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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다이아몬드를 말하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를 말하다
  • 이광수
  • 승인 2019.11.1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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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2005년 영국의 <프로스펙트>와 미국의 <포린폴리시>는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지식인` 중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를 아홉 번째 인물로 공동 선정했다. 문화 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인 그는 82세의 나이에도 현재 UCLA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라틴어, 그리스어, 독어, 프랑스어, 러시아 등 수개 국어를 구사하며 해박한 지식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인류문명의 대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시대변화의 패러다임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고 인류사회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세계적인 석학들은 많다. 한국에 그들의 저서가 번역 소개돼 밀리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되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친 명저들은 지금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보화시대를 예고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 피터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새뮤엘 헌팅턴의<문명의 충돌>,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 알아주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이밖에 셀 수 없이 많지만 필자가 깊이 탐독한 저서 중 일부다.

 최근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전작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3부작 출간 이후 6년 만에 <대변동: Upheaval>을 출간했다. 그의 저서를 접한 독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부담감이지만 그의 저작들은 한결같이 700쪽을 넘는 부피라 독파하려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이번에 출간한 <대변동>은 그의 저서를 애독하는 한국 독자가 많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한글 서문을 달았으며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그는 서문에서 자신이 재직 중인 UCLA 지리학 강의에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수강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역사 문명을 추적한 전작 3부작에 대한 내용은 이미 지상 보도나 서평들을 통해 언급됐기에 중복설명을 피한다.

 <대변동>의 키워드는 위기와 선택과 변화이다. 그는 이 책에서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에 대해 중점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의 선택지와 변화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는 국가 중심이 아닌 개인의 위기라는 렌즈를 통해 국가의 위기를 보는 것이 유익함을 강조한다. 이런 문제접근 방식의 이점으로 자신의 연구 경험에 비춰볼 때 개인의 위기가 비역사학자에게는 더 친숙하고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위기를 자신과 관련지을 수 있어서 그 위기의 복잡성을 이해하기가 용이하다고 한다. 물론 국가적 위기의 성격과 개인적 위기의 성격은 다를 수 있다. 국가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범국가적 차원에서 집단 상호작용과 집단의사결정이 필요하지만, 개인의 경우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학자들은 개인의 위기 연구 성과에서 다양한 결과를 통해 국가의 위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요인을 찾아내는 출발점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개인적 위기와 국가적 위기를 비교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대변동>에서 분석한 위기 극복대상 케이스 스터디 국가는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독일이다. 그리고 이 국가들의 사례연구를 통해 장래 미국과 세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당면과제로 정치경제의 양극화, 불평등과 사회경제적 신분 이동의 제약, 유권자의 투표 불참 문제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 미래에 대한 투자의 불확실성 등을 적시하면서, 멕시코와 국경장벽을 쌓을 게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는 울타리를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의 세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핵무기 폭발, 기후변화, 세계적 자원고갈, 세계적 차원의 생활 수준 불평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과거 국가 위기 극복의 해결사 역할을 했던 리더에 대해 지도자의 결정력보다 많은 세부항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요즘 역사학계의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지도자는 이미 국민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견해를 반영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에만 영향력이 있다고 했다. 즉 지도자는 역사의 여러 요인이 결정하는 제한된 선택지 중에서 선택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 요즘 역사학계의 이론이라고 말한다. 국가지도자의 높은 도덕성과 리더십,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성만을 강조하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자신이 역사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방향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과거에 효과를 발휘한 변화와 그렇지 않았던 변화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변동의 핵심의제인 위기와 선택과 변화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 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를 여러 국가 사례연구 결과로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의 전작 3부작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가 역사 문명을 추적한 역작이라면 <대변동>은 그가 60년 동안 집요하게 추적한 인류문명 연구의 총결산편이라고 할 수 있는 걸작이다. 우리가 처한 암울한 현실을 타개할 지혜가 만재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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