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따르면 서기 189년 허황후 157세

서기 199년 김수로 158세 나이로 서거

조상 생일보다 기일 더 기억 전통 있어

3월 1일ㆍ23일 기일 명시 신뢰도 높아

사망 나이 인체생리학 측면 수용 어려워

　가야국 건국 시조인 김수로왕과 허왕후 나이가 비슷한 또래라고 늘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삼국유사를 정독하면서 허왕후， 수로왕은 연상연하 부부라는 것을 발견했다.

　"6년 기사(己巳， 189) 3월 1일에 왕후가 돌아가니， 나이가 157세였다. 국인(國人)은 마치 땅이 무너진 것과 같이 통탄하면서 구지(龜旨) 동북쪽 언덕에 장사지냈다. … 왕은 늘 외로운 베개에 의지해 비탄에 잠겨있다가， 10년(二五歲) 후인 현제(獻帝) 건안(建安) 4년 기묘(己卯， 199) 3월 23일에 돌아가니， 나이가 158세였다.(출처 : 삼국유사 1， 가락국기 p647～648， 최광식 외)(靈帝中平六年己巳三月一日 后崩 壽一百五十七 國人如嘆坤崩 葬於龜旨東北塢 … 元君乃每歌鰥枕 悲嘆良多 隔二五歲 以獻帝建安四年己卯三月二十三日而■落 壽一百五十八歲矣 …)

　위 삼국유사 원문에서 허왕후는 `靈帝中平六年己巳`， 즉 서기 189년， 157세의 나이로， 수로왕은 `以獻帝建安四年己卯`， 즉 서기 199년， 158세의 나이에 서거했다. 허왕후 서거 10년 뒤 수로왕이 서거했다. 연도와 나이를 비교하고 계산해보면 수로왕이 허왕후보다 9살 어린 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야문화연구회에서 삼국유사 원전 공부를 하고 난 뒤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삼국유사(三國遺事)』1， 2(최광식， 박대제 역주)를 읽었다. 그와 곁들여 『삼국사기』와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 와 각종 논문 등을 탐독했다.

　유감스럽게도 가락국기는 원전이 전하지 않고 삼국유사에 그 일부가 전해진 것이 전부다. 일연대사가 쓴 삼국유사 원전과 번역본 삼국유사를 비교하면서 가야를 더욱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그 시대를 상상해보고 그 정황을 탐색해 보니 행간에 숨은 의미와 사실들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 흥미로운 출발은 허왕후가 세상을 떠난 부분에서부터 시도하고자 한다. 수로왕이 건국한 초기보다 조금 나아간 단계인 건국시조 수로왕 사망 단계 즈음에는 가야국(금관가야 연맹국) 체계가 더 발전되고 정비됐을 거라는 추정을 하게 되는데 이는 오늘날도 어느 단체나 기구， 조직들이 발족한 뒤 발전과정에서 점차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조상의 생일보다 기일을 더 기억하는 전통이 있다. 과거부터 전승됐을 이 전통은 주자가례가 도입된 이후에 더 확고해졌을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예수 그리스도나 석가모니 싯다르타를 비롯한 성인들은 탄생일이 돌아가신 날보다 더 주목받지만 대체로 조상의 생일은 몰라도 기일만큼은 후손에게 기억되며， 전래돼 제사를 모시는 것은 이후 계대의 연속성을 참작할 때 생일보다 기일을 참고했음을 알 수 있다. 가야국 존속 당시 가야 건국 시조에 대한 제례가 끊이지 않고 지속됐다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기록을 참고하면 수로왕 부부 기일은 그 정확성을 신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왕과 왕후가 침전에 들었는데， (왕후가) 왕에게 조용히 말하기를， "저는 본래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인데， 성은 허씨(許氏)고， 이름은 황옥(黃玉)이고 나이는 16세입니다. 본국에 있을 때 금년 5월 중에 부왕(父王)이 황후(皇后)와 더불어 말씀하시기를….(출처 : 삼국유사 1 ， 가락국기p 645， 최광식 외)

　삼국유사에 기록된 부부의 사망일시에 근거해 수로왕과 혼인할 당시 허왕후가 16살이었다면 수로왕은 7살이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즉 수로왕은 신부보다 9살 어린 꼬마 신랑이었다. 이런 혼인은 우리 역사에서 흔히 발생했고 현대에도 접할 수 있는 사례이다. 그런데 누구나 가지는 의문이 있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할 때 허왕후， 수로왕의 수명(사망 나이:157세， 158세)은 보편타당하지 않으며 고금을 통틀어 인체생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