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3:57 (수)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
  • 이영조
  • 승인 2019.09.24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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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가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TV 앞에 묶어뒀다. 예능이 대세인 시대, 어느 채널을 선택해도 예능물이 진행 중이다. 왜 현대인들은 예능에 환호하는 걸까. 시대의 변화로 1인 세대가 증가하고 혼밥, 혼술족이 늘어나고, 스마트폰이 개인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면서 가족 간, 친구 간, 직장 동료 간에도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대기하는 또래 엄마들은 잠시 안부 인사를 끝으로 각자의 손에 움켜쥔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기계와 소통하는 모습,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 아빠, 엄마, 아들, 딸이 각자 폰에 집중해 있는 모습, 혼자서 떠들고 있는 TV가 머쓱하다. 똑똑한 기계 하나만 손에 쥐면 모든 욕구가 충족된다고 믿는 현대인,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들의 마음속은 늘 공허하다. 그것의 실체는 외로움이다. "드디어 제가 외로움에 졌어요." 외로움과 싸우다 백기를 들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뭉쳐야 찬다`는 우리나라 스포츠계 역대 최고 스타들이 모여 축구하는 내용을 보여주고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초보 예능인들의 구성이 화려하다. 천하장사 이만기, 농구황제 허재, 마라톤 최고봉 이봉주, 레슬링 메달리스트 심권호, 테니스 이형택, 사격왕 진종오, 야구 양준혁, 도마 여홍철, 격투기 김동현, 배구 김요한, 감독 안정환. 스포츠 분야별로 세계를 호령하던 걸출한 스타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하나 돼 보여주는 축구 실력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지는 형편없는 실력이다. 아이러니하다. 세계 최고 미녀들의 코, 입, 눈, 눈썹, 얼굴 형태를 조합하면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이상한 모습이 돼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몸 따로 마음 따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였다.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다는 자존심에 스스로에게 화가 났지만 몸에 밴 근성(최선을 다하는 정신)에 만족하고 시청자는 그들의 웃픈 연출에 웃음과 행복감에 새벽까지 TV에 속절없이 포로가 되곤 한다.

 출근길 지하철,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독서 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고개를 들어보니 족히 70은 넘어 보이는 노신사가 귀에 이어폰을 끼우고 노래를 부른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써 소리를 낮추고 부르는 노래는 그치지 않고 계속됐다. 흑과 백의 머리가 잘 어울리는 반백의 노신사는 감색 슈트를 잘 차려입고 있다. 지하철 좌석이 군데 군데 비어있고 앉아서 갈 수도 있는데 출입구에 비스듬히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면서 노래를 이어간다. 행복해 보였다. 멋있게 보였다. 근심보다 미소가 가득 담겨있다. 그의 얼굴이 "이보게,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은 이런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눈은 책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형식일 뿐이었다. 내 귀는 노신사의 노래를 환영했고 나도 모르게 흥얼대는 신바람은 출근길을 행복하게 만들어 줬다.

 92세 할머니와 29세 손주 사위, 27세 손녀, 2, 4세 증손주 3대가 한집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손수 키워주신 27세 손녀에게 엄마였던 할머니가 연로해지자 한창 신혼 재미에 빠져있을 손녀와 아직 어려 보이는 손주 사위는 할머니와 함께 살기로 하고 그렇게 3대의 한집 살이가 시작됐다. 할머니는, 늙은이가 자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미안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신다. 손주 사위는 마치 친할머니 모시듯 마음을 쏟았다. 휴일이면 휴식을 뒤로하고 할머니를 모시고 야외 나들이, 맛집 투어를 이어가며 외롭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잠시라도 소홀히 하는 아내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곤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부모가 병들고 거동이 힘들어지면 요양병원에 보내야 할 시기를 먼저 의논하는 요즘 세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인간극장`을 시청하는 내내 잔잔한 감동 느끼면서 행복한 한 주를 보냈다.

 인간은 행복하려고 태어났고 행복하기 위해 현재를 산다. 행복의 요소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그것이 행복한 것인지, "이건 행복이 아닐 거야"라며 다른 행복을 찾아 나선다. 행복은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로또복권이 당첨되면 행복감이 느껴질 수 있다. 당첨금을 탕진하고 나면 그전에 느꼈던 행복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불행하다는 생각이 온몸을 엄습한다. 행복은 마음에 있다. 행복은 선택이다. 현재 상황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는다면 매 순간이 행복하다. 불행은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비교에서 생긴다. 상대보다 부족하다는 마음이 든 것은 잘못된 비교의 결과다. 길을 걷다가 돌부리를 걷어차 발을 심하게 다쳤다. 이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불행하다고 선택하는 길, 다행이라고 선택하는 길,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본인의 몫이다. 그 결과의 책임은 본인의 것이다.

 행복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심력, 마음의 힘을 기르는 방법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할 수 있다"로 생각 바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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