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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에 도내 농민 불안감 ‘증폭’
日 수출규제에 도내 농민 불안감 ‘증폭’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9.08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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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부진’ 농산품값 하락세 경제보복 직간접 피해 나타나
파프리카ㆍ토마토 농가 초비 “실질 대비 나서야” 한목소리

수출 다변화 5년째 제자리

 농민들이 걱정이 보통 아니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해 수출규제에 나선 데 이어 2일에는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가뜩이나 소비부진으로 국내 농산물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수위 불똥이 농식품 수출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월동채소부터 시작된 농산물 가격폭락은 양파와 마늘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수출길이 막힌 농산물까지 국내시장으로 쏟아지면, 장기폭락 사태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다.실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직간접 피해까지 나타나 걱정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경남의 경우, 일본 수출 1ㆍ2위를 다투는 품목인 파프리카와 토마토 화훼 재배농가들도 이번 사태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1만 3천223㎡(4천평) 규모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심모 씨(58)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농가 대부분이 규모가 큰 농가로 일본의 수입규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졌을 때 이 물량이 어디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유통구조로 보면 분명 국내시장으로 유입이 뻔한데, 그럴 경우 내수가격은 바닥이다”고 우려했다.

 토마토농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 농민은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 이후 많이 불안하다”며 “아직 농산물 쪽에는 규제사항이 없다고 하지만 대비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백합을 재배하는 최명식 씨(64ㆍ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는 “4월 말부터 3개월여 간 애지중지 키워온 25만 송이의 백합 가운데 절반가량을 눈물을 머금고 갈아엎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합은 일본에서 7~9월에 가장 많이 팔리기 때문에 예년 같았으면 이미 7월 초부터 바이어를 통해 수출길에 올랐어야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일본으로 수출되는 백합물량이 거의 제로(0)에 가까워 어쩔 수 없이 폐기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박봉성 김해 주촌농협 수출파프리카작목회장(59)은 “한ㆍ일간 무역분쟁이 농업으로까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면서도 “파프리카의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것은 물류비가 적게 들고 신선도 등을 고려한 것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도가 수출다변화를 추진한지 5년, 제자리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 검역통과를 위한 위생관리 강화 등 대책 강구에 나서고 있지만, 내수 농산물 수급조절에도 역부족인 현 상황에서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농산물 규제는 가격폭락을 겪고 있는 국내 농업계에 ‘융단폭격’ 예고나 다름없다.

 한 농민은 “거의 전량 일본수출 계획만 잡아왔던 파프리카는 물론, 토마토, 화훼류인 백합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이 수출규제를 농업분야로까지 확대하면 농가들의 생산과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한해동안 일본 수출 주요 농산물 규모는 파프리카 9천 182만 달러, 김치류 5천610만 달러, 인삼류 3천284만 달러, 토마토 1천336만 달러, 백합 690만 달러 등 총 13억 달러(1조 5천36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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