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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 윤리회복 강조하는 영상 시대
강제적 윤리회복 강조하는 영상 시대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10.16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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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 중 걸
부국장/부산취재본부장 김 중 걸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Auguste & Louis Lumiere)가 영화 상영기술을 처음 선보이자 관객들은 `기차가 달려드는 화면에 놀라 영화관을 뛰쳐나왔다`는 소문이 나면서 영화는 인류에게 각인됐다. 소문과는 달리 많은 사람이 최초의 영화로 알고 있는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The 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는 사실 이듬해인 1896년에 상영된 작품이다.

 활동사진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의 창시자로 등극하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역 영화 이전에 이미 동영상(Motion Picture)이 발명됐다.

 영국 태생 사진가인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가 1870년 저속촬영기법(time lapse photography)으로 샌프란시스코 조폐국 신축 건축상황을 기록하면서 정지된 사진에 움직임을 부여했다. 저속촬영은 일정한 시간 간격에 따라 사진을 간헐적으로 촬영해 긴 시간을 짧게 줄여 보여주는 기법으로 요즘 스마트 폰이나 액션캠 등에 장착된 타임랩스 기능이다. 마이브리지는 동영상을 최초로 제작한 인물이자 영화 탄생의 숨은 공로자로 알려져 있다.

 1881년 프랑스를 찾은 마이브리지는 `크로노포토그래픽 건(Chronophotographic Gun)`을 개발한 에티엔-쥘 마레(Etienne-Jules Marey)와 만나게 된다. 생태학자였던 마레는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총 모양의 사진기를 개발한다. 이 사진기는 동물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가는 대신 필름이 회전하면서 1초에 12장의 사진이 찍혔다. 마이브리지와 마레는 의기투합해 공동작업을 진행하면서 둘의 업적은 연속촬영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고 이른바 `동영상`(Motion Picture)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1888년 조지 이스트먼(Geoge Eastman)이 돌돌 말린 롤 형태의 필름을 개발하고 1892년 사진용품 회사인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을 설립하면서 동영상 기술은 다시 한번 전환기를 맞게 된다.

 원반을 이용한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는 몇 초 동안의 움직임만 보여주지만, 롤 형태의 이스트먼 방식을 사용하면 몇십분짜리 영상을 찍고 재생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영화라는 장르가 인류 역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어 발명왕으로 알려진 에디슨이 1891년 키네토그래프(Kinetograph)를 발명하고 1895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대륙 곳곳에서 스크린에 상영되는 최초의 영화가 선보이면서 영상 시대가 도래했다.

 영화탄생의 숨은 공로자인 마이브리지는 1878년 말이 달리는 모습을 연속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에서 보면 장난감 같은 주프락스시코프는 당시로써는 영사기의 원형이라 불린 만큼 위대한 발명품이다. 이렇게 탄생한 영화는 인류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요즘 젊은 층에서는 모든 것을 동영상(유튜브)으로 검색한다고 한다. 1인 미디어가 번성하는 것을 볼 때 이제 동영상 대세는 시대의 흐름이자 화두임에는 분명하다.

 이런 영상 시대에 지난 12일 폐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과 분쟁 등을 목격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됐다. 올해는 85개국 299편이 상영되면서 세계인들이 겪고 있는 분쟁의 아픔 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을 선정하는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작품은 지구 한편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 서민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 `롬`(감독 짠 탱 휘)과 2006년 알 카에다가 점령한 이라크 바그다드 하이파 거리를 소재로 한 영화 `하이파 거리`(감독 모하나드 하이얄, 이라크)는 전쟁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다. 거리에서 총에 맞은 남자를 두고 저격병과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념과 사상 갈등을 영화를 통해 보면서 전쟁, 특히 내전으로 빚어지는 사람 간의 갈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이제 영상은 세계 곳곳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대가 됐다.

 홍콩의 사태나 태풍 `하기비스`로 시가지가 물바다된 동경 등 일본의 모습도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시대이다.

 이제 인간은 영상을 두려워해야 한다.

 자신의 추한 모습이 온 세상에 드러날 수 있는 시대이다. 영상은 우리 인류에게 저버린 윤리와 도덕심에 송곳으로 찌르고 윤리회복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인간은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로부터 강제적 윤리를 강요받고 있다. 영상은 이제 감시를 넘어 인간에게 도덕성 회복 강요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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