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1:21 (토)
원칙의 잣대는 공명해야 한다
원칙의 잣대는 공명해야 한다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9.11.25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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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부 국장대우 박성렬
지방자치부 국장대우 박성렬

 남해군에서 6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국회의장까지 역임한 박 모 의원(82)의 유명한 일화가 뇌리를 스쳐 간다. "내가하면 로맨스이고 남이하면 불륜이다"는 원조 `내로남불`이 문득 생각난다.

 지난 16일, 남해공설운동장에서는 올 한해 군민들을 위해 각 부서에서 불철주야 노력해 온 남해군 전체 공무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직원들의 화합을 다지는 직원 한마음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우선 이달 초 막을 내린 제27회 군민의 날 및 화전 문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자축하고 또 군민의 날 행사 외에도 각종 군 주관 행사 및 지역축제에서 군민은 물론 남해를 찾은 관광객들의 즐거움과 편의 제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ㆍ봉사해 온 남해군 공무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의 행사가 공무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을 두고 굳이 예산을 들여가면서 이런 행사를 할 필요가 있는가를 따지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해군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봉사자`인 것은 분명하나 그들이 `머슴`일 필요도 `공복`일 필요도 없다. 다만 그들에게 부여된 공직자로서의 사명으로 충실히 국민을 위해 일하되 그들 또한 여타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봉사하고 헌신한 만큼에 응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그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며 때로는 그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여느 군민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동료 시민`으로서 인정받고 그들이 하는 일이 존중받는 사회 풍토가 조성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직원 한마음대회는 이런 필자의 굳은 생각이나 이번 행사의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반 군민들의 시각에서는 불편할 만한 모습이 빚어져 편치 않은 마음으로 고언(苦言)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이번 행사 진행 과정에서 남해군은 그간 민간 등이 군내 공공 체육시설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할 경우 이들 공공시설 내 화기 및 취사도구 반입이나 잔디 구장 내 시설물 설치 등을 금지해 온 남해군 나름의 원칙을 스스로 무참히 깨뜨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행사를 위해 A 마트에서 생필품과 음료수 등을 필요 이상으로 가져와 뒤늦게 반품을 하는 등 지역민들의 눈살을 샀다. 이를 두고 남해 군내 체육 관계자와 군민 등은 물론이고 시설을 활용해 행사를 주관해 왔던 군민들 사이에서는 "공무원 특권의식의 발로이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고 군민 모두가 비판하고 있다.

 남해군 행정과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행사 준비과정에서 시설관리 주무부서인 남해군 체육시설사업소와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쳤고 피해가 없다는 판단하에 행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으나 정작 시설관리부서인 남해군 체육시설사업소는 "협의 과정에서 화기 반입과 잔디 구장 내 천막 설치 및 쇠말뚝을 이용한 고정 행위 등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간 시설관리 업무 과정에서 민간 행사 등에서 이 같은 행위 제한을 해 왔던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비판의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남해군 체육시설사업소는 결과적으로 이 같은 행위가 빚어진 것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행사를 주관한 행정과는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볼멘 입장이다.

 그래서 그동안 남해군은 민간 주도 행사에서 시설 내 화기 반입, 잔디 구장 내 생장 방해 및 훼손 행위를 금지해 온 것은 어떤 규정과 어떤 조항에 따른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공정(公正)`이라는 가치가 중요한 사회적 담론으로 부각됐다. 공정이라는 개념을 두고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논의와 해석이 오가고 있지만 상식의 선에서 보건대 공정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공평하고 올바른 상태`를 말한다. 공정의 기준은 보편적으로 타당하고 누구에게나 수용될 수 있는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인엄기(寬人嚴己)라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뜻의 성어이다.

 올 한해 수고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화합을 다져 다시 군민들에게 봉사할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의 이번 행사 이후 남해군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고 이 같은 지적이 불편할 수 있겠으나 스스로 주장해 온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모두가 지켜야 할 원칙은 힘을 잃는다.

 그동안 체육시설 관리 조례 등 제 규정에 명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해군의 행위가 정당한 것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향후 민간 행사에서도 남해군 주관행사와 같은 잣대로 시설 이용의 제한을 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남해군 700여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다가오는 2020년에도 남해군 발전을 위해 전체 공직자들은 열과 성을 다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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