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인생의 전부 아니야
수능, 인생의 전부 아니야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11.1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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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김용락
사회부 기자 김용락

 "순응이 곧 끝납니다.

 12년의 길고 길었던 교육과정이 마무리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등하교하고 점수에 의해 등급으로 줄 세워지고 싫어도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모든 순응으로부터 해방될 것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었고, 인생의 가치가 대학 순위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먼저 성인이 된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 개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우린 당신이 제대로 찍길 바랍니다. 정답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랍니다. 우린 당신이 제대로 붙길 바랍니다. 대학에 붙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기조대로 세상과 제대로 한 판 붙길 바랍니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이제 세상에 불응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지난 11일 홈플러스 SNS 계정 `더클럽 홈플러스`에 올라온 수능 응원 글이다. 수능과 발음이 유사한 `순응`을 활용해 수험생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했다. 특히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며 수험생이 느낄 수 있는 불안감과 자책감을 따뜻한 문장으로 감싸줘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감을 받았다.

 14일 경남에서는 103개 고사장에서 1교시 국어 영역 기준 지원자 3만 2천167명 중 2만 9천13명의 수험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응시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고사장을 못 찾아 소방대와 경찰의 도움을 받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대부분 수험생들은 오전 8시 10분까지 입실을 완료해 오후 늦게까지 지난 12년간 학습한 지식을 문제지에 녹여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났다. 책가방을 메고 고사장을 나온 수험생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저마다 다르다. 아쉬움, 후련함, 허탈함, 기쁨 등이 각자의 얼굴에 그려져 있다. 교문 밖에서 부모님을 만나 수많은 감정이 담긴 눈물을 흘리기도, 멋쩍은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부모, 친구와 어떤 문제가 어려웠다는 등 짧은 통화가 이어진다.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가채점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유독 날씨는 쌀쌀하다.

 매년 수능 날이 다가오면 9년 전 수능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운 좋게 고등학교 짝지와 같은 학교에서 보게 된 수능. `수능 샤프가 이상했다`, `도시락이 안 익숙해 체했다` 등 수많은 핑곗거리 속에 우리는 사이좋게 시험을 망쳤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가채점을 하기 위해 PC방을 향해 어두컴컴해진 거리를 걸을 때도, 가채점을 끝내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갈 때도 우린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는 택시를 내리면서 "내일 보자"란 말 대신 "죽어야겠다"고 말하고 떠났다.

 친구가 느꼈던 것처럼 수능에 대한 부담감은 무거운 예시를 들지 않아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몇 년 전, 구글 번역기를 통해 `수능 망했다`를 영어로 번역하면 `I lost my life`란 결과물이 나왔다. 이 영어 문장은 `내 인생을 망쳤다` 정도로 해석된다. 인터넷상에서 `수능은 왜 항상 목요일에 치르는지 묻는 질문`에는 `금요일 학교에서 수험생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라는 괴담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수시가 점차 확대되고 다양한 대입 전형이 생기며 수능의 중요도는 예전만큼의 위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수험생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정확히는 대학 입시를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목표점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자책감과 절망감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죽어야겠다"고 말했던 친구는 이후 고교 시절엔 흥미를 못 느꼈던 영어 회화에 빠져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친구에게 수능은 한 단계 나아가는 성장통이었다고 한다. 수능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삶을 그릴 수 있다면 대학 입시를 위한 수능은 인생이란 책 속의 한 문장을 끝맺는 마침표일 뿐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면 잠깐 쉬어도 된다. 쉼표 하나 놓고, 앞으로의 인생의 문장을 써 내려 가보자. 충분히 재밌고 기억에 남을 일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11일 홈플러스 SNS 계정 `더클럽 홈플러스`에 올라온 수능 응원 글이다. 수능과 발음이 유사한 `순응`을 활용해 수험생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했다. 특히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며 수험생이 느낄 수 있는 불안감과 자책감을 따뜻한 문장으로 감싸줘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감을 받았다.

 14일 경남에서는 103개 고사장에서 1교시 국어 영역 기준 지원자 3만 2천167명 중 2만 9천13명의 수험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응시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고사장을 못 찾아 소방대와 경찰의 도움을 받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대부분 수험생들은 오전 8시 10분까지 입실을 완료해 오후 늦게까지 지난 12년간 학습한 지식을 문제지에 녹여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났다. 책가방을 메고 고사장을 나온 수험생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저마다 다르다. 아쉬움, 후련함, 허탈함, 기쁨 등이 각자의 얼굴에 그려져 있다. 교문 밖에서 부모님을 만나 수많은 감정이 담긴 눈물을 흘리기도, 멋쩍은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부모, 친구와 어떤 문제가 어려웠다는 등 짧은 통화가 이어진다.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가채점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유독 날씨는 쌀쌀하다.

 매년 수능 날이 다가오면 9년 전 수능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운 좋게 고등학교 짝지와 같은 학교에서 보게 된 수능. `수능 샤프가 이상했다`, `도시락이 안 익숙해 체했다` 등 수많은 핑곗거리 속에 우리는 사이좋게 시험을 망쳤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가채점을 하기 위해 PC방을 향해 어두컴컴해진 거리를 걸을 때도, 가채점을 끝내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갈 때도 우린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는 택시를 내리면서 "내일 보자"란 말 대신 "죽어야겠다"고 말하고 떠났다.

 친구가 느꼈던 것처럼 수능에 대한 부담감은 무거운 예시를 들지 않아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몇 년 전, 구글 번역기를 통해 `수능 망했다`를 영어로 번역하면 `I lost my life`란 결과물이 나왔다. 이 영어 문장은 `내 인생을 망쳤다` 정도로 해석된다. 인터넷상에서 `수능은 왜 항상 목요일에 치르는지 묻는 질문`에는 `금요일 학교에서 수험생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라는 괴담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수시가 점차 확대되고 다양한 대입 전형이 생기며 수능의 중요도는 예전만큼의 위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수험생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정확히는 대학 입시를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목표점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자책감과 절망감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죽어야겠다"고 말했던 친구는 이후 고교 시절엔 흥미를 못 느꼈던 영어 회화에 빠져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친구에게 수능은 한 단계 나아가는 성장통이었다고 한다. 수능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삶을 그릴 수 있다면 대학 입시를 위한 수능은 인생이란 책 속의 한 문장을 끝맺는 마침표일 뿐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면 잠깐 쉬어도 된다. 쉼표 하나 놓고, 앞으로의 인생의 문장을 써 내려 가보자. 충분히 재밌고 기억에 남을 일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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