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일기장
내 마음의 일기장
  • 신화남
  • 승인 2019.10.10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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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신 화 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신 화 남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일기를 썼다. 요즘은 학교에서 `일기를 쓰라`고 강요하지 않지만, 당시에 일기는 매우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였다. 일기를 쓰지 않은 아이는 복도에 꿇어앉아 벌을 서거나 벌로 청소를 하기도 했었다. 일기란 자신이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이기에 아무리 어리다고는 하지만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은밀한 비밀도 있을 수 있다.

 선생님은 `일기에는 조금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를 하셨다. 일기장 검사를 하시는 선생님에게도 들키기 싫은 부분이나 말 못 할 사연도 있었기 때문에 일기를 쓰기가 무척 부담스러운 적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게 생각되는 일도 당시는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두려웠던 일도 많았고 어떤 일로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가슴 아픈 일을 당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일기를 썼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아픔을 일기장에 토해놓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고 더러는 위안을 느끼기도 했었다. 친구와 다툰 날은 `내일은 내가 먼저 친구에게 사과해야지`하는 다짐을 하기도 했고 이튿날 친구를 만나 그냥 빙긋이 웃기만 해도 화해가 됐다. 이렇듯 일기는 어린 날,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돼 우리들의 가슴 속에 화석처럼 각인돼 있다.


 일기를 쓰는 목적은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 즉 반성하는 것에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는 마음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한 인간의 인격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 소녀가 겪어야 했던 끔찍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꿈을 기록한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비롯해 우리 민족의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500년 역사를 세세하게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소중한 인류의 역사적 유산이며 미래의 역사를 향한 훌륭한 교훈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렇게 중요한 일기를 쓰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지 않아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인생의 길흉(吉凶)은 회린(悔吝)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회린(悔吝)이란 무엇인가? 회(悔)는 `후회할 회, 뉘우칠 회, 회개할 회`를 뜻한다. 반면 린(吝)은 `욕심부릴 린`이다.

 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삶을 살면서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이 세상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는 사람은 착하고, 아름답고, 훌륭한 삶을 살게 되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칠 줄 모르고 자기합리화만 꾀하며 정당하지 못한 욕심을 부린다면 이는 스스로를 헤어날 수 없는 죄악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이다. 톨스토이는 명문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경제적으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고 모든 것이 풍족했다. 요즘 말로 하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을 경건한 마음과 행동으로 살았고 많은 재산을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썼다. 이처럼 훌륭한 인격자였던 톨스토이였지만 어찌 잘못이 없었겠는가? 그는 젊은 시절의 작은 잘못을 비롯해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일, 후회되는 일을 상세하게 기록해 책으로 남겼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톨스토이의 참회록`이다. 그리고 그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주옥같은 명저를 인류에게 유산으로 남겨줬다.

 반면, 도스토옙스키는 가난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말이 의사이지 수입은 거의 없었고 술주정뱅이에 도박중독자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도스토옙스키는 아버지와 똑같은 방탕의 길을 걸었다. 그는 도박을 하다 돈이 떨어지면 글을 써서 도박 자금과 술값을 마련했다. 그러던 도스토옙스키는 어느 날 지금껏 삶을 탕진해온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술과 도박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작품을 썼으며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비롯한 불후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작가가 됐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톨스토이나, 불우한 집안에서 태어난 도스토옙스키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반성하고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지 못했다면 그들의 이름은 인류에게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반성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은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잘못을 남이 지적하고 훈계로써 바로잡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기를 통해 스스로 반성하는 삶을 사는 올바른 인성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기성세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내 마음의 일기장에 겸손하고 아름다운 삶을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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