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9:36 (수)
생활 속 건강한 정치 이야기 불가능할까
생활 속 건강한 정치 이야기 불가능할까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10.21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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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김 용 락
사회부 기자 김 용 락

 `조국 후보자 문제로 친척 간 싸움이 날까 안 날까?` 지난 추석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싸움의 징조는 예상보다 빨랐다. 추석 당일 친척 간 모인 저녁 자리, 서로의 안부를 묻던 도중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던 분이 포문을 열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이러면 안 되는데…." 이를 놓치지 않는 또 다른 친척은 "맞습니다. 행님"이라며 힘을 보탰다. 그 후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가족들 다 모인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친척의 등짝을 `찰싹` 때리는 소리를 끝으로 정치 이야기는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다.

 우리는 정치를 무서워한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정치 관심도가 올라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치 견해 차이로 언쟁과 욕설이 오가며 토론을 빙자한 비방도 펼쳐진다. 그런데도 오프라인에서 정치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내기는 쉽지 않다. 가족, 친한 친구일수록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 있기에 논쟁을 피한다. 성향이 비슷하더라도 불편함은 상존한다.

 정치 이야기가 경직된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가 진영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부터 시작된 좌우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장 정치 분야 유튜버만 봐도 보수 성향ㆍ진보 성향 유튜버란 딱지가 붙는다. 이들은 어떤 사회현상에 대해 진영을 정해놓고 몸 담근 쪽의 주장만 하고 있다. 극우와 극좌의 끝없는 비방 전쟁에 누가 참여하고 싶을까.

 그동안 우리나라의 좌우 진영은 더욱 견고해졌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대쪽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는 듯 보인다. 그러다 보니 도를 넘는 행동도 수없이 발생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지난 14일 연예인 설리가 세상을 떠나자 우파 성향의 한 유튜버는 `하필 오늘…`이라며 관련 글을 올렸다. 진보 정치인의 몰락에 이목이 쏠려야 할 판이 깨져 아쉽다는 것이다. 이같이 최소한의 인간성조차 결여된 발언은 많은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다. 이외에도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도 우리를 정치로부터 멀리하게 만든다. 이 무리는 어떤 대화 주제도 `기-승-전-정치`로 연결시키며 정치 이야기를 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치무새, 정치병, 정치충 등 신조어로도 많이 불린다.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한 정치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한 일일까. 정치를 국가가 사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하는 행위로 정의한다면, 민주주의 안에서 정치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과 같다. 이러듯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우수한 업적과 발전을 이뤘지만, 정치는 발전이 취약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은 갈등 사회다. 지난해 5월 발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한국 사회의 갈등이 심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념 갈등은 물론 사회경제적 지위 갈등, 다문화 갈등, 연령 갈등, 남녀 갈등 등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에는 뚜렷한 정답이 없기에 정치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생활정치를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참여 의식을 함양시키기 위해 풀뿌리 민주주의 등 생활정치를 강화해 민주주의의 심화 단계에 돌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 올바른 정치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어떠한 문제를 놓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면서 해결을 위한 건강한 토론이 성행돼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도 동반돼야 한다. 훗날 친척 간 펼쳐진 정치적인 이야기에 서로의 주장을 수용하고 그들만의 결론이 내려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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