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8:14 (수)
부산시장의 기승전 관문공항
부산시장의 기승전 관문공항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10.30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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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을 바라보는 부산시의 시선은 애처롭다.

 신공항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은 국회는 물론 각종 행사장 등 공ㆍ사석을 불문하고 관문 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국제지도자 초청 포럼`에서 축하 말을 건네면서도 신공항 문제를 빠뜨리지 않았다. 이날 포럼은 `유라시아대륙과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라는 주제로 한일 해저터널과 연계한 유라시아 철도 연결을 살펴보는 포럼이었다. 철도 연결을 주제로 한 자리에서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의 필요성도 역설 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이에 앞서 지난 25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 공항추진위원회 긴급 시민 대책 회의에서는 `김해 신공항 재검증 촉구`와 함께 "공항은 부산이 죽고 사는 문제"라며 "의기투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장에는 `고지가 보인다 의기투합`이라는 펼침막을 내걸어 부산시의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지난달 18일 부산 해운대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도 50여 명의 전국 상의회장들에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부산시로서는 신공항 재검증이 시급한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신공항 정책 재현의 트라우마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국무총리실에서 신공항 재검증이 확정됐으나 4개월이 넘도록 검증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등 아무런 진척이 없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때 당시 여당 소속의 부산시장들이 동남권 관문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동남권 신공항을 짓지 않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정치적 선택으로 풀이되고 있는 데다 김해신공항의 경우 소음과 안전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제기되면서 신공항 건설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을 크게 없는 것 같다. 마치 `기시감(데자뷰)` 같은 현상의 반복에 참으로 답답하다. 당시 허남식, 서병수 두 시장은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 더구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에 앞장을 섰다. 심지어 가덕도까지 가서 대놓고 가덕도의 우수한 공항 입지를 홍보까지 하면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당시 자신이 속한 정당의 정부가 내리는 결정에 아무런 저항 없이 꼬리를 내리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는 대를 이어 논란과 논쟁으로 영남권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추진에 많은 예산과 시간, 노력을 들이고서도 박근혜 정부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 건설 결정에 몸을 낮추는 자기부정의 역사를 걸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야당이였던 현 여당 소속의 오거돈 부산시장이 전임 여당 시장들의 공약을 이어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정책을 잇겠다고 하면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 논리로 어깃장을 부린다면 자신이 수립했던 행정의 일관성마저 부인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인이 행정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나쁜 선례가 된다. 그 나쁜 선례가 우리 정치의 폐해의 한 부분이 될까 우려스럽다.

 정책은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연구하고 다듬어 만들어 낸 정책을 하루아침에 진영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논리로 무너뜨린다면 정치는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에 해악이 된다. 정치는 권력의 획득, 유지를 둘러싼 항쟁과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이 아니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공동체 의식의 회복과 정치체계의 정당한 목적으로서의 인간의 도덕적, 감정적 욕구충족이다. 요 임금은 `해가 뜨면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 와서 쉰다. 자연과 한 몸이 되니 이 얼마나 평화롭고 자유스러운가, 우물 파서 물을 마시고 밭 갈아 배를 불린다. 생업이 자유롭고 기회가 균등하니 얼마나 정의로운 사회인가? 더구나 임금의 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필부조차 큰소리치는 세상이라면 이 이상 달리 민주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일화는 소위 정치가 실현해야 할 최고의 이상일 것이다.

 진척이 없는 김해신공항 건설계획(확정안) 재검증이 최근 부ㆍ울ㆍ경이 검증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고 하니 국무총리실은 구성을 마무리 짓고 검증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무총리실의 검증 지지부진에 부ㆍ울ㆍ경이 관리위원회 전환을 이끌어 내고 검증에 박차를 가하자는 의미로 보여진다. 부산시는 장형철 시민행복 소통본부장, 울산시는 정몽주 정무 특보, 겅남도는 명희진 정무 특보를 각각 김해공항 확장안 검증 관리위원회 관리위원 후보로 국무총리실에 추천했다. 이와 함께 부ㆍ울ㆍ경은 동남권 시각을 대변하는 공항 전문가인 최치국 부ㆍ울ㆍ경 동남권 관문 공항 검정단 부단장을 관리위원 후보로 공동추천해 고삐를 조이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의 기승전 동남권 관문 공항 외침에 이제 국무총리실은 부ㆍ울ㆍ경과 국토부가 서둘러 관리위원을 확정하고 김해공항 확장안 검증 관리위원회를 하루빨리 가동해 결과를 내는 것으로 불편한 관문 공항 사태를 종지부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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