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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아이콘` 사태 빨리 지나가야 한다
`배신의 아이콘` 사태 빨리 지나가야 한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9.23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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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류 한 열
편집국장 류 한 열

 최근 읽은 책의 제목. `( )는(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에서 괄호에 들어갈 두 글자 낱말은? 권력, 믿음, 재력, 남편, 아내 등등 무얼 넣어도 말은 되지만 `독서`가 답이다. 일본인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인생의 위기마다 자신의 곁에 책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공부법 25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새겨들을 말이 많아 밑줄을 긋고 읽다 정신을 차리면 그 말이 그 말 같다. 여하튼 책을 목숨 걸고 읽은 다독가의 말이니 귀를 열고 들을 만하다. 읽은 책을 쌓아놓으면 끝이 안 보이는 독서가들은 배신하지 않는 독서로 인생을 역전했다는 말을 종종 한다.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정권이 바뀐 초반에는 모든 분야가 눈부실 정도로 빛났다. 초기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눈이 부실 뿐 아니라 탄성까지 터졌다. 적폐 청산과 개혁 행보는 잘 짜여진 드라마같이 재미있고 절묘한 타이밍까지 곁들여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삼성 등 대기업에 59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첫 재판정에 섰다. 두 대통령의 얼굴이 대비되면서 영욕이 교차하는 현장을 국민들은 지켜봤다. 한 대통령은 앞으로 펼칠 꿈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 대통령은 법 앞에서 과거를 단죄받았다.

 실제 우리 사회는 진보와 퇴행이 뒤섞여 앞으로 굴러간다. 앞으로 쑥 가다가 몇 걸음 뒤로 넘어진다. 그러면서 또 앞으로 한두 걸음 떼어놓는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의도를 가진`눈물 파티`는 퇴행을 부르는 거대한 몸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참석한 첫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5만 명의 추모객이 몰린 적이 있다. 많은 정치인은 추도식장 자리에 앉아 때아닌 나비를 구경했다. 추도식이 거대한 정치 광장으로 변한 게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때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은 순수한 추도의 자리가 아닌 거대한 정치의 장이였다.

 노벨문학상 받은 소설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한 토론회에서 수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얻은 교훈을 하나로 요약했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침묵된다"고. 그는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비극 앞에서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문학을 했다고 덧붙였다. 글을 쓰면서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책 제목을 내세웠는데 이를 뒤집으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심심찮게 열리는 `눈물 파티`는 문학으로 옮겨와 다뤄야 할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비극을 보면서 간격은 크고 작을 수 있지만 그 사이를 메울 내용이 왜곡됐다면 문학이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조국 사태는 우주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보다 강하다. 진영 논리를 두고 깔린 조국 사태는 예전 `눈물 파티`의 감성보다 더 자극적이다. 옳고 그름도 없이 우리 사회를 맹목적으로 폭격하는 조국 사태는 우리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어두운 그림자다. 모든 사고조차 흡수하는 조국 사태가 왜 우리 시대의 배신 아이콘으로 들어섰는가.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드러나는 배신의 행태는 한숨을 넘어 자포자기로 흐를까 두렵다. 진영의 논리 사이를 메우고 우리 사회의 왜국된 인식을 바로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조국 사태가 빨리 지나가야 한다. 조국 사태가 할퀴는 상처가 깊을수록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가 빨리지나가야 우리 조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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