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8:02 (금)
폭주하는 악플, 인터넷 실명제로 막아야
폭주하는 악플, 인터넷 실명제로 막아야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10.1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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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부 기자 김 정 련
문화체육부 기자 김 정 련

소통 매개체 SNS, 악플의 바다로 전락

과거 실명제 위헌 결정 내려졌지만

악성 댓글 피해 나날이 거세지고 있어

설리 죽음 이후 실명제 돌입 수면 위로

인터넷 부작용 해결책 마련 필요성 절실

 우리는 사회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과열된 양상을 보인다. 즉, 민주적인 목소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기 위해 우리는 인터넷과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인 SNS다. SNS,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의 사용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정보의 공유 및 콘텐츠의 제작 기회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접하기 위해 신문이나 TV에 의존해야 했다. 물론 이러한 정보와 소식도 소수의 목소리만 전달한다. 지금은 어떠한가? 불과 몇 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 아니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고 받을 수 있다. 언론사나 방송국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 지극히 평범한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 사용의 좋은 예다.

 대한민국은 지난 2007년 7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게시판을 대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했다. 인터넷 실명제란 인터넷 이용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확인돼야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다. 인터넷 보급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 언어폭력과 사이버 폭력과 익명성을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을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후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정치참여 제한을 도와 폐쇄적인 국가를 만든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공익의 효과도 미미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14일 고인이 된 가수 겸 배우 설리(최진리)의 죽음으로 인터넷 댓글 실명제 찬성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표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설리 죽음의 이유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있었지만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25살의 꽃다운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일까. 그는 생전 여성의 상체를 억압하는 속옷을 입지 않고 다닌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는 당당한 인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성적 상품화가 돼야했다. 그가 내뱉은 소신 있는 발언과 인간적인 권리 행사는 마녀사냥의 타깃이 됐고 악성 댓글의 표적이 됐다.

 지난 1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 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언론 내 인권보장에 관한 법률 글이다. 해당 글의 청원인은 "대다수는 무분별한 악성 댓글을 설리 죽음의 원인으로 삼고 있다"며 "실제로 당사자가 없는 지금까지도 주변인들에게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연예계 종사자 중 상당한 비율이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대형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카카오 기사에서만큼은 인터넷 실명제 댓글 도입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2018 사이버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률은 21.6%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같은 기간 피해 경험률도 24.7%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사이버 폭력의 유형으로는 언어폭력, 명예훼손, 스토킹,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따돌림, 갈취, 강요 등이 있다. 지난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사이버 폭력은 인터넷, 휴대폰 문자 서비스 등을 통한 욕설, 거친 언어, 인신 공격적 발언 등을 하는 `언어폭력`이 차지했다. 악성댓글도 이에 해당된다.

 생전 설리는 대중의 관심 속에서 생활하는 연예인으로서 여성 혐오의 굴레에서 탈피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표출했던 게 아닐까. 수많은 악플러들의 표적이 된 설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전사처럼 맞서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된 악의와 적대가 그를 벼랑으로 몰고 같으리라고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익명의 가면 뒤로 활개 치는 악플러들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 실명제는 무분별하게 폭주하는 인터넷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범책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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