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ㆍ정치에 휘둘리는 실시간 검색어
자본ㆍ정치에 휘둘리는 실시간 검색어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9.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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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김용락
사회부 기자 김용락

현시대 정보 전달 역할 맡고 있지만
퀴즈 마케팅 등 통해 차트 장악 쉬워
과거 여론 대변하는 역할 대폭 줄어

최근 정치적 진영싸움에 적극 이용
피로감에 해외 검색 엔진 이용자 늘어
실검 매이지 않고 올바른 정보 찾아야

 우리는 소식에 민감하다. 지구 반대편 밀림이 불타거나 연예인 부부의 이혼 소식에 귀 기울인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한 건지 모른다. 그래서 세상을 연결하고 전달하는 창구는 과거부터 만들어졌고 발달해왔다. 예전에는 신문이 그 역할을 도맡으며 그날의 핵심 이슈를 전달했다. 이어 주요 방송사의 뉴스가 역할을 양분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전달되는 속도는 빨라졌다.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세계의 관심사를 순위로 매겨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는 해당 시간대 포털 사이트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내용을 말한다. 실검은 현시대에 정보를 가장 먼저 습득하는 근원지다. 지난해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9.5%가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뉴스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실검만 봐도 그날의 주요 이슈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지만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다. 최근 실검은 소위 `돈맛`과 `진영 싸움`에 물들어 순수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특정되기 직전인 지난 18일(오후 2시)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검 1위는 `○○항공 ○○`이었다. 2등은 `○○○○ 반값대란`, 3등은 `○○항공 ○○페스티벌`이 차지했다. `대체 뭐길래 실검 1등을 해?`란 생각으로 검색해봤지만 모두 `퀴즈 마케팅`으로 인해 만들어진 거짓 실검이었다. 이 시간대 실검 10개 중 7개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퀴즈 마케팅`은 금융ㆍ잠금화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진행된다. 앱에서는 매일 퀴즈를 진행해 포털 사이트에 해당 문구를 검색하게 한 후 정답을 맞춘 이용자에게 소량의 금액을 지원한다. 절대적인 사용자가 많지 않은 앱의 퀴즈 마케팅이 실검을 장악할 수 있는 이유는 실검이 검색어의 절대량보다 순간적인 검색량의 증가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퀴즈 마케팅은 특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실검 1위를 차지해 높은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더욱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검 1위가 곧 대다수의 여론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자 최근에는 정치적 진영 싸움에도 이용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에 착수하자 이날 오후 4시 `조국 힘내세요`가 실검 1위에 등극했다. 이어 오후 7시께에는 `조국 사퇴하세요`가 실검 2위로 등극, 양 정치 진영 간 실검 싸움을 치렀다. 이외에도 지금까지 `법대로 조국 임명`, `보고싶다 청문회`, `나경원아들 논문청탁`, `문재인 탄핵` 등의 문구가 실검에 올랐다.

 이같이 실검의 사유화가 버젓이 성행하자 공공의 여론을 대변하던 본연의 역할은 대폭 줄어든 모양이다. 상업ㆍ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일이 빈번하자 피곤함과 거부감이 느껴진다. 한국 포털사이트에 회의감을 느끼고 구글 등으로 옮겨가는 움직임도 여럿 목격된다.

 매일 반복되는 실검을 보고 있자면 기생충에 감염돼 죽기만을 기다리는 숙주가 연상된다. 그동안 쌓아온 실검 시스템의 명성은 갉아 먹혀 바닥을 치고 있다. 사실상 사망 판정이다. 이제 실검은 여론이 아니다. 지금 포털사이트에 오른 실검 1위는 대부분 몇천만 원 광고비와 진영싸움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실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왜곡된 시선을 탈피하고 올바른 정보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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