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 김성곤
  • 승인 2019.09.10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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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심리학 박사/독서치료전문가 김 성 곤
교육심리학 박사/독서치료전문가 김 성 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입니다. 가을이면 딱히 시인이 아니어도 우리 마음으로부터 이런 시들이 읊조려 지곤 합니다. 늦은 저녁 학교 운동장을 걷고 또 걷노라면 유난히도 선명하게 들리는 풀벌레 소리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가을은 싹이 트는 봄, 신록의 여름을 지나 상실을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새봄을 약속하고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은 상실의 슬픔 속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을 약속하고 떠나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좋은 씨앗에서 펴내고 니콜라스 월터스토프가 쓴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입니다. 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예일대학에서 철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 책 외에도 `종교의 한계 안에서의 이성`,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 때까지`등이 있습니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카이저케비르게의 눈 쌓인 비탈에서 등반 중 사고로 생을 마감한 스물다섯 청년 에릭 월터스토프를 잃고 상실의 슬픔에 빠진 아버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슬픔을 노래한 책입니다.

 그의 책머리에는 `에릭(1958. 1. 31. ~ 1983. 6. 11.)에게, 또 그의 어머니 클레어, 누이 에이미, 형제 로버트, 클라아스, 크리스토퍼에게 바칩니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2003년 1판이 발행된 이후 2016년 2판 2쇄가 발행됐습니다.

 "꽃은 시들어도 향기는 곁에 남는다"라는 첫 번째 단락에서, 눈 내리는 어느 날 밤 뉴 헤이븐 시에서 태어난 내 아들 에릭은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어느 날 카이저게비르게의 눈 덮인 산비탈에서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사랑스러운 손길로 그를 따스한 유월의 땅속에 내려놓았다.

 그 전화가 걸려온 것은 어느 밝고 화창한 일요일 오후 3시 30분이었다.

 "아드님이 등반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월터스토프씨 아드님이 죽었습니다."

 나는 차가우면서도 타는 듯이 강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에릭은 영리한 아이였다.

 그는 전미국장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그가 이곳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고통이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차를 타고 가다가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 한 무리의 학생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던 때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

 "이제는 에릭이 없다."

 군중 속에서도 길에서도, 친구들 모임에서도, 모든 산들 위에서도 나는 이제 에릭을 찾을 수 없다. 에릭만 없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모일 때마다 항상 누군가가 빠진 셈이다.우리는 여전히 다섯 아이를 뒀으나 한 아이는 언제나 없다.

 우리 가족 모두가 모일 때에도 언제나 전부 모인 것이 아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두 번 다시 못 한다`(nev-erness)라는 말이다.

 에릭은 두 번 다시 우리와 함께하지 못한다. 두 번 다시 우리와 함께 식탁에 앉지 못하며, 두 번 다시 우리와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하며, 두 번 다시 우리와 함께 웃지 못하며, 두 번 다시 우리와 함께 울지 못하며, 두 번 다시 학교를 향해 떠나면서 우리와 포옹하지 못하며, 두 번 다시 누이와 형제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우리들은 남은 삶 전체를 에릭 없이 살아내야 한다.

 "단 한번 발을 헛디딘 것이 이렇게 끝없는 부정(否定)을 가져올 줄이야."

 에릭은 25년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었다. 그 선물이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 선물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가 가버리기 전까지 나는 내가 에릭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지 못했다.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오늘 저녁 사랑하는 사람과 식탁에 앉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먼 곳이 아니어도 함께 여행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다면, 사랑하는 이가 직장을 향해 학교를 향해 떠날 때 포옹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어보세요!

 곧 명절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함께 웃으세요! 행복해 하세요! 매일 만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잘 맞이하고 도닥여주며 보내세요!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에 우리는 그들의 소중함을 알고! 이 가을 가슴 깊이 사랑하세요! 아직도 우리 곁을 지키는 다른 이름의 수많은 에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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