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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의 미각회해 - 옛날 소금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했을까?
김영복의 미각회해 - 옛날 소금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했을까?
  • 김영복
  • 승인 2019.11.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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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소금의 근원은 흙이며, 소금의 맛은 짠맛이다.

바다에는 흙 속에 함유 돼있는 다양한 물질들이 빗물에 녹아 흘러들어 오는데 이런 것들이 자연 현상에 따라 소금이 생성된다. 소금은 그 채취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소금이 나지 않은 지역의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소금을 구했을까?

 조선 시대 우의정을 지낸 허목(許穆, 1595~1682)이 현종 8년에 편찬한 『동사』 중 「단군세가」 미수기언 32권에 `소금과 쇠가 생산되지 않아서 나무를 태워 재를 만들어 거기에 물을 부어 뒀다가 그 즙을 짜서 먹었다`고 돼 있고, 『진서』 숙신전에 보면 `소금과 철이 생산되지 않으므로 나무를 태워 재를 만들고 물을 부어 즙을 받아서 먹는다`고 돼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이 1800년대 초에 저술한 우리나라 전통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보면 우리나라 서북 지방의 벽지에서 소금을 어떻게 만들어 썼는지 사례가 자세히 나와 있다."`구(瞿)`라는 너도개미자리과에 속하는 다년초인 패랭이꽃과 `욱(郁)`이라는 앵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의 욱리인(郁李仁) 즉 산앵도나무 순을 잘라 나무통 속에 재워 둔다.

붉나무.
붉나무.

그 순이 썩도록 햇볕을 쬐고, 비를 맞도록 밖에 내놓는다. 그러면 이 썩은 진액에서 구더기가 생긴다. 구더기가 가득해지면 구더기 자체에서 염분이 배출되는 것이다.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염분을 떠서 그대로 음식의 간을 맞췄다고 한다. 이를 충염(蟲鹽)이라 한다." 그리고 염분을 빼내어 말린 것을 `벌레 소금`이라고 했다.

 가을 산에 가면 가장 먼저 붉게 단풍이 물드는 붉나무는 단풍이 아름다워서 그 이름을 붉나무라고 지었을 정도로 가을 산의 단풍전령인 나무이다. 한자로 염부목(鹽膚木)이라고 쓰는데 열매에 소금처럼 짠맛이 나는 가루가 달리기 때문에 소금나무라고 불리 운다. 특히 익을 무렵에 열매에 하얗게 달라붙어 있는 가루가 몹시 시면서도 짠맛이 난다. 붉나무를 태우면 폭탄이 터지는 듯한 매우 큰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이 소리에 놀라서 온갖 잡귀들이 도망간다고 해 예로부터 경사스러운 일에는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숭아나무처럼 귀신을 내쫓는 효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붉나무를 금강장(金剛杖)이라고도 하는데 죽은 사람의 관에 넣는 지팡이를 붉나무로 만들었다. 시체를 화장한 뒤에 뼈를 줍는 젓가락도 붉나무로 만든다. 붉나무 지팡이를 금강장(金剛杖)이라고 한 유래는 불가에서 붉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영목(靈木)이라 부르고 수행할 때 일체의 번뇌를 불살라 버리는 영험이 있다고 해 스님들이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닌 데서 비롯됐다. 우리 선조들은 산속에서 살 때 소금이 떨어지면 붉나무 열매에 붙은 가루를 모아서 소금 대신 썼다고 한다.

붉나무 열매에 붙어 있는 소금은 소금의 독성이 완전히 제거된 가장 이상적인 소금이라 하여 이 소금을 간수 대신 써서 두부를 만들면 두부 맛이 천하일품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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