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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강화해야
`요지경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강화해야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9.09.1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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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국장 김명일
편집부국장 김명일

 대학 수시모집 학생부 전형이 요지경이다. 고교생이 대학 의학 논문 제1 저자에 등재되지를 않나, 총장이 준 적도 없다는 총장상이 의학 전문대학원 응시 원서에 기재되지를 않나, 대학교수들이 고교생 자녀들에게 `품앗이`로 대학 공익인권센터 인턴 활동 기회를 주지 않나,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장학금을 받았다고 하지 않나, 가장 공정해야 할 대학 입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요지경이다. 탤런트 신신애 씨의 노래 `세상은 요지경`이 생각난다. 신 씨 노래는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중략)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로 이어지는 노랫말이다. 전국 대학에서 수시전형이 시작된 이 시점에서 이 노래가 듣고 싶은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 의혹이 너무 많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한병리학회가 지난 5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 모 씨(28)를 제1 저자로 등재한 의학 논문을 연구 부정행위로 취소했다. 조 씨는 이 논문을 고려대 입학 수시전형의 자기소개서에 기재했다. 따라서 이 논문이 취소됨에 따라 조 씨의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 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 장관의 딸이 2010년 고려대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언급한 의학 논문은 박사급 연구원이 1년간 노력해도 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조 장관의 딸은 2주 인턴을 하고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제1 저자는 논문의 저자로 통할 만큼 주요한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 고교생 제1 저자는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 장관도 지난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고교생이 1 저자로 돼 있는 게 의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잠재력 있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경제력과 인맥,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0학년도 전국 198개 일반대학의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은 77.3%와 22.7%이다. 전국적으로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은 24.4%, 학생부교과전형은 42.4%이다.

 학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나아가 돈과 컨설턴트가 입시의 당락을 좌우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이 요구하는 학종 내용이 학생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명문대 진학을 바라는 부모가 자연히 개입하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이 불공정에 대다수 학생을 들러리 세운다는 지적이다. 한 고교생이 1년에 30~40개의 상을 싹쓸이하는 사례는 여러 차례 지적됐다. 학교에서 성적 우수자에게 상을 몰아줘야 해당 학교는 한두 명이라도 서울대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시전형 불공정 논란을 계기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대학 입시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공정이 담보되지 않는 입시는 입시라고 할 수 없다. 고3 수험생들은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등 12년 교육과정 동안 공정과 평등, 정의를 배웠다. 이 과정에서 배웠던 모든 것을 평가 받는 대학입시가 불공정하게 치러진다면, 공교육은 헛것을 가르친 셈이며 공교육의 존립 근거마저 흔들린다. 차라리 학력을 인정하는 검정고시나 학원 과외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입시 부정 의혹 여파가 정시 확대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시 확대는 고액 과외를 부추길 게 뻔하다. 수시 전형은 수능의 문제점이었던 고액 과외로 인한 계층 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양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수능의 단점을 개선하는 등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 학종은 고교 내신과 봉사활동 등 평가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대학은 자소서 등 문제점이 드러난 전형을 폐지하는 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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