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한일 관계 경색 장기화 속 해저터널 추진 재조명 받는다
[기획/특집]한일 관계 경색 장기화 속 해저터널 추진 재조명 받는다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10.10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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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거제-대마도-가라쓰 개통시 유라시아 진출 교두보 인적교류ㆍ물류 이동 편익 발생
일본 사가현 가라쓰에 위치한 한일해저터널 사갱 내부. / 추진단
일본 사가현 가라쓰에 위치한 한일해저터널 사갱 내부. / 추진단

남북통일 주도적 추진ㆍ북방외교 일본과의 협력 이점 없다는 시선
임란때 길 빌려달라 요구 빗대 제2의 일제강점기 재현 우려 시각도

수년간 추진 놓고 진퇴 되풀이 공사 불씨 살려 시도 목소리 나와

 부산·거제-대마도-일본 가라쓰를 잇는 최장 231㎞의 한일해저터널은 개통시 한일 문명권의 유라시아 진출 교두보가 기대되는 한일 양국의 평화와 화합의 상징물이 된다. 1981년 거론되다 주춤하고 있는 ‘한일해저터널’은 한일 양국관계 경색으로 평화와 공존을 위한 방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풀리지 않은 한일 양국의 관계를 길을 통한 이음으로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하나의 방책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1986년 10월 일본 큐슈 사가현 가라쓰에서 파일럿(예비 탐색) 터널공사 후 지금까지 547m의 사갱(갱도를 뚫을 때, 광산ㆍ탄광에서 땅속으로 비탈지게 파놓은 초입의 갱도) 공사를 했다.

 사갱 공사 후 머물고 있는 한일해저터널은 지리한 공사진척과는 달리 추진 후 개통시에는 인적교류는 물론 수조원대에 이르는 물류 영업이익과 전천후 교통수단 구축 등 편익발생도 눈길을 끈다.

일본 내 한일해저터널 추진단장인 도큐노 에이지 일본 국제하이웨이재단 회장. / 추진단
일본 내 한일해저터널 추진단장인 도큐노 에이지 일본 국제하이웨이재단 회장. / 추진단

 터널 개통으로 한일 양국이 얻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한국은 54조 원, 일본은 88조 억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일해저터널 일본 측 추진단에 따르면 건설업으로만 한국은 13조 원, 일본은 18조억 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고 한다.

 한국은 관광산업 발전, 물류비용 절감, 통일의 정치ㆍ경제적 여건 조성, 터널공사 기술력 확보 등을 얻게 된다. 일본은 대륙진출로 확보와 남북한ㆍ중국ㆍ유럽과의 교역 및 인적교류확대 등을 꾀하게 된다.

 노다 순 야스시 세이난 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7월 5일자 일본 ‘나가사키신문’에 한일터널이 개통될 경우 여객수요를 제외한 연간 물류 영업이익만 2천253억 엔(한화 기준 약 2조 2천33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착공해 2030년 개통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본을 오가는 한국ㆍ중국ㆍ러시아의 연간 화물 운송량이 3천276만t에 달할 것으로 봤다.

 막대한 수익은 한일 양국이 나눠 갖게 된다.

일본 해저터널 공사 현장에 새워진 평화공원 비석. / 추진단
일본 해저터널 공사 현장에 새워진 평화공원 비석. / 추진단

 현재까지 거론되는 여러 운영방식 중 하나는 양국 정부가 일정지분을 출자하되 민간이 경영권 행사를 주도하는 ‘민관 합동법인 체제’가 유력하다.

 한일 양국은 공공성 범위 내에서 재정을 지원하고 정부 출자분에 따른 수익배분 구조 등은 양국 협의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이다.

 민간출자분은 국내외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일본 측의 수익 분석에 100조 원 대에 달하는 엄청난 터널 공사비와 선박 물동량의 감소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11년 ‘타당성 조사’를 통해 한일터널 구상은 경제성 면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일해저터널 완성 예상도. / 추진단
한일해저터널 완성 예상도. / 추진단

 이에 대해 일본 국제하이웨이재단은 단기적으로는 선박 물동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나 터널개통으로 양국 교통 인프라 발달로 터널과 인접한 지역경제도 전체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는 중장기적인 파급효과로 선박물동량도 비약적으로 증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건설은 국가예산으로 하고 운영권은 민간에게 매각해 국가 지출을 충당하는 ‘컨세션’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밝혔다.

 2018년 3월 일본학계 연구에 따르면 한일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양국을 오가는 인원은 연간 100만 명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추산은 영국과 프랑스를 있는 영불터널에서 엿볼 수 있다.

 1994년 5월 개통한 이후 약 10년 동안 영불터널을 이용한 인원은 3억 9천만 명, 영국과 유렵대륙 간 총 화물량의 약 25%에 해당하는 3억 6천만 t 규모였다.

 현재로서는 운임과 시간 면에서 항공ㆍ선박을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

 이에 대해 일본 측 추진단은 한일터널의 장점을 저가의 인원수송이 아닌 기후변화와 재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성에 있다며 대량 화물 수송이 적합한 전천후 교통수단임을 강조했다.

한일해저터널 공사 현장. / 추진단
한일해저터널 공사 현장. / 추진단

 요즘처럼 태풍이 잦은 기후에서는 대지에 발을 딛고 갈 수 있는 것은 철도와 도로의 강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한일 양국의 역사성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한일해저터널이 일본의 한반도, 유라시아 대륙 진출만 도와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대한민국도 남북통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북방외교도 자주적으로 펼쳐나갈 국력이 있는데 굳이 일본과의 협력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 징벌을 핑계로 조선 조정에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던 과거를 상기하며 ‘제2의 일제강점기’가 우려된다는 등 부정적인 입장이다.

 일본 내 한일해저터널 추진단장인 도큐노 에이지 일본 국제하이웨이재단 회장은 “산업용ㆍ관광용 도로가 군대의 주요 진격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며 “전쟁시 터널을 폭파ㆍ봉쇄하면 끝나기 때문에 군의 수송에 이용될 일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이익을 우선시 하기 위해 추진하려는 생각은 없다”며 “양국, 나아가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이루겠다는 큰 뜻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지 회장은 “일본이 인력과 자금 등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서라도 한일해저터널 개통을 선도해야 한다”며 “범세계적이며 글로벌한 관점을 갖지 않으면 자국의 번영도 어려운 시대이다. 이제 일본을 경제력과 기술력을 통해 세계에 봉사해야 한다. 그것이 아시아 각국에 엄청난 피해를 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잘못을 사죄하는 길이 된다. 일본도 그런 태도와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고 서로 신뢰와 호의가 쌓이면 그것이 나라의 최대 재산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글로벌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도 한일해저터널 건설 지지에 나서면서 부각되고 있다.

 짐 로저스 회장은 통일 이후 한반도가 세계 교통ㆍ물류의 중요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선과 서해선을 통해 남북의 철도가 연결되면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잇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일해저터널까지 개통되면 일본 도쿄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 한국이 되면)일본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일본은 통일 한국과 경쟁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일해저터널 건설은 지진 가능성이 있는 불안정한 지각인 활단층을 피해 건설하므로 지진으로 단열(인원적인 파괴 때문에 생긴 암석의 갈라진 틈)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건설된다.

 일본은 이미 1964년 세이칸 해저터널(일본 혼슈와 홋가이도를 잇는 길이 53.9㎞, 해저구간 23.3㎞) 건설해 개통시킨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한일양국은 자국의 기술력으로 자국 영토권 공사를 진행하게 돼 기술력을 세계에 뽐낼 수 있다.

 해저 지하로 터널을 파기 때문에 대규모 공사이지만 해양오염이나 어업피해가 없다.

 전천후 길을 잇는 한일헤저터널 건설이 지연되고 있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일해저터널연구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2천억 원~3천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한일터널 프로젝트에 투입됐다”며 “한일터널 개통이 늦어지면 일본과 러시아는 홋카이도-시베리아철도를 연결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고 밝혔다.

 과거사 문제로 경색된 양국 관계 속에 개통여부를 놓고 수십 년간 진퇴를 거듭하는 ‘한일해저터널’ 건설, 이제는 숙면에서 깨어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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