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13 (금)
양심의 소리가 없는 사회의 외침
양심의 소리가 없는 사회의 외침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10.03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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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류 한 열
편집국장 류 한 열

올바른 길을 잃은 군중은 제각각 불행을 안고 산다.

이 불행은 군중 속에서 고독에 빠지게 만들고 영혼을 빼앗아간다.

영혼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행과 싸우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군중은 결국 앙상한 보수나

진보의 한 작대기만 붙들고 있다는 자괴심이 엄습할지도 모른다.

 양심은 인간다움의 근원이며 존엄성의 바탕이다. 사람의 양심이 깃든 곳은 가장 신성하고 거룩하다. 세상을 살면서 양심을 가지고 살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떤 행동을 하다 양심이 막아서면 곤란을 겪기도 해 애써 양심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양심이 제대로 우리 사회에서 힘을 쓴다면 구성원들의 삶에서 윤리적ㆍ도덕적 가치가 바로 설 수 있다. 양심이 무너지면 인간이 무너진다고 하면 요즘 세태를 너무 모른다고 타박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양심은 살아있다는 소리가 주위에서 자주 일어나야 우리 사회는 부패하지 않는다.

 `큰소리를 지른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 사회가 1차원적인 행태로 변했다. 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지난달 28일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수호ㆍ검찰 개혁`을 위한 촛불 집회의 맞불 성격인 집회가 열렸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와 자유한국당 등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에는 엄청난 사람이 몰렸다.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에서 나온 사람 숫자는 주최 측에 따르면 상상을 초월한다. 서초동 집회에 2백만 명이 몰렸으면 광화문 집회에는 2천만 명이 몰렸다는 말까지 나돈다. 조 장관을 둘러싸고 보수-진보 진영 간 집회 세대결 양상이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가늠하기 힘들다. 앞으로 두 진영이 국민을 반반씩 나눠 세대결을 벌일지도 모른다. 양 진영의 싸움이 극에 달해 한쪽이 밀리면 `죽음`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명문장을 소개한다. "우리 인생의 한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속을 헤매고 있었네." 우리 사회가 올바른 길을 잃었기에 어둠 속에서 헤매는지도 모른다. 진보가 장군하면 보수가 멍군하면서 사람을 동원해 주장을 하늘 끝까지 닿게 하려는 작태는 우리 사회가 길을 잃고 암흑 속에 있다는 증거다. 한 진영의 주장을 뿜어내는 방법 중에 군중을 동원하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현재 양 진영이 펼치는 세대결은 병적인 구석이 많다. 자기주장이 굽어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양 진영이 치킨게임을 벌이는데 애매한 군중은 들러리를 선 꼴이다. 대통령이 측근의 안위와 검찰 개혁의 뜻을 둘둘 말아 촛불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이를 받아 보수 진영은 태풍을 불어 촛불을 꺼버리겠다고 일어섰다. 우리 사회의 경박스러운 아픔이다.

 우리 사회가 병들면 어디서 병을 치유할 지혜를 얻어야 할까? 추악한 정치판을 씻어낼 묘안은 거대한 두 흐름에서 얼굴을 내밀 수도 없다. 조국 사태의 블랙홀은 현재 정치판뿐만 아니라 사회현상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조국 사태를 두고 여야가 맞서는 일은 자연스럽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 두루 퍼진 양심 실종을 더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양심이 내팽개쳐진 사회는 신호등 없는 도로를 질주하는 것과 같다. 신호등 없는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거침없이 달릴 수 있지만 달리다 언젠가는 마주 오는 차와 아니면 옆에서 들어오는 차와 부딪치게 돼 있다. 집회를 열어 세를 과시하고 뜻을 관철하려는 경박한 사회에는 상대를 향해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무모한 운전자가 가득 차 있는 꼴이다. 우리 사회의 서글픈 수준이다.

 양심의 소리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소리에 더 민감한 사회는 후진적이다. 올바른 길을 잃어 어두운 숲속에서 헤매는 우리 사회는 구성원을 고독에 빠뜨린다. 대부분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이 되레 왜곡돼 검찰 개혁을 하자는 것인지 하지 말자는 것인지 묘하게 만들어 버렸다. 우리 사회의 좋은 방향에 여러 꼼수를 섞어 불순한 개혁을 만드는 의도가 훤히 드러나도 개의치 않는다. 강력한 진영을 만든 주체들은 한쪽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때문인지 모른다.

 올바른 길을 잃은 군중은 제각각 불행을 안고 산다. 이 불행은 군중 속에서 고독에 빠지게 만들고 영혼을 빼앗아간다. 영혼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행과 싸우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군중은 결국 앙상한 보수나 진보의 한 작대기만 붙들고 있다는 자괴심이 엄습할지도 모른다. 불행한 일이다.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불어짖는 소리는 우리 사회를 퇴보시키는 영혼 없는 소리다. 이런 몹쓸 판을 만든 주체는 언제가 `벌`을 받아야 한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양심의 법은 효력은 늦게 나도 반드시 힘을 쓴다는 믿음을 붙들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촛불와 거친 외침에도 희미한 앞길은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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