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일본 히젠의 색을 입은 조선 도자의 속살을 만나다
[기획/특집]일본 히젠의 색을 입은 조선 도자의 속살을 만나다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9.09.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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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진주박물관 특별전 ‘조선 도자, 히젠(肥前)의 색을 입다’ 포스터.
국립진주박물관 특별전 ‘조선 도자, 히젠(肥前)의 색을 입다’ 포스터.

국립진주박물관 한일문화교류 특별전 다음 달 1일 개막ㆍ12월 8일까지 전시
日 도자문화, 조선 영향받아 도기 제작 임진왜란 때 조선 장인 첫 자기 만들어
국내외 19개 기관 소장품 200여점 선봬 한ㆍ일 문화교류 양상 살펴볼 좋은 기회


 “히젠에서 꽃핀 일본 도자문화는 조선의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다음 달 1일부터 오는 12월 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2019년 한일문화교류 특별전 ‘조선 도자, 히젠(肥前)의 색을 입다’를 개최한다.

 히젠은 현재 일본 규슈 북부의 사가현(佐賀縣)과 나가사키현(長崎縣) 일대에 해당하는 옛 지명으로, 일본 자기의 발생지이자 도자기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아오이도 다완.
아오이도 다완.

 일본의 도자문화는 임진왜란 이후 히젠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해 17세기 중반에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각지로 도자기가 수출됐다. 히젠 자기는 아리타(有田ㆍ자기 생산지)나 이마리(伊万里ㆍ자기 수출항)의 이름을 따서 ‘아리타 자기’, ‘이마리 자기’로 불리기도 했다.

 히젠에서 꽃핀 일본 도자문화는 조선의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이전부터 조선의 영향을 받아 도기 제작이 시작됐고, 임진왜란 당시 히젠으로 끌려간 조선 장인에 의해 1610년대 일본 최초의 자기를 만들었다.

 다양한 색상으로 화려하게 만든 히젠 자기의 기원은 조선 장인이 만든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조선 도자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오엽’명 호리가라쓰 다완.
‘오엽’명 호리가라쓰 다완.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도자가 일본 도자문화에 끼친 영향과 조선 도자에 히젠의 색이 어떻게 담겨지고 발전해 나갔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에 소장하고 있는 조선과 히젠자기를 모았는데, 일본 등록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백자 청화 국화ㆍ넝쿨무늬 접시(일본 사가현립 규슈도자문화관 소장)’를 비롯해 일본 규슈 소재 8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71점의 히젠자기가 출품됐다.

 이와 함께 히젠자기의 성립과 관련된 우리나라 각지에서 조사된 가마터 출토품과 왕실묘 부장품으로 확인된 ‘의소세손 의령원 출토품(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을 포함해 국내외 19개 기관 소장품 200여 점이 선보인다.

백자 완.
백자 완.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우선, 전시실 앞 복도에서는 순백자에 다양한 문양이 입혀지는 히젠 도자기를 다면영상으로 볼 수 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3D 프린팅으로 구현한 접시와 벽면을 이용해 히젠 도자의 화려한 문양을 실감나게 표현한 프로젝션 맵핑 영상을 만나 볼 수 있다.

 영상에서 순백의 도자기 형상은 일본에 영향을 준 조선의 도자기 기술과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가 히젠 지역에 정착한 조선 도자기 장인을 의미한다.

 또 흰 바탕에 다양한 문양과 색이 올려져 화려한 채색자기로 변화하는 모습은 조선의 영향을 밑거름으로 해 세계적인 도자기 산지로 부각한 히젠 자기의 성장ㆍ발전을 보여준다.

백자 청화 국화ㆍ넝쿨무늬 접시.
백자 청화 국화ㆍ넝쿨무늬 접시.

 1부는 임진왜란 전 일본 다도문화의 성행으로 인한 조선 도자의 수출과 조선 장인들이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도입부에서는 일본의 다실을 재현해 일본 다도 문화 공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임진왜란 이전부터 일본 도기에 영향을 준 조선의 도자 문화를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마터 출토품과 가라쓰 도기를 통해 살펴보고, 일본에서 다완으로 선호됐던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도 선보인다.

 2부는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조선 장인들에 의해 탄생한 일본의 자기문화가 다양한 양식으로 성장ㆍ발전을 거듭하고 유럽으로 수출되기까지의 전개과정을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조선 장인들이 아리타에서 생산한 초기 백자부터 청화백자, 이후 수출돼 유럽 궁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히젠 자기들을 선보인다.

백자 청화 사자무늬 큰 접시.
백자 청화 사자무늬 큰 접시.

 3부는 17~19세기 조선과 일본의 도자교류를 살펴본다. 임진왜란 이후에도 일본은 찻그릇을 조선에 주문했으며, 17세기 말부터 일본도자가 발전하면서 반대로 조선에 일본도자가 유입되고, 일본 자기 문양이 조선백자에 영향을 주게 됐다.

 여기에서는 일본이 조선에 주문한 다완, 조선 왕실묘의 부장품이나 승탑 사리구 등에서 발견되는 히젠 자기, 히젠 자기에 많이 보이는 밤이나 소나무 무늬가 조선 백자의 문양으로 나타나는 양상 등 도자기를 매개로 한 조선과 일본의 상호 교류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백자 채색 넝쿨무늬 마름모모양 접시.
백자 채색 넝쿨무늬 마름모모양 접시.

 마지막으로 12점의 히젠 도자기 명품을 선별해 일본도자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화려하고 다양한 양식의 히젠자기를 한자리에서 비교ㆍ감상 할 수 있다.

 한편, 영상실에서는 아리타 자기가 탄생돼 400년 넘게 이어지는 모습을 담은 내용의 영상을 상영한다. 전시품과 함께 일본 도자문화의 발생에서부터 발전과정,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아리타 도자문화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백자 채색 꽃무늬 맥주잔.
백자 채색 꽃무늬 맥주잔.

 이번 특별전과 연계해 특별강연회 및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별강연회는 총 4회에 걸쳐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와 문화교류 연구자의 강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다음 달 17일 하우봉 명예교수(전북대학교)의 강연을 시작으로, 24일 방병선 교수(고려대학교), 오는 11월 21일 한성욱 원장(민족문화유산연구원), 11월 28일 가타야마 마비 교수(일본 동경예술대학교)의 강연이 이어진다.

백자 채색 꽃바구니무늬 팔각 큰 항아리.
백자 채색 꽃바구니무늬 팔각 큰 항아리.

 조선의 장인과 도자기술이 밑거름이 됐던 일본의 도자문화는 중국의 명.ㆍ청 교체기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자체적으로 기술혁신을 거듭하면서 히젠의 색을 담아 화려하게 꽃피웠다. 특별전에 출품된 다양하고 화려한 채색자기가 이를 말해주며, 이러한 일본 도자문화의 탄생과 발전 과정은 한ㆍ일 관계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일본도자 특별전이다. 도자사 연구자뿐 아니라 도자기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일본 도자문화와 한ㆍ일 문화교류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자 채색 동백무늬 접시.
백자 채색 동백무늬 접시.


 

 

 

 

 

 

 

백자 채색 꽃ㆍ새무늬 육각 항아리.
백자 채색 꽃ㆍ새무늬 육각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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