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8:29 (금)
[기획/특집]저출산 문제 해결 ‘함께 육아’가 정답… ‘아빠 육아’ 어때요
[기획/특집]저출산 문제 해결 ‘함께 육아’가 정답… ‘아빠 육아’ 어때요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11.1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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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하태욱 씨 <김해 장애인 거주시설 사회복지사>
시온이와 놀아주는 하태욱 저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시온이와 놀아주는 하태욱 저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아빠 육아 처음이지?’ 책 발간 화제
자신의 육아 경험 책에 녹여내
독자 타깃은 예비부모ㆍ예비 조부모
젊은 층 결혼ㆍ출산 인식 변화돼야

“두 번 시험관 시술로귀하게 얻은 아들을
홀로 육아로 키우는 건가화만사성 못 이뤄”

 대한민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퍼센트대에 진입하면서 10년간 정부가 출산장려를 위해 100조 원이라는 예산을 투자한 것이 무색한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결과로 현 우리나라의 저출산율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저출산의 원인에는 요즘 젊은 층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인식 변화로 실제 혼인율과 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김해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는 하태욱 씨가 ‘아빠 육아 처음이지?’ 책을 펴내 이목을 끌고 있다.

 하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3살 된 아들이 있어요. 몇 년간 난임으로 고생을 하던 아내와 저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기로 결정했죠. 한 번의 유산….” 잠깐의 정적을 뒤로 하고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로부터 2년 뒤 우리 시온이를 가지게 됐어요. 시험관 아기 시술 2번 만에 귀하게 얻은 아이예요”라며 이 책은 자신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고 했다. 하씨가 아들 시온이 얘기를 꺼내자마자 그의 큰 눈이 호수처럼 잠깐 일렁거렸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가까스로 눌러 담은 하씨는 이어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아빠 육아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우리사회에서 육아는 오로지 여성의 몫이었잖아요. 그러나 현시대에서 육아는 더 이상 여성이 혼자 짊어질 짐이 아니잖아요”라며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저자 하태욱의 ‘아빠 육아 처음이지?’ 책 표지.
저자 하태욱의 ‘아빠 육아 처음이지?’ 책 표지.

 그렇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공동육아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또 ‘아빠 육아’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아빠 육아 전성시대를 맞게 됐다. 한 예로 최근 6주년을 맞은 KBS2 편성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장수 예능으로 자리를 잡았고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남성의 육아가 주는 긍정적인 변화와 남성육아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많은 시청자들과 초보 부모들에게 귀감이 됐다.

 하씨는 “책을 집필하기 전에 사전 조사 겸 아빠 육아와 관련된 책을 많이 찾아봤어요. 시중에 정말 많이 육아 책이 출시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갓난아이를 보게 될 예비 부모들을 위한 육아 책은 드물더라고요. 이 책은 예비 부모와 조부모님들을 위한 책이에요”라며 “우리 부모님 세대 때와 현재의 양육환경이 매우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이웃 간 교류와 소통이 남아 있어 이웃들이 육아를 도와주던 시절이었죠. 이웃 간의 교류와 소통이 줄어들고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육아 환경이 변하게 됐죠. 이 책을 읽으신다면 손주를 보시는 조부모님들의 양육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하씨의 프로필 사진은 조금 화려하다. 사진 속 그는 분홍색의 화려한 반짝이 의상을 입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씨는 “이 사진은 가요제 참가를 위해 찍은 사진인데 제가 지은 책의 프로필 사진으로 쓰이게 될지는 몰랐네요(웃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가라면 조금 고독하고 조용하며 보수적인 성향을 띄진 않을까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이미지를 깨뜨리고자 조금은 화려한 사진을 선택하게 됐죠”

 하씨는 저출산의 원인을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 한국 노동 시장 문제,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등의 이유로 꼽았다. 저출산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유럽에서도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의 한 경제학 교수는 각각 유럽 각 국의 출산율 데이터를 분석,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남성이 육아를 분담하는 비율이 낮았고 결국 여성이 육아를 전담한다는 이른바 ‘독박육아’ 현상이 나타났다. 독박육아가 많은 국가에서는 여성이 재 출산을 거부하는 확률이 높았고 반면에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남성이 더 많은 육아를 분담하고 있었다.

하태욱 저자의 아내와 아들 시온이의 가족사진.
하태욱 저자의 아내와 아들 시온이의 가족사진.

 책은 △아빠 육아 전성시대 △행복한 가정 별거 없다 △좌충우돌 아빠 육아 △아빠 육아 필살기 △대한민국 아빠, 엄마들에게 5가지 목차로 나뉜다.

 하씨는 ‘독박육아’라는 단어 대신 ‘홀로육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또 독박육아의 반대어를 ‘함께육아’라고 표현한다. “독박육아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매우 공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독박육아 대신 홀로육아라는 말로 대체했죠.” 10여 년 경력의 사회복지사이자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MC인 하씨는 홀로 육아에 지친 아내를 돕는 아빠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육아와 관련된 책을 집필했다. “아내에게 홀로 육아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아빠들에게 제 경험을 바탕으로 유용한 팁을 담았어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출산율의 문제도 홀로 육아보다는 함께 육아의 풍토로 바뀐다면 나아지지 않을까요?”라며 함께하는 육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육아를 할 때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척하지 말고 진심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죠. 육아와 양육도 인간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의 인간관계에 진심을 다해야 아이가 느낄 수 있어요. 진심을 다해 놀아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아채더라고요. 세상살이의 대부분의 위기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잖아요.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육아에서도 척하지 말고 진심을 다하세요.” 진심은 하씨가 주는 몇 가지 양육 팁 중의 하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항상 놀고 싶어 한다. 하루 종일 놀아도 피곤함을 못 느끼는 듯 고삐 풀린 망아지가 따로 없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하 작가는 또 다른 팁을 제공한다. “키즈카페에서 오전 내내 뛰며 구르고 놀다 온 아이들은 집에 와서도 또 놀기를 원하죠.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 합니다. 이럴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다그치게 되면서 결국 서로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말죠. 육아로 인해 피곤해진 엄마들은 아이가 잠에 들어야만 쉴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자라고 혼을 내잖아요.” 하씨는 이러한 난감한 상황을 풀 수 있는 방법으로는 ‘눈높이와 공감 그리고 경청’ 만이 답이라고 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을 때마다 윽박지르고 화를 낸다면 결국 둘 사이의 관계만 나빠지고 아이의 기를 꺾게 만들게 됩니다. 말을 알아듣든 알아듣지 못하든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주세요. 무엇보다 아이와의 공감과 경청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씨는 “누군가 ‘군대 3년과 육아 1년 중에 선택하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군대 3년을 택할 것이다”고 한다. 그 이유로 그는 “군대는 빡세고 빡빡하긴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과업을 완수하고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면 된다. 선임들의 지도에 잘 따르고 군기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인정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육아는 정해진 시간이 없지 않은가. 아기는 수시로 배고파하고 아무 때나 놀고 싶어 하고 자는가 싶으면 깬다. 잘 뛰어놀다가도 갑자기 아프다. 또한 다양한 욕구를 쏟아내는데 부모는 이에 대응해야 한다.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난리가 나지요.” 그가 말하듯 육아는 정해진 틀이 없으며 희생과 인내가 따른다.

 하씨는 장애인 거주시설 사회복지사, 최우수 직원, 웃음치료사, MC 그리고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이자 한 아이의 아빠이다. 그는 가화만사성을 위해 아내의 홀로 육아를 방치하지 않고 함께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남편이자 아빠다. 하태욱 저자의 ‘아빠 육아 처음이지?’는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 하는데 아내에게 홀로 육아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의 모든 예비아빠들을 위한 책이다.

 하태욱/바이북스/1만 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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