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꺼트린 정부` 되지 않으려면, 민심 심각히 받아들여야
`촛불 꺼트린 정부` 되지 않으려면, 민심 심각히 받아들여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9.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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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역사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격동의 역사 단절 위한 리더십 절실한 때

 격랑에 휩싸였다. 여야를 떠나 소통과 타협은 없고 거짓말과 비아냥거림, 힐난만이 넘쳐나고 있다. 막장드라마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정치판, 국민이 걱정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대한민국의 정의ㆍ윤리가 무너졌다`며 지성으로 대변되는 전ㆍ현직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대학교수의 시국선언은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시국선언이 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곡점이 된 적은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전국 290개 대 전ㆍ현직 대학교수 3천5백여 명이 시국선언에서 임명을 철회해 `사회정의와 윤리를 세우라`고 촉구했다. 지난 2016년 11월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수ㆍ연구자 2천234명보다 훨씬 많은 교수들이 동참했다. 의사들도 나섰다. `조국의 퇴진과 그 딸의 퇴교를 촉구`하는 대한민국 의사들의 선언 성명서에 의사 3천여 명이 합류했다.

 서울대학교, 고려대, 연세대 등 학생 1천여 명도 동시에 조국 반대 촛불 집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임명에 대한민국의 지성들이 연일 들고 일어선 것이다. 촛불을 든 대학생들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그대로 외치고 있다. 교수ㆍ변호사ㆍ의사 등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한꺼번에 행동에 나선 것은 조 장관 임명 강행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상식과 양식에 반하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 권부에는 십상시(十常侍) 같은 호가호위 꾼들이 설쳐댔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권력을 잡고 조정을 휘두른 환관들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정치에선 비선조직이나 측근의 월권행위 등을 암시하는 표현이다. 십상시는 `농단(壟斷)`과 동류어다. 농단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 이익이나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뜻한다. `맹자` 공손추 하편에 기록돼 있다.

 `십상시`란 용어는 2014년 11월 민간인 신분인 정윤회 씨와 청와대 비서실 3인방 등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이 국정을 갖고 놀았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회자된 바 있다. 이를 전후해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들이 할 말을 잃었고 낙담 끝에 민심이 쓰나미처럼 떠났다. 최순실 비선 실세 게이트는 희대의 요승(妖僧)인 고려 말 신돈(辛旽ㆍ?~1371)과 제정러시아 말기 라스푸틴(G Rasputinㆍ1869~1916)을 연상케 했다. 이들은 왕과 황제의 무한 신임을 바탕으로 국정을 전횡하다 국가를 망쳤다. 요승이란 신돈에겐 개혁적인 면모라도 있었지만, 최순실은 신비주의적 최면 요법으로 황후를 사로잡았던 라스푸틴에 가까웠다. 당시 정국은 최순실 비선 실세 게이트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만만회, 문고리 3인방, 우리나라 서열 1위가 최순실이라는 등 각종 의혹은 넘쳐났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며 각계각층에서는 대통령 하야 목소리가 쏟아졌고 각 대학에서는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그 결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이 참석 행사임에도 행사장이 썰렁한 것은 당시의 민심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지만, 만천하에 드러난 국기문란의 천박한 실체는 국격을 수십 년 후퇴시켰다. 불과 3년 전, 한국사회의 모습이었다. 지금 교수, 의사, 학생 등 지성인들은 `위선`과 `표리부동`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조국은 정의를 수호하는 법무부 장관 부적격자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A 최고위원은 대학가의 `조국 퇴진` 운동에 대해 "2만 명의 정원 중 1% 정도만 참여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대선주자급인 B 작가는 대학생 집회에 대해 "물 반, 고기 반"이라며 `한국당 배후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왜 마스크 쓰고 나오냐"고 비아냥댔다. 20대 지지율이 떨어지자 "보수 정권 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탓"이라고 말한 여당 의원도 있었다.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닐지라 해도 소설가 김훈(71)이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해 "우리 시대에 가장 더럽고 썩어 빠진 게 언어"라며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해 말을 할수록 관계는 단절된다"고 했다. 이어 "말을 할 때 그것이 사실인지, 근거가 있는지 아니면 개인의 욕망인지 구별하지 않고 마구 쏟아내기 때문에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이유는 그 인간의 생각이 당파성에 매몰돼있기 때문이다"며 "당파성에 매몰돼있는 인간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당파성을 정의ㆍ진리"란 지적은 현 상황에 비견, 작가정신을 되뇌게 했다.

 추석 밥상 후, 더 거세지고 있는 시국과 관련, 문 대통령이 강조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회복하는 길, 뒤집어진 민심을 되돌릴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몸에 때가 있으면 목욕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骸垢想浴)"고 `천자문`은 가르치고 있다. 대한민국 지성의 요구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평등, 공정, 정의`라는 점은 희극이다. 하지만, 교수, 의사, 변호사, 학생 등 지성인들의 시국선언이 국면 전환의 변곡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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