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8:42 (화)
햇볕 정책의 그림자도 봐야
햇볕 정책의 그림자도 봐야
  • 김중걸 부국장
  • 승인 2019.10.2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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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덥다. 그리고 춥다.

 요즘의 날씨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건물 안과 밖의 온도 차로 덥다가 추운… 등 기온 차가 극명하다. 그렇다고 입고 있는 옷을 벗어 버릴 수도 없다.

 한때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포용정책)을 내세우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기대를 한 적이 있다. 더우면 자연스레 옷을 벗는다는 논리로, 한때 이 정책으로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의 대북 정책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가정하고 흡수 통일 배제 원칙을 표방해 흡수 통일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또 냉전 구조 해체를 통해서 통일의 첫 단계인 남북연합단계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햇볕 정책(포용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전략으로 `동토의 땅`인 북한을 햇볕으로 녹여 내 남북한 화해ㆍ협력ㆍ공존ㆍ공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방침을 냉전 구조 해체를 위한 5대 과제(남북 화해ㆍ협력, 북미ㆍ북일 수교, 북한 개방 환경조성, 핵 및 미사일 군축 실현, 정전체제의 남북 간 평화체제로의 전환)로 설정했다.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로 선공후득 차원에서 북한이 필요로하는 달러, 식량, 비료 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이 같은 대북정책을 통해 평양 남북정상회담(2000년)을 끌어 내는 등 성과를 거뒀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포용정책)을 `화해ㆍ협력정책`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다.당시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체제는 실패한 체제이며 비록 실패한 체제라고는 하나 조기 붕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또 북한의 변화는 불가피하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그럼에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 군사 제일주의 노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북한의 변화는 불가피하고 또 우리에게 북한의 안보위협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 같은 대북 시각과 남북 간 전력 차이를 전제할 때 우리의 대북정책은 봉쇄정책과 불개입 정책, 포용정책 등 3가지 정책을 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봉쇄와 불개입 정책은 다양한 문제점이 있어 선택지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의 성과는 총체적 체제 위기에 봉착한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 김정일 정권 위기관리 차원에서 `포용`을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햇볕정책이 이어진 노무현 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회담을 추진해 2003년 8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최초의 6자회담이 성사됐다. 2005년 9월 19일 제4차 6자 회담에서 9ㆍ19 공동성명을 체결했다. 북한은 핵 시설 폐쇄와 핵 사찰 수용을 하기로 했으나 합의를 기만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시도해 남북한의 평화 관계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이전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는 상반된 정책적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평화적 대화 협력, 대북 지원을 시도하는 등 대북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핵무기 없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2020년 한반도 비핵화 구현이다. 날카로운 남북 관계를 진정시키고 보다 주도적인 협상 시도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꾀한다. `조기, 흡수 통일`에서 `적극 평화`로 정책 기조를, `전략적 인내`에서 `전략적 견인`으로 바꿔 이전 박근혜 정부와 차별을 보이고 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2018년)와 베트남 정상회담, 판문점 회동(2019년), 평창올림픽 북한 초청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는 평화의 물결로 가득 찼다.

 2년여간 이어진 한반도 평화의 물결은 지난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답보상태이다. 심지어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이후 민심은 싸늘하다. 남북 남자 축구 대표의 평양경기는 1990년 10월 열렸던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으로 남북 관계 개선 등에 눈을 쏠렸다. 이번 경기가 무관중, 무승부, 무중계에다 북한 선수들의 전투에 가까운 경기로 우리 선수의 부상 우려가 높았으나 북한에 한없이 무기력한 정부에 시선은 따갑다.

 햇볕은 누구나에게 공평하다.

 그러나 옷을 벗고 안 벗고는 사람마다 정권마다 다르듯 온도 차가 있다. 햇볕이라는 따뜻한 감성도 좋지만 변화무쌍한 세상살이에는 술수와 술책을 간파하는 지혜도, 또 강하게 대응하는 용기와 결기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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