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21:48 (화)
스타필드 입점과 언론의 역할의 모호성
스타필드 입점과 언론의 역할의 모호성
  • 경남매일
  • 승인 2019.10.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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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님! 스타필드는 절대 창원 상권과 상생할 수 없습니다. 상생을 전제한 취재를 말아주세요. 기존의 창원 상권이 몰락할 시에 상권 주변 지역도 같이 슬럼화돼 창원시민들의 재산권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기자님이 창원시민의 재산권 하락에 대한 취재와 기사를 꼭 부탁드립니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개천의 게, 가재 신세인 창원 소상공인들을 돌아봐 주십시오.

 위 글은 기자가 스타필드 입점 찬반과 그에 따른 공론화위원회의 행보와 관련해 취재하고 기사를 내면서 받았던 문자 내용을 옮긴 것이다. 문자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스타필드 입점을 반대하는 소상인들의 전화도 수차례 받았다. 어느 날은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 입장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기사를 쓸 수 없을 것이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절실한 소시민들을 대변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니냐"고 소리치기도 하고, "기사 잘 보았다. 마치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는데 그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이 싸움이 두렵지만, 언론이 우리 편을 좀 들어주면 힘이 될 것 같다"며 실의에 젖은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필자는 그런 전화를 받으면, 몹시 곤란했다.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그들과 공감하지 못한 글을 써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기업의 압박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특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 의식 따위도 아니다. 공론화란 무엇인가. 창원시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3월 첫 의제로 `스타필드 입점 찬반`을 선정하고 6개월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일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그 과정속에 기자가 개입해 기사를 한쪽 편을 들며 쓴다는 것이 잘 흐르는 개천에 바위를 놓는 것과 같았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개천의 게, 가재 신세인 소상공인들을 돌아봐 달라`는 말에 마음이 쓰라린다. 그러나 그 게와 가재는 대의민주주의 방식을 허용했고 그들의 선택으로 마지막까지 공론화 숙의 과정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오는 7일 창원시의 `스타필드 입점에 대한 입장과 정책`을 발표한다. 시가 어떤 결론을 낼지는 알 수 없으나, 필자는 앞으로도 그들과 공감하면서도 분명 언론의 역할을 충분히 고민하고 해석해 기사를 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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