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5:47 (금)
외국인 명예기자의 `눈` - 고향을 채우는 맛 `황먼지`
외국인 명예기자의 `눈` - 고향을 채우는 맛 `황먼지`
  • 송려
  • 승인 2019.10.21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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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김해이민행정센터근무 송려
중국인/김해이민행정센터근무 송려

중국 상동성 대표 닭요리 밥도 제공되는 서민음식
한국의 안동찜닭과 비슷해 중국인들 향수 위로해 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고향이 그립다. 고향이 그리우니 더불어 고향 음식도 그리워진다. 특히 따끈따끈한 음식을 자주 먹고 싶다. 그중에 `황먼지`가 많이 생각난다. 푹 끓여서 노랗게 색을 낸 닭고기라는 뜻이다. 중국에 들어갈 때마다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황먼지`는 1927년 산동성 제남시(濟南市)에 있는 명가식당-길령원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산동성을 대표하는 전통요리 중에 하나로 중국 전국에서 골목마다 가게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한국의 찜닭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황먼지`는 부드러운 식감의 닭 다리를 주로 쓰며 표고버섯과 함께 푹 끓여 진한 육즙을 우려낸 것이 특징이다. 조리 마지막 단계에는 음식의 맛과 색을 돋우기 위해 피망을 넣는다. 완성된 요리는 따끈따끈한 뚝배기에 담아낸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감자나 당면, 건두부, 팽이버섯과 청경채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중 처음에 가장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조합인 감자나 팽이버섯은 황먼지와 함께 잘 어울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다.

 맛은 기호에 따라 순한 맛, 중간 맛, 매운 맛으로 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황먼지는 조금 매운 맛이나 중간 매운 맛이 인기가 있다. 황먼지는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한 한국의 찜닭과 달리 1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해 혼밥족에게도 부담이 없다.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밥 한 공기를 비벼 먹어보자. 보통은 황먼지미판이라고 해서 황먼지와 쌀밥 정식형태로 많이 판매한다. 현지에서 황먼지는 매우 저렴한 음식으로 남녀노소 언제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황먼지를 파는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밥을 한 번 시키면 추가 금액 없이 무제한으로 밥을 제공해 금전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배부르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한 끼 식사나 안줏거리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보통 중국요리에는 다양한 향미료가 들어가 독특한 향을 낸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요리를 멀리했던 사람들도 매콤하며 달달한 맛을 내는 황먼지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 중에 하나인 황먼지는 중국 생활을 하면서 한국 음식이 그리운 사람이 먹어도 좋다. 닭 다리 살 대신 소고기나 돼지갈비 그리고 족발로 대체해 별미로 즐길 수도 있다. 닭고기 대신 돼지갈비를 넣으면 황먼파이구라는 요리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 역시 인기가 좋다. 고기 대신 가지와 콩나물 또는 두부를 넣으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요리가 탄생한다.

 중국에 황먼지가 있다면 한국에는 찜닭이 있다. 황먼지에 당면을 풀어서 넣는다면 말 그대로 한국의 안동찜닭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한국인에게 조금은 생소할지 모르는 음식, 황먼지는 먼 이국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나와 같은 유학생들을 달래주는 음식이다.

 한국에 거주한 지 13년 차인 나 역시 중국의 여타 음식들을 제치고 가장 회자되는 음식이 바로 황먼지다. 중국에 거주할 때 일주일에 2번 이상은 꼭 찾는 음식이었던 황먼지, 오늘은 한국의 찜닭을 먹으며 고향의 그리움을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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