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59 (금)
정치 사라진 `광장 vs 광장` 대결, 극단적 국론분열 우려
정치 사라진 `광장 vs 광장` 대결, 극단적 국론분열 우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10.06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 재 근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 재 근

보수ㆍ진보, 서로 조국 `사퇴`, `수호` 주장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후퇴" 목소리 커
국가 리더들 조차 서로 공격하는 지경
`사람`서 `가치ㆍ제도` 정치 변화 계기로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이 벌써 코앞이다. 이때쯤이면, 집권 청사진의 구현을,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평가하고 성찰의 시간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가 사라진 `광장 vs 광장`의 대결은 극단적 국론분열이 우려된다. 보수와 진보진영은 서로 `조국 사퇴`, `조국 수호`를 주장하며 연일 광장집회를 열어 국민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때문인지, "나라다운 나라", "이게 나라인가"가 화두다. 진영과 시각의 선택에 따라 이견을 달리한다 해도 정국이 조국 `블랙홀`로 변한 후 부쩍 잦다. 이에 더해 공정과 정의의 문제가 진영의 논리로 변질,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초래되는 등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로 빚어진 보수와 진보의 갈등 양상이 대한민국을 갈기갈기 찢으며 분열시키는 등 자유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조국 수호` 대 `조국 퇴진`을 촉구한 광장정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각조각이다. 범 보수진영의 광화문 집회는 탄핵으로 분열됐던 보수가 `반(反)문재인`을 외치며 다시 뭉칠 수 있다는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이번 집회를 통해 큰 틀에서 보수의 통합은 갈 길이 멀다는 점도 확인했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고개 숙이고 숨죽여왔던 보수 국민이 한데 모일 수 있다는 것은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는 점에서는 안타깝지만 진영 측면에서는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은 정치 부재 때문이지, 보수의 단결을 염원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한 모습은 아니며 전부 보수를 지지한다고 볼 수 없다"는 평도 나온다. 반면, 진보진영도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 문제, "사퇴 요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정ㆍ정의ㆍ평등의 가치를 중시해온 진보진영이 조 장관을 놓고 `사퇴냐`, `수호냐` 쪽으로 갈라지면서 파열음을 내는 모양새다.

 지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단일대오로 뭉쳤던 진영인 만큼,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안싸움을 우려하지만 촛불로 뭉쳤던 진보의 다른 목소리도 있다. 진보가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이다. 한마디로 `무조건적 비호는 안 된다`는 자성론이다. 진보ㆍ보수의 집단지성이 국민을 위한 목소리에 기대를 하게 한다.

 2008년 빅이슈로 떠올랐던 미국산(産)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직접민주주의의 구체적인 표상`이란 일부 학자와 언론 찬사를 두고 당시 모 교수가 주장한 "집단지성의 히스테리"란 지적은 최근 정국과 관련, 새삼 주목받는다. 그 교수는 "촛불시위 발생 이후 발생 원인의 정당성에 대한 천착(穿鑿) 없이 때로는 인기 영합적으로 때로는 그 표면만을 보고 객관성과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기 영합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떡이 목에 걸려 질식사할 확률보다 극히 낮다는 `사실`, 또 "서양의 경우 19세기에 시민사회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중사회가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간 경우도 있지만, 파시즘으로도 포퓰리즘으로도 또 공산주의로 귀착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국가리더들조차 서로 공격ㆍ비난ㆍ역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협치 소통은 간곳없고 한 진영의 완승과 완패를 도모한다면 정치는 실종이다. 이 때문에 장기불황에 의한 마이너스 물가, 교육법 개정, 일자리, 한미ㆍ한일관계, 내년 총선 등 역대급인 현안을 국민들이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문제가, 뒤엉킨 사람 중심의 정치문화를 넘어 가치와 제도 중심의 사회로 나아가는 성찰의 계기가 돼야 한다. 억지, 궤변, 몰염치가 넘쳐나고 진영의 주장이 앞선 부끄러움을 지양할 때다. 이번 사태를 통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의 확인"이 우선적으로 제시됐다. 무죄 추정과 법치란 점에서 옳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규범, 특히 리더라면 최소한의 공적 덕목과 시민윤리에 우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법 주의가 만능은 아니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씀을 했다. 또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는 취임사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정치 현실은 어떤가. 국민통합은커녕 보수와 진보의 분열도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국민들은 취임식 때 하신 말씀, 그런 나라를 몹시 원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