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 ㎏당 2천969원 떨어져

농가 출하 몰리고 불안심리 작용

　“찜찜해서, 불안심리도 한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후 한 때 폭등하던 돼지고기 값이 되레 급락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규모 돼지 살처분에 따른 품귀현상으로 돼지고기값이 오를 것이란 예상을 무색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동업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는 정부의 이동금지 명령을 우려한 양돈 농가들이 돼지를 한꺼번에 출하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여기다 돼지열병이 인체에 해가 없다고는 하지만, 왠지 찜찜해 소비를 덜하게 되는 시민들의 불안심리도 한몫하고 있다.

　20일 축산물유통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2천969원을 기록했다. 16일 3천22원보다 53원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달 평균가격 4천791원보다는 38.0%나 낮은 가격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 3천911원보다도 24.1% 떨어진 수치다.

　돼지고기 소매 가격 역시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8일 돼지고기 소매(냉장 삼겹살) 가격은 ㎏당 1만 7천689원으로 집계돼 전날 1만 7천809원보다 120원 하락했다. 지난달 평균 가격(2만 560원)보다 2천871원(14%) 낮은 수치다.

　돼지고기 값 추락은 공급 과잉 때문이다. 양돈 농가들은 방역 당국의 이동금지 같은 명령이 우려돼 돼지고기를 대량으로 경매시장에 내놓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특정지역 돼지를 대규모로 도축하는 바람에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18일부터 한 달 동안 돼지 도체 경매량(등외 제외)은 9만 6천133두로, 지난해 같은기간(9만 1천380두)보다 5.2% 증가했다.

　그러나 수요는 오히려 줄고 있다. 혹시라도 감염된 돼지가 섞여 있을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돼지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냉장 삼겹살 매출은 17.3% 감소했다. 주부 남광희 씨(33ㆍ대구 대현동)는 “돼지열병 발병 후 오히려 삼겹살 가격이 내리니까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어 더 안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대체재인 소고기 매출은 크게 늘었다. 창원 김해 등 대형마트의 소고기 매출은 같은 기간 무려 23.2%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