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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길 터주기`가 일상 되는 대한민국
`소방차 길 터주기`가 일상 되는 대한민국
  • 김동권
  • 승인 2019.11.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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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소방서장 김동권
양산소방서장 김동권

 꽉 막힌 도로에서 사이렌을 켠 119구급차가 진입하자 자동차들이 도로 양옆으로 퍼지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긴급차량을 위해 도로 위의 차들이 양보하는 것을 `모세의 기적` 이라 부르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적`이라고 불리는 `소방차 길 터주기`가 해외 다른 나라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된 2014년 한 방송국의 프로그램 방송 영상 중 구급 차량이 긴급출동 중이지만 그 앞에서 미동도 없는 일반 차량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방송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소방차 길 터주기`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소방관서에서도 꾸준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통해 소방차에 대한 양보개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국민이 소방차에 양보하도록 변했다면 `모세의 기적`이라는 단어가 지금까지 이슈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속적인 홍보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도 불구하고 화재 현장 직전에서 소방차를 가로막는 차가 있고, 병원으로 급히 이송 중인 구급차를 막아 세우는 사람이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차량 양보 의무 위반 시 처벌토록 하는 법령이 있었으나 효과가 미비했다.

 필자 또한 소방공무원으로서 현장 활동을 하면서 소방차 양보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많았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양보 안 하는 차량을 보면 오히려 마음이 더 급해지지만 손쓸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사이렌을 켜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소방차량을 보고 당황해 도로 위 제자리에서 정차하는 차량을 본 적도 있다. 이런 경우 소방차 양보가 아닌 소방차 방해가 될 수 있다. 만약 1차선 도로에서 소방차량을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차량을 도로 우측의 가장자리에 붙여 소방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자. 2차선 도로일 경우에는 1차선을 비워주고, 3차선 이상의 도로이면 일반 차량은 1, 3차선으로 이동해 2차선으로 소방차량이 통행하도록 양보해야 한다.

 만약 내 집, 이웃의 집에 불이 나서 소방차량이 출동 중이라면? 만약 구급차 안에 사랑하는 내 가족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면? `소방차 길 터주기`는 단순히 도로를 양보하는 게 아닌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사회적 개념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흡연에 대한 개념도, 이전에는 당연하던 흡연습관이 지금은 건강을 생각해 조심스러운 행동이 됐다. 소방차 길 터주기 또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변화로 대한민국에서 `기적`이 아닌 `일상`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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