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갑질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갑질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9.2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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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류 한 열
편집국장 류 한 열

 사회 지도층의 갑질 논란은 잊을만하면 다시 뜨거워진다. 갑질을 하는 `갑`은 자수성가했든 부모한테 재산을 물려받았든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다. 가진 자가 거들먹거리는 추태를 늘 봐 와서 놀랄 일이 아닌데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기 어렵다. 요즘 갑질은 대체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 점주를 힘으로 눌러 벗겨 먹는 행태다. 갑질을 하는 프랜차이즈 대표는 신처럼 행동한다. 심지어 영업 자세를 강조한다며 점주의 따귀를 때리는 일도 있었다. 힘들게 성공 줄을 잡은 사람들이 어려웠던 시절을 잊고 사람을 존중하는 경영에서 벗어나 사람을 오직 돈벌이 수단으로 몰아 간다.

 `회장님 갑질`은 한 번씩 사람 위에 사람이 있다는 등식을 일깨운다. 폭언과 욕설을 대놓고 하는 회장님을 태운 운전기사가 사고를 안 낸 게 천만다행이다. 외모 비하에 부모 욕까지 들은 운전기사가 겪었을 참담함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회장님이 우리 사회에 돈 가진 사람을 공공의 적으로 만든다.


 누구나 갑질을 할 수 있다. 회장이 되거나 프랜차이즈 대표쯤 되면 갑질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비겁한 행동이지만 자신한테 꼼짝 못 하는 사람을 제멋대로 굴리는 재미가 괜찮을 수 있다. 물론 돼먹지 않은 사람을 국한해서 하는 말이다. 갑 자리에 앉은 사람은 을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른다. 설사 안다 해도 모른 척할뿐더러 갑과 을 사이에 엄청난 간격이 있는 줄 착각한다. 갑이 밥숟가락을 쥐고 흔들면 을은 꼼짝없이 드러누워야 한다. 숟가락을 빼앗기면 삶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식탁 위에 놓인 숟가락이 금 숟가락이든 흙 숟가락이든 삶을 영위하는 행위는 거룩하다. 그 굽은 숟가락이 나중에 작은 봉분으로 되는 시간은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 사는 동안 갑과 을이 나눠져 한쪽은 숟가락을 휘두르고 다른 한쪽은 숟가락을 움켜쥐는 모양이 극명하게 대조될수록 살맛이 안 난다. 갑은 조금 큰 숟가락을 들고 을은 작은 숟가락을 들고 소유욕이나 지배욕이 없는 공평한 운동장에서 뛰어야 한다. 숟가락이 크면 밥을 한 번에 조금 더 퍼먹을 수 있을 뿐이다.

 갑질은 가진 자가 누리는 변형된 행복이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특권층은 대부분 사람이 생각하지도 못한 데서 특권을 누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묘한 갑질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스펙 품앗이를 보면서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특권층에 있는 두 사람이 자식의 스펙을 쌓는데 서로 몰아주는 행태를 보면 참 서글픈 생각이 든다. 갑의 힘은 갑끼리 나눠야 힘이 상승하는 모양이다. `있는 사람끼리 서로 위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준단 말인가`라고 이심전심으로 통했으리라. 갑질 피해는 특정 사람에게 드러나다 요즘 많은 대상을 두고 무작위로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갑질의 사회적 피해는 가늠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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