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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경남 민심은 경제와 공정ㆍ평등ㆍ정의 원했다
추석 경남 민심은 경제와 공정ㆍ평등ㆍ정의 원했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9.1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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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추석 민심은 싸늘했다. 소통이라 해도 진영 논리에 기운 듯, 일방적이고 공론(公論)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비롯해 벽에 대고 말하는 시대란 비아냥거림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 메시지를 통해 "활력 있는 경제가 서로를 넉넉하게 하고 공정한 사회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며 평화로운 한반도가 서로의 손을 잡게 할 것"이라며 "보름달이 세상을 골고루 비추듯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공정`과 `공평`을 거듭 강조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과는 달리, 추석 밥상의 민심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여야는 물론, 한 달간이나 정국을 뜨겁게 달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건을 비롯해 정부는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저물가란 입장이지만 소비자물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추석 밥상의 민심은 흉흉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물가는 낮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를 확 줄이면 경제는 재앙이다. 소비감소로 재고가 늘면 기업은 생산ㆍ투자를 줄이고, 고용축소, 소득감소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진다. 디플레이션의 위험은 일본의 20년 불황에서 읽을 수 있다.

 경남은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 불황에다 탈원전으로 경남에 소재한 380여 업체가 직격탄을 맞아 자금난 등으로 생존의 위협에 처할 정도로 흔들거려도 정부 정책이란 이유 때문인지, 경남도와 도의회는 입을 닫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이 현실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주 52시간 근무를 비롯해 민생현장에선 삐꺽거림의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휴ㆍ폐업, 정리해고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올 상반기 중 70만 명에 이르고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50만 명, 생활고로 60만 명이 국민연금을 당겨쓴다. 1992년 대통령선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캠페인으로 무명의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이 당선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미국 역대 최고인 90%까지 치솟았지만 침체된 경제 이슈를 집요하게 파고든 클린턴의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 이후 경제난이면 "문제는 경제다"로 회자되고 있다. 경제난으로 열 받은 민심에 불을 지핀 것은 대통령의 메시지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온라인을 달군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댓글에는 "앉혀놓고 무슨 공평 타령", "유체이탈 화법"과 같은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합리적인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다"는 반응은 특권을 누린 게 드러났는데도 임명을 강행하자 화난 민심이 임명권자에게로 향하는 형국이다.

 또 다른 논란은 대입제도 개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고 한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022년 대입개편(안)을 확정한 뒤 당분간 논의 계획이 없던 교육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고, 학교 현장은 대입 제도가 또 바뀔지 몰라 혼란에 빠졌다. 교육계는 졸속 개편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 장관 딸의 부정한 스펙 쌓기가 논란이 되자 대입제도 개선을 지시했다는 반응이다. 2013년 다양한 인재 선발 요구로 학종이 도입된 후 교육 당국이 문제점을 수시로 보완해왔지만 공정성에 문제가 되고 있다. 고교 3학년생 설문조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수능이 가장 공정한 평가 요소"라고 답한 것만 봐도 학생부종합전형 중심 전형에 불공정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수능 위주 정시모집에서는 점수 줄 세우기식 평가, 교육 다양성에는 문제가 있다.

 정부 출범 초기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했다 유보했고, 자사고 문제는 논란과 함께 갈팡질팡하는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했으면서 잦은 대입 제도 개편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또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묻자 북한과 힘 합치는 `평화경제`도 공감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예년보다 빠른 추석이었지만 알록달록 물드는 가을 초입, 경남도민들은 공정ㆍ평등ㆍ정의를 정치 자산으로 집권한 대통령이었기에 추석 연휴를 `경청의 시간`으로 삼아 줄 것을 원했다. 정국의 흐림이 권력을 비판하면 보수, 편들면 진보란 이념적 편향은 정치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이 같은 진영과 참모들에게만 치우칠 경우, 국민과의 간극은 피할 수 없다. 반대 진영과 야당 인사들과도 만나 국정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등 진솔한 건의에 귀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고 했었다. 또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도 했다. 경남도민들은 이 다짐을 잊지 않는 국정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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