격을 잘 받는 농가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군내 설천 지역뿐 아니라 최근 서면 남상ㆍ중현 일대에 단 작업된 박스 상품이 산지경매에 많이 나오는 것도 힘들지만 벌크보다 가격면에서 낫기 때문이다.

 노동력이 되는 농가는 되도록 단 작업 상품을 출하하는 것이 소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벌크의 경우 산지경매에서 산 벌크 그대로를 팔기도 하고 다시 단 작업을 해 팔기도 한다.

 어쨌든 물건을 풀어보면 좋거나 하자가 있거나 간에 어느 농가의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10㎏ 벌크이지만 단 작업시 32단(300g기준)나오는 게 있고 30단, 심지어는 25단이 나오는 게 있다. 큰 것과 작은 시금치가 혼합되어 있거나 밭 시금치와 논 시금치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 그리고 속박이가 있는 경우 버려지는 시금치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농가에서 되도록 고르게 넣어주면 단이 제대로 나온다. 어제 이 농가 물건을 작업해보니 좋더라 하면 다음날도 그 농가 시금치를 사게 된다.

 벌크에 담는 경우 되도록 밭 시금치와 논 시금치를 구분해 담고 크기가 비슷한 균일한 상품을 담아 햇볕에 노출시키지 말고 출하한다면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작업 박스 출하를 선호하는 현장 농가들에 따르면 가락시장 등 법정도매시장이 아니라 산지경매에 내는 박스이기에 남해군에서 따로 박스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타 지역의 경우 산지경매에도 박스값을 지원해 산지공판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법 해석에 차이는 있겠지만 남해군과 농협에서 산지경매활성화를 위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

 △ 산지경매활성화… 시금치중매인 늘리려면

 매년 농협이사회가 열리면 더 많은 시금치중매인 확보를 조합에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중매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이제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중매인 사정은 중매인들이 잘 안다. 중매인들의 주요 거래처였던 재래시장이 쇠락해 지금은 이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재래시장에 중소마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어려워도 시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5t 차량 구입부터 초기 투자비가 너무나 많이 소요된다. 여기다 중매업의 특성상 외상도 주어야 하기에 중매인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5년 전만해도 중매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그걸로 사실 끝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금치 재배지마다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산지경매가 앞으로 10년 버틸 수 있을까하는 우려마저 든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대형마트 유통선을 늘려야 한다.

 중매인 입장에서는 남해시금치가 다른 방식으로 빠지면 산지물량이 줄어드니 유리하지 않겠지만 농가를 생각하면 유통흐름을 빨리 읽어 소득을 보전 받도록 해야 한다. 다방면 판로개척의 필요성을 말씀드리는 것이다. 또한 농가 주도의 계통출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그나마 중매인을 늘리려면 중매인에 대한 지원과 복지에도 농협과 남해군이 나서주었으면 한다. 사실 남해시금치의 경우 중매인들이 전체 생산물량의 80%를 사들여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그 세월이 벌써 20여 년이다. 남해시금치가 지금까지 성장한데는 농가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중매인들의 남모르는 역할이 무척 컸다. 갈수록 줄어드는 중매인을 타 시군에 뺏기지 않으려면 그리고 산지경매제를 가장 발달시켜온 남해군이 그 명맥을 유지하려면 상응한 지원이 검토되고 뒤따랐으면 좋겠다.

 한 사람이라도 더 남해에 중매인 내려왔으면 하는 바람은 현지농가나 현업 남해시금치중매인이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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