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58 (금)
나이 듦에 대하여…
나이 듦에 대하여…
  • 라옥분
  • 승인 2019.11.06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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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천문화회문화예술 분과위원장 라옥분
대청천문화회문화예술 분과위원장 라옥분

가을처럼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자
고통주던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면서
느긋함ㆍ연민ㆍ감사 마음 자리잡아
서서히 늙어가는 것 아니라
점차 세상에 익어가는 것 알고
현실에 행복 느끼고 나눔 베풀어야

 가을의 끝자락이다. 들판의 곡식들은 베어지고 나뭇잎들은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올 한 해도 서서히 여물어지는 느낌의 순간이다. 이런 계절을 인생의 황혼기라 불리기도 한다. 우리의 삶으로 비유하자면 사계절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지나 짙푸른 청춘의 여름, 알알이 열매가 맺어지는 가을인가 하면 덩그러니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지는 겨울은 꼭 오고 만다. 우리네 삶도 다를 바 없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맞이해야 함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에게나 많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세상사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가만히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삶의 고통이라고 느낀 것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해 집착을 버리지 못함으로 인한 언행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사물이든 인물이든 집착하는 순간부터 모든 언행이 순조롭지 못했고 심리적 고통이 수반됐음을 그 당시에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으나 이쯤에 닿아서야 어리석은 행동이었음을 알게 되고 나이를 먹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더불어 왜 그래야만 했는지 후회 또한 하게 되지만 절대적으로 헛되지 않았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다짐 아닌 결심을 조심스럽게 해 보는 바이다.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김현태 작가의 `한 번쯤은 위로받고 싶은 나` 중에서 옮겨온 글을 소개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인생의 무게를 견뎌낸다는 것입니다.

 나이를 잊고 산다는 것은 세월의 허들을 뛰어넘는다는 것입니다.

 나이대로 살든 나이를 잊고 살든 다 위대한 일입니다.

 누구든 세월과 함께 아름답게 물들고 싶어 합니다.

 시간이라는 빛깔을 품어내는 도자기로 살고 싶어 합니다.

 방법은 세월과 싸우지 말고 꿈과 싸워야 합니다.

 세월을 밀어내지 말고 포기를 밀어내야 합니다.

 세월 밑에 주저앉지 말고 세월 위에서 달립시다.

 위의 내용처럼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바쁘게만 살아왔던 과거에 아쉬움을 안고 산다. 그 또한 삶의 완성을 위해 달리는 과정이기에 겸허히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시리도록 맑은 하늘에 감탄해 눈물 흘리고 하루의 기적에 감동하면서 아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이는 또 한 살 먹어지는 것이다.

 나이 들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욕심, 회한, 미움, 불안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느긋함과 넉넉함, 연민, 감사와 그리움이 슬그머니 밀고 들어와 여유가 생겨 조금은 느슨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좀 괜찮은 어른다운 어른으로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관성과 욕심에서 벗어나 비우고, 나누고, 도와주는 정도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이 듦의 행복이 아닐까?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노래 노사연의 `바램`에서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누가 듣기라도 할까 두려워 주변을 살피며 흥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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